강남역 교통 혼잡, 양재역·삼성역 환승센터가 대안 될까?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07.25. 15:20

수정일 2023.07.25. 17:17

조회 4,809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45) 양재역·삼성역 환승센터, 강남대로 혼잡 해소 기대
한우진 기자
청량리역 환승센터 ©서울시
청량리역 환승센터 ©서울시

환승센터란 여러 교통수단들이 한 곳에 모여들고, 이들 간에 편리한 환승이 가능하도록 만든 곳을 말한다. 보통 환승센터라고 하면 정류장이나 대합실, 건물 같은 하드웨어만 생각하기 쉽지만, 스마트 운영시스템이나 승객안내체계 같은 소프트웨어도 매우 중요하다.

문전수송(door-to-door)이 가능한 자가용과 달리 대중교통은 환승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환승을 편리하게 해주어야 대중교통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환승이 편리하려면 환승센터가 필수적이다.

지하철은 노선이 겹치는 곳에 환승역이 저절로 만들어지지만 버스는 다르다. 어떤 곳에 여러 버스노선들이 모여드는데 환승센터가 없다면 버스 이용이 매우 불편해진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는 예전부터 이 문제를 알았기 때문에 도심에 버스터미널을 확보하여 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잘 정리된 버스정차대, 대기소, 상업시설, 안내판이나 키오스크 같은 정보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따라서 승객들은 원하는 버스를 쉽고 편리하게 탈 수 있다. ☞ [관련 기사] 알아두면 유용한 서울 버스터미널 5곳 이용팁
서울역 환승센터 ©서울시
서울역 환승센터 ©서울시

그런데 문제는 광역버스다. 과거에는 시내버스만 있었지만, 지금은 수도권이 갈수록 광역화됨에 따라 광역버스들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수도권은 외국에 비해 광역철도가 크게 부족한 상태다 보니 광역교통수요 상당수를 광역버스들이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수도권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광역버스의 노선과 운행횟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에 광역버스가 몰려드는 곳은 버스들로 인한 교통정체로 몸살을 앓게 되었다. 광역버스가 운행되면 그만큼 서울로 진입하는 나 홀로 자가용이 줄어들어 서울시의 교통 혼잡이 감소하는 것이 거시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광역버스가 집중되는 일부 지점에 대해서는 미시적으로 버스가 되레 혼잡을 유발하는 역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승센터가 없어서 아쉬운 강남역 사거리 ©강남구청
환승센터가 없어서 아쉬운 강남역 사거리 ©강남구청

서울에 이렇게 광역버스가 몰려드는 곳들은 주로 2호선 역들(당산, 사당, 강남, 잠실, 강변 등)이다. 도심부에는 서울역도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라면 단연 강남역이다. 경부고속도로 반포IC에서 가깝다 보니, 수도권 남부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수많은 광역버스들이 강남역을 종점으로 삼는다.

이렇게 광역버스가 몰려드는 곳은 고속버스의 버스터미널처럼 광역버스를 위한 환승센터를 만들어서 버스를 처리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시내 곳곳에 환승센터를 만들어 버스 이용을 편하게 하고 있다.

이런 버스환승센터는 '노외(路外)'방식과 '노상(路上)'방식이 있다. 노외환승센터는 버스터미널처럼 길가에서 분리된 공간에 별도로 버스취급시설을 만드는 것이고, 노상환승센터는 그냥 길에다가 병렬로 버스정차대를 만들고 정비하는 방식이다. 도로 지하에 다수의 버스정류장이 설치된 잠실역 환승센터가 노외이고, 서울역 광장앞 길에 다수의 정차대를 설치한 서울역 환승센터가 노상이다.
지하에 버스정차면을 마련한 잠실역 환승센터 ©서울시
지하에 버스정차면을 마련한 잠실역 환승센터 ©서울시

그런데 강남역은 서울시 최대의 광역버스 집결지임에도 불구하고 환승센터가 없기 때문에, 온갖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모든 광역버스들이 길가에서 승객을 내리고 태우다 보니 도로 공간을 길게 차지한다. 또한 종점이다 보니 승객 전체가 내리고 타야 해서 정차시간도 길어진다. 버스정류장이 워낙 이곳저곳으로 분산되어 있어 승객들은 본인이 타야 할 버스를 어디서 타야 하는지 제대로 알기도 어렵다. 버스정류장 위치와 방면을 알려주는 안내판도 부족하다. 버스터미널에서는 좁은 공간에 정차면이 집중되어 있고, 안내시설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는 것과 비교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당분간 개선될 전망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부터 서울시나 강남구 등에서는 강남역으로 집중되는 광역버스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킨다는 이야기를 해왔으나 실현된 것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수익을 중시하는 버스회사와 편리함을 중시하는 승객들의 강남역 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강남역에 환승센터를 짓는 것도 어렵다. 과거 강남역 주변에서는 사거리 남서쪽의 삼성타운 건설이나 강남대로 하부 신분당선 건설 같은 대형 공사가 몇 번 있긴 했으나, 이에 맞춰 환승센터가 지어지지는 않았다. 아쉬운 일이다. 롯데월드타워 공사에 맞춰 송파대로 지하에 노외환승센터를 지은 잠실역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양재역 환승센터 버스 진입부와 건물 ©국토교통부
양재역 환승센터 버스 진입부와 건물 ©국토교통부

이렇게 강남역 환승센터 확보가 요원한 실정에서, 강남역 주변에 2개의 환승센터 건설이 추진되고 있어서 주목된다. 첫 번째는 양재역 환승센터다. 현재 양재역은 서울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의 환승역이다. 그리고 향후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가 동서로 지나갈 예정인데, GTX사업에 맞추어 양재역에 환승센터가 지어질 계획이다.

양재역 환승센터 구조는 기존 도로와 분리된 노외 방식이며, 버스정차대는 남부순환로 지하이자 3호선 터널 상부에 지어진다. 즉 송파대로 지하이자 8호선 터널 위에 있는 잠실역 환승센터와 같은 방식이다.
양재역 환승센터 버스 동선 ©국토교통부
양재역 환승센터 버스 동선 ©국토교통부

양재역은 경부고속도로 서초IC 바로 옆이라 광역버스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초IC에서 나와서 양재역 환승센터가 들어갔다가 U턴으로 되돌아나와 다시 서초IC로 들어가면 일반 도로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강남대로를 지나가는 광역버스들이 매우 많아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소화불량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 같은 양재역 환승센터의 역할분담은 강남대로 정상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양재역 환승센터 조감도 ©서초구청
양재역 환승센터 조감도 ©서초구청

그러나 양재역 환승센터의 아쉬운 부분은 지하철 2호선과 붙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강남역이 광역버스 종점으로 인기 있는 이유는 2호선을 바로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재역은 이게 안 된다. 물론 지하철을 한 번 더 타면 강남역으로 갈 수는 있는데 신분당선에는 추가운임이 있고, 3호선-도곡-분당선을 타고 2호선 선릉역으로 가려면 환승을 더 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

그래서 필자 생각에 향후 양재역에 환승센터가 지어지고 강남역 버스종점의 역할을 상당 부분 이전 받는다면 신분당선의 운임체계 개선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예를 들어 현재는 신분당선을 한 정거장만 이용해도 추가운임이 붙는 구조이지만, 서울 시내 구간에서는 서울지하철과 운임을 동일하게 하고, 서울시-경기도 경계를 넘을 때만 추가운임이 붙는 구조로 바꿀 수 있다. 영종대교를 경계로 운임체계가 달라지는 공항철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 [관련 기사] 신분당선 28일 연장 개통! 이용구간 따라 추가요금 확인하세요
삼성역 환승센터 버스타는 곳 조감도 ©서울시
삼성역 환승센터 버스타는 곳 조감도 ©서울시

강남역 주변의 또 다른 환승센터는 바로 삼성역 환승센터이다. 정식 명칭은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의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사업으로 시행되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이다. 현재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은 약 650m 떨어져 있는데 이 사이에 있는 영동대로를 지하화 한 뒤 지하에 버스정류장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환승센터를 짓는다. 현재 2028년 목표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 이곳에는 2호선과 9호선이 동서로만 별개로 지나가지만, 향후에는 GTX-A선과 C선, 위례신사선이 남북으로 지나가면서 본격 다중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을 지하에 넣어서 날씨나 기상과 관계 없이 편리하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하며, 지하에 있는 철도들과의 환승거리도 단축시킨다.

특히 삼성역 주변은 현재도 대형 쇼핑몰과 박람회장, 대형빌딩과 호텔 등이 집적되어 있어서 환승센터 존재 의의인 많은 유동인구를 확보하기 유리하다. 단순 환승센터가 아니라 복합환승센터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역 사거리 공사 현장 모습 ©서울시
삼성역 사거리 공사 현장 모습 ©서울시

다만 현재 삼성역은 광역버스 노선이 많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경부고속도로와 꽤 떨어져 있다는 점이 이유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삼성역에 환승센터가 생긴다면 얼마나 다양한 광역버스 노선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삼성역 환승센터와 양재역 환승센터를 연계하여 강남역의 광역버스의 집중을 복합적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현재는 양재역과 삼성역이 멀어 보이지만, GTX-C선이 개통되면 둘은 한 정거장 거리에 불과해진다. 물론 GTX의 운임 수준이 높을 수 있지만, 광역버스를 타고 온 뒤 GTX를 짧게 이용하는 승객에게 GTX운임을 할인해 주는 등의 유연한 운임제도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선 노선도 ©국토교통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선 노선도 ©국토교통부

강남역은 수많은 수도권 광역버스가 몰려드는 곳이다. 심지어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가 강남역에서 유세를 할 정도였다. 이렇게 버스가 많은데 버스처리 전용시설 없이 길가에서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고속버스터미널처럼 광역버스도 안전하게 운행하고 승객도 편리하게 탈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며 그것이 바로 환승센터다.

비록 강남역에 환승센터 확보는 어려운 일이 되었지만, 양재역과 삼성역에 환승센터가 지어진다니 기대가 크다. 서울과 수도권 도시들이 광역교통을 통해 상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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