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역 환승센터, GTX와 위례신사선 층별 배치가 바뀐 이유는?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2.04.19. 15:40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12) 여러 노선 지나는 '삼성역 환승센터'의 층별 노선도 배치 기준
현재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 동쪽 영동대로 지하에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9호선 봉은사역을 연결하는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가 건설 중이다. 환승센터란 지하철, 버스, 택시, 자가용(배웅) 등을 한 곳에서 갈아탈 수 있는 곳으로서 편리한 교통을 위한 핵심시설이다. ☞ [관련기사] GTX 이용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이것'은?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조감도 ©서울시
삼성역은 교통의 요지이지만 환승역은 아니다. 그런데 향후 이곳에 여러 개의 철도 노선들이 추가로 들어온다. 일단 서울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GTX-A선과 C선이 삼성역에서 교차한다. 또한 3호선 신사역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위례신사선 경전철도 영동대로를 지나가면서 이곳에 정차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는 수서고속철도 SRT까지 삼성역에 들어올 예정이다.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 경유 철도노선 ©서울시
따라서 삼성역 환승센터의 핵심은 지하철 환승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노선이 지나가는 만큼 이들 노선들 잘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2호선과 9호선은 동서 노선이고, 나머지는 남북노선이라 지하철역의 배치는 한자 '공(工)'자처럼 된다.
흥미로운 것은 당초 GTX-A선과 C선을 같은 층에 두고 그 밑에 위례신사선을 두려는 계획이었는데, 위례신사선을 GTX 위에 두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상하층 위치가 재배치된 것은 이들 철도 노선의 이동성과 접근성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삼성역 환승역 층별 노선 배치도 초안(왼쪽)과 변경안(오른쪽) ©서울시
모든 교통은 이동성과 접근성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동성은 교통을 통해 먼 곳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말하며, 접근성은 교통수단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두 가지 특성이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교통의 이동성이 높으면 그만큼 접근성이 낮아지고, 반대로 접근성이 높으면 이동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는 신호대기도 없고 먼 곳을 빠르게 갈 수 있어 이동성이 높지만, 진입할 수 있는 곳(나들목)이 적어서 접근성이 낮다. 반대로 동네도로(국지도로)는 집에서 나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지만, 길이 좁은데다가 신호대기와 교차로가 많아서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이동성이 낮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는 신호대기도 없고 먼 곳을 빠르게 갈 수 있어 이동성이 높지만, 진입할 수 있는 곳(나들목)이 적어서 접근성이 낮다. 반대로 동네도로(국지도로)는 집에서 나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지만, 길이 좁은데다가 신호대기와 교차로가 많아서 속도를 낼 수 없으니 이동성이 낮다.
지하철(중전철)은 경전철보다 이동성이 높지만, GTX보다는 이동성이 낮다 ©서울교통공사
이 같은 특성은 모든 교통에서 나타난다. 고속철도는 빠르지만 역 수가 적어서 이동성이 높은 수단이고, 도시철도(지하철)는 느리지만 역이 많아서 접근성이 높은 수단이다. 그렇지만 이동성과 접근성은 상대적인 개념이라, 도시철도는 고속철도에 비해서는 이동성이 낮은 수단이지만, 마을버스에 비해서는 이동성이 높은 수단이다. 반대로 고속철도는 국제 항공에 비해 이동성이 낮다.
그런데 이동성이 높은 교통수단과 접근성이 높은 교통수단이 서로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이용객을 기준으로 해서, 접근성이 높은 교통수단을 가까운 곳에 두고 이동성이 높은 교통수단을 먼 곳에 두어야 한다.
이를 반대로 배치하면 문제가 크다. 이동성이 낮은 수단을 먼 곳에 두면 안 그래도 느린데 타러 가는 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려 교통수단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이동성이 높은 수단은 좀 먼 곳에 두어도 된다. 당장은 타러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일단 타기만 하면 빠르기 때문에 시간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 결국 느린 교통수단(접근성 수단)을 가까이 두고, 빠른 교통수단(이동성 수단)을 먼 곳에 두는 것은 서로 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종의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동성이 높은 교통수단과 접근성이 높은 교통수단이 서로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이용객을 기준으로 해서, 접근성이 높은 교통수단을 가까운 곳에 두고 이동성이 높은 교통수단을 먼 곳에 두어야 한다.
이를 반대로 배치하면 문제가 크다. 이동성이 낮은 수단을 먼 곳에 두면 안 그래도 느린데 타러 가는 데까지도 시간이 많이 걸려 교통수단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이동성이 높은 수단은 좀 먼 곳에 두어도 된다. 당장은 타러 가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일단 타기만 하면 빠르기 때문에 시간 손실을 회복할 수 있다. 결국 느린 교통수단(접근성 수단)을 가까이 두고, 빠른 교통수단(이동성 수단)을 먼 곳에 두는 것은 서로 간의 균형을 맞추는 일종의 억강부약(抑强扶弱)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위례신사선 노선도 ©서울시
그런데 당초 삼성역 환승센터는 지하 7층에 위례신사선, 지하 5층에 GTX-A, C선이 놓일 예정이었으니, 이동성과 접근성이 반대로 배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례신사선은 서울시내 도시철도로서 정차역이 많고 표정속도도 느리다. GTX에 비하면 위례신사선은 접근성 위주의 교통수단이다. 이런 교통수단을 더 지하 깊숙이 두면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것도 느린데, 타러 가는 데까지도 시간이 더 걸려서 설상가상이 된다. 따라서 GTX를 아래에 두고 위례신사선을 위에 두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삼성역 환승센터의 층별 노선 배치 변경은, 이동성과 접근성의 조화라는 교통의 기본 원칙을 회복한 올바른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하구간 역의 뮤니메트로(도시철도)와 바트(광역철도)의 층별 배치도 ©샌프란시스코 교통국
실제로 이렇게 이동성 교통수단을 멀리, 접근성 교통수단을 가까이 두는 설계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장거리 광역철도인 바트(BART)와 시내에서 운행하는 단거리 도시철도인 뮤니메트로(Muni Metro)가 함께 운행된다. 그런데 이들 노선이 나란하게 달리는 도심 지하에서는 뮤니가 상층, 바트가 하층에서 달린다. 승객이 있는 지상 기준으로 이동성 수단을 먼 곳에, 접근성 수단을 가까운 곳에 둔 것이다.
복정역 구조도. 상층을 접근성 위주의 도시철도(8호선)가, 하층을 이동성 위주의 광역철도(분당선)가 사용한다. ©서울교통공사
또한 송파구에서 있는 지하철 복정역에서도 도시철도인 8호선이 상층, 광역철도인 분당선이 하층으로 지나간다. 물론 복정역은 분당선의 광역철도 기능이 약하다 보니 김포공항역처럼 방향별로 배치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어쨌든 당초 설계 원칙은 이동성과 접근성의 균형이었던 것이다. ☞ [관련기사] 서울지하철 시외 노선 연장 시 효율적인 방법은?
이런 원칙은 모든 교통수단 설계에서 볼 수 있다. 짧게 이용하는 단기주차장을 가까운 곳에, 오래 이용하는 장기주차장을 먼 곳에 둔 인천공항 주차장의 사례, 일반철도역은 도심에 두고 고속철도역은 외곽에 둔 울산시의 사례 등도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세상 일이 원칙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의 경전철들이다. 서울은 장거리를 가는 지하철들을 80~90년대에 완성한 후, 지하철로 미처 못 가는 구간들에 단거리 경전철(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을 추가로 짓고 있는 중이다. ☞ [관련기사] 우이신설선 방학 연장, 기대해도 좋을까?, [관련기사] 서울시 제2호 경전철 '신림선' 어디까지 왔나
하지만 기존 지하철들이 얕은 지하를 이미 차지하고 있으니, 경전철이 지하철과 교차할 때는 지하철 아래로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환승역에서는 경전철이 더 깊은 곳에 있게 되니 이용이 불편하다. (예: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 애초에 경전철은 노선이 짧고 긴 시간을 이용하지 않는데, 역까지 깊은 곳에 있으니 타러 가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차라리 버스를 탄다는 사람도 늘어난다.
이런 원칙은 모든 교통수단 설계에서 볼 수 있다. 짧게 이용하는 단기주차장을 가까운 곳에, 오래 이용하는 장기주차장을 먼 곳에 둔 인천공항 주차장의 사례, 일반철도역은 도심에 두고 고속철도역은 외곽에 둔 울산시의 사례 등도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세상 일이 원칙대로만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의 경전철들이다. 서울은 장거리를 가는 지하철들을 80~90년대에 완성한 후, 지하철로 미처 못 가는 구간들에 단거리 경전철(우이신설선, 신림선 등)을 추가로 짓고 있는 중이다. ☞ [관련기사] 우이신설선 방학 연장, 기대해도 좋을까?, [관련기사] 서울시 제2호 경전철 '신림선' 어디까지 왔나
하지만 기존 지하철들이 얕은 지하를 이미 차지하고 있으니, 경전철이 지하철과 교차할 때는 지하철 아래로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당연히 환승역에서는 경전철이 더 깊은 곳에 있게 되니 이용이 불편하다. (예: 보문역, 성신여대입구역). 애초에 경전철은 노선이 짧고 긴 시간을 이용하지 않는데, 역까지 깊은 곳에 있으니 타러 가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차라리 버스를 탄다는 사람도 늘어난다.
계단 하나만 내려가면 바로 개집표기와 승강장이 나오는 우이신설선 솔밭공원역 ©(주)우이신설도시철도
그래서 서울의 경전철들은 어쩔 수 없는 곳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지하 얕은 곳에 역을 설치하여 지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접근성이 높은 교통수단을 가까운 곳에 둔다는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실제로 우이신설선 시점부 5개역은 지하 1층에 역이 있어서, 계단 한번만 내려가면 승강장이 나오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이동성과 접근성은 교통의 중요한 두 가지 특성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교통수단들을 배치할 때는 이동성과 접근성을 서로 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듯 이동성과 접근성은 교통의 중요한 두 가지 특성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교통수단들을 배치할 때는 이동성과 접근성을 서로 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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