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있어도 취업 성공! '커리어플러스센터'가 응원해요~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3.07.12. 14:08

수정일 2023.07.12. 16:10

조회 2,795

“발달장애인도 일할 수 있어요. 기업의 채용 기회를 조금 더 늘려주세요.”

장애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은 취업에 더 취약하다. 특히 지적·자폐장애로 분류되는 발달장애인은 근로 능력보다 함께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더 큰 장애물이다. 일할 능력이 있어도 기회조차 없는 현실. 오죽하면 '발달장애인은 부모가 회사를 차려야지 취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까 싶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커리어플러스센터'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직업 훈련과 취업 알선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이다. ©커리어플러스센터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커리어플러스센터'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직업 훈련과 취업 알선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이다. ©커리어플러스센터

발달장애인은 장애인 유형 중에서도 고용률이 최하위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1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10명 중 7명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발달장애인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2021년 ‘커리어플러스센터’ 문을 열었다. 18세 이상 미취업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현장 중심 직업 훈련취업 알선을 지원하는 전문 기관이다.

잡코치 파견… 교실이 아닌 현장에서 훈련해요!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백미화 주무관은 “커리어플러스센터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서울시에서 설치하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 위탁·운영하는 시설”이라며 “일자리만 알선하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훈련을 하며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연계하는 유일무이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커리어플러스센터는 강남구 대치동 서울시립장애인행복플러스센터 5층에 자리하고 있다. ©커리어플러스센터
커리어플러스센터는 강남구 대치동 서울시립장애인행복플러스센터 5층에 자리하고 있다. ©커리어플러스센터

발달장애인의 취업을 위해 커리어플러스센터는 ‘선(先) 배치 후(後) 훈련’을 방침으로 한다. 3개월간 직무지도원(잡코치)을 파견해 직무를 가르칠 뿐 아니라, 현장 적응을 돕고 궁극적으로 직접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취업 후에는 근로지원인을 배치해 안정적인 직업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직무지도원 및 근로지원인 양성 교육도 커리어플러스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커리어플러스센터를 통해 취업한 사례는 올해 6월 기준, 현장 훈련, 사서보조 및 우편보조 특화 사업, 인턴십 등 총 114명이다. 사무보조, 노무, 서비스, 진열, 예술인, 우편보조, 사서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이 중 도서관 사서보조와 우편보조는 발달장애인 특화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발달장애인 임호진 씨는 송파우체국에서 2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방금숙
발달장애인 임호진 씨는 서울송파우체국에서 2년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다. ©방금숙

지난 7월 10일, 서울송파우체국에서 우편물 취급 업무 보조를 맡고 있는 발달장애인 임호진 씨를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송파우체국에서 우편보조로 일하고 있어요”

커리어플러스센터를 통해 취업한 자폐성 장애인 임호진 씨는 25세의 청년이다. 지난 3월부터 송파우체국에서 하루 4시간씩 우편물 취급 보조로 근무하고 있다. 주 업무는 반송된 우편물을 재분류하고 택배 물건을 나누는 일이다.
우편보조로 일하고 있는 임호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방금숙
우편보조로 일하고 있는 임호진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방금숙

취업에 성공한 소감을 묻자 그는 “주변에서 많이 기뻐해 주고 축하해 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일의 강도에 대해서는 “하루 4시간이 딱 적당하고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임호진 씨는 우체국 업무가 처음이 아니다. 그는 대학교와 연계된 가평우체국에서 1년 6개월 근무한 바 있는 경력직이다.

그가 업무에 숙련되도록 직접 시범을 보이며 현장 훈련을 담당한 조순남 잡코치는 “임호진 씨는 기억력이 뛰어난 편이어서 일을 잘한다”며 “가평우체국에서 오래 근무한 덕분에 현장에서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도 월급으로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어 좋아요
엄마에게 용돈도 드릴 수 있어 좋아요

임호진 씨가 취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일까. 그는 주저함 없이 “경제 활동을 해 월급을 받는 것”을 꼽았다. “월급을 받아 맛있는 것을 사 먹고 필요한 물건을 산다. 엄마에게 용돈도 드린다”고 말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것, 발달장애인에게 취업은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임호진 씨가 반송된 우편물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방금숙
임호진 씨가 반송된 우편물을 재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방금숙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카툰 작가’로도 활동 중인 임호진 씨는 “중구장애인복지관에서 만화를 공부했고 2회의 전시회와 2회의 수상을 한 적이 있다”면서 “나중에 제가 그린 그림을 넣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피력했다.

1년의 기다림 끝에 우체국에 취업한 그는 취업을 준비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부족하더라도 계속 도전을 하다 보면 기회와 희망이 생길 것”이라고 응원했다.

최장 2년 계약직 근무… 더 많은 정규직 생겨야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임호진 씨의 어머니 김미경 씨도 자리했다. 그녀는 아들이 처음 취업했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우체국 업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주변에서 대단하다, 축하한다고 했었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60명의 졸업생 중 취업한 3명 안에 들었다는 걸 알고 정말 힘든 일이었구나 실감했다”고 말했다.
채용 후에는 근로지원인이 발달장애인과 함께 근무하며 직장 내 소통과 정보 취득을 돕는다. ©방금숙
채용 후에는 근로지원인이 발달장애인과 함께 근무하며 직장 내 소통과 정보 취득을 돕는다. ©방금숙

우체국 업무에 잘 적응해준 아들이 대견하지만 아직 걱정이 끝난 건 아니다. 특화 일자리 사업이 2년 계약직 업무이기에 2년 후에 다시 일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정을 배우는데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특성상 2년마다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2년 후에 바로 재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훈련 후 기관이나 기업체에서 전문성을 갖춘 발달장애인 고용 기회를 더욱 확대해 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간절하다. 하루 4시간이라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도록 직접 채용과 정규직 자리가 꾸준히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례 소식도 들려온다.
발달장애 특성에 맞춤형 직군으로 개발 중인 도서관 사서보조 ©커리어플러스센터
발달장애 특성에 맞춤형 직군으로 개발 중인 도서관 사서보조 ©커리어플러스센터

발달장애인들에게 취업은 단순히 ‘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남의 도움을 받고 살아온 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이자 사회적 일원으로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다. 발달장애인의 자립과 취업을 위한 커리어플러스센터의 의미있는 발걸음과 함께 건강한 사회를 위해 기업체들도 뜻을 모아 더 많은 발달장애인 고용 기회가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커리어플러스센터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도곡로 416 5층(서울시립장애인행복플러스센터 건물)
○ 교통 : 수인분당선 한티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4번 출구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이용)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점심시간 12:00~13:00)
○ 이용안내 : 전화 또는 방법 접수 후 내방하여 구직 상담
커리어플러스센터 누리집 
○ 문의 : 02-499-8721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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