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책 잔치 '서울국제도서전'이 인기인 이유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3.06.22. 10:30

수정일 2023.06.22. 16:17

조회 1,758

서울에서 해마다 열리는 다채로운 행사는 시민들을 즐겁게 한다. 오랜 역사는 기본이고, 규모와 내실을 모두 갖춘 행사 중 개인적으로도 손꼽으며 기다리는 행사가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서울국제도서전'이다. 1947년 교육박람회의 도서전시를 시작으로 꾸준히 성장해 온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자와 저자, 출판인들이 함께 만들고 만나는 국내에서 가장 큰 책 축제다.

올해도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6월 14일부터 18일까지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이라는 주제를 내 건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 A&B1홀에서 열렸는데, 일찌감치 구매해 둔 얼리버드 티켓(입장료 할인 티켓)을 사용해 풍성했던 잔치 현장을 즐겼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NHUMAN>이란 주제로 코엑스에서 열렸다. ⓒ박지영
2023 서울국제도서전이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란 주제로 코엑스에서 열렸다. ⓒ박지영

2023 서울국제도서전의 매력

올해는 서울국제도서전을 처음 가는 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책을 좋아하지만 한 번도 도서전에 가본 적 없던 친구는, 그렇게 꼼꼼하게 보지 않았음에도 5시간 넘도록 도서전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볼 게 많은데 너무 준비 없이 왔다”라는 후기를 들려줬다. 책이야 각 지역구 도서관, ‘책 읽는 시청광장’,‘광화문 책마당’(☞ [관련 기사] 절로 힐링되네! 서울에서 즐기는 북캉스 4곳!) 등에서도 즐길 수 있고, 동네서점, 대형서점, 인터넷서점 등을 통해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해마다 방문객이 늘어가는 서울국제도서전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① 세계의 책과 문화, 저자를 만난다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36개국 530개(국내 360개사, 해외 170개사)의 참가사가 전시, 부대행사,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등 17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도서전을 직접 방문한 작가 및 연사도 국내 190여 명, 해외 25여 명에 달했다.

2008년부터 한 국가를 주빈국으로 선정해 그 나라의 출판물들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는데, 올해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SHARJAH)가 주빈국으로, 캐나다가 스포트라이트 컨트리로 참여했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아랍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알찬 프로그램들이 진행됐고, 한국-캐나다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설 <파이 이야기>의 저자 '얀 마텔'이 국제도서전을 찾아 서울의 독자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샤르자, 대만,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도서가 전시되었다. ⓒ박지영
샤르자, 대만,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도서가 전시되었다. ⓒ박지영
주빈국 샤르자의 출판물. 도서 외에도 고지도, 협업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박지영
주빈국 샤르자의 출판물. 도서 외에도 고지도, 협업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박지영
전통의상, 전통차, 아랍어로 이름 써주기, 헤나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한 샤르자의 문화체험 부스 ⓒ박지영
전통의상, 전통차, 아랍어로 이름 써주기, 헤나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한 샤르자의 문화체험 부스 ⓒ박지영

특히, 올해 주빈국인 샤르자 부스는 선별된 자국 문학 작품 소개는 기본이고, 고지도, 한국과 아랍 작가들의 협업 작품을 전시했고, 차, 타투, 의상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준비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대만, 프랑스, 캐나다관도 있었는데,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겐 해외 책 전시, 구매, 사업문의 등 여러 가지를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어 유익했다. 

② 독자, 작가, 출판인과의 만남이 쉽다

국내 최대 책 축제인 만큼 현장을 찾은 작가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꼭 강연이나 세미나에 초청된 작가가 아니더라도, 신진 작가부터 오랜 경력을 지닌 작가들까지 자신의 책이 있는 부스에서 독자와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대형 출판사 부스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지만, 소규모 출판사나 독립출판물의 경우 작가가 직접 부스를 운영한 경우도 많아, 현장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한 책에 사인을 받고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알찬 만남이 이뤄졌다.
정해진 강연 장소가 아닌 부스와 부스 사이에서도 소규모 강연이나 설명회 등이 열렸다. ⓒ박지영
정해진 강연 장소가 아닌 부스와 부스 사이에서도 소규모 강연이나 설명회 등이 열렸다. ⓒ박지영

게다가 올해도 아트북과 독립출판물을 제작하는 출판사와 서점을 별도로 만나 볼 수 있는 ‘책마을’ 공간이 마련되어, 국내 72개 독립 출판사와 아시아 5개국(태국, 싱가포르, 일본, 중국, 대만)의 서점·독립출판사의 출판물을 살펴볼 수 있었다. 시중에서 특정 서점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출판물들이 대부분이기도 하고, 독립출판물 작가를 만나는 기회도 한정적이라,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사담을 나누고 책을 구매하는 기회는 정말 특별했다.
독립출판 및 아트북 전시가 이뤄진 책마을. 메이저 출판사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박지영
독립출판 및 아트북 전시가 이뤄진 책마을. 메이저 출판사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박지영
독립출판물 부스에서는 평소 관심있던 작가들과 즉석 만남이 이뤄져, 팬심을 전하기 쉬웠다. ⓒ박지영
독립출판물 부스에서는 평소 관심있던 작가들과 즉석 만남이 이뤄져, 팬심을 전하기 쉬웠다. ⓒ박지영

③ 듣고 보고 체험하고 배우는 즐거움이 있다

도서전에서는 선별된 신간 및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특정 출판물보다는 다양한 출판물을 접하게 되어 독서 취향을 더 확장할 수 있고, 평소에 놓쳤던 고전이나 필독 도서들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한정판 도서, 리커버 도서, 아름다운 도서 등도 접할 수 있어 애서가들에게는 앞으로의 독서 목록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특히,‘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소외 받는 인간과 인간 외의 존재에 대해 돌아보자는 취지’로 정해진 올해의 주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NOHUMAN> 전시에는 주제 관련 도서 600여 권을 '사라지다'·'저항하다'·'가속하다'·'교차하다'·'가능하다' 등 5개 분야로 나눠 읽을 수 있도록 분류해 두어 색다른 도서 큐레이팅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디자인과 시각적 이미지에 공들인 부스들이 많아서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컸다. ⓒ박지영
디자인과 시각적 이미지에 공들인 부스들이 많아서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컸다. ⓒ박지영
출판 관련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 입주 창작자를 지원하는 플랫폼 P의 홍보 부스 ⓒ박지영
출판 관련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 입주 창작자를 지원하는 플랫폼 P의 홍보 부스 ⓒ박지영

도서전이라고 해서 책만 보는 건 아니다. 한국의 우수한 출판 저작권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저작권 센터’가 마련되어 관련 전문 상담 업무가 진행되었다. 문학과 관련된 강의 외에도 ‘출판계약을 위한 저작권법 기초’, ‘해외 출판 실무자에게 듣는 권역별 출판시장 현황’, ‘원천 IP 발굴과 재생산’ 등 저작권 세미나도 마련되어 있어, 출판인과 관련 정보가 필요한 시민들에게도 좋은 학습의 장이 되었다.
국내외 저작권 관련 궁금한 점들을 해소할 수 공간도 마련되었다. ⓒ박지영
국내외 저작권 관련 궁금한 점들을 해소할 수 공간도 마련되었다. ⓒ박지영

이외에도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두를 위해 건강한 식생활을 제안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후미식>, 한국의 책 디자인이 세계에 소개될 수 있도록 독일 북아트재단과 협력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est Book Design in Korea)> 전시, 각 개별 부스에서 진행하는 전시, 이벤트, 체험 등이 풍성했다. 
공모에 선정된 10종의 아름다운 책들을 특별히 꾸민 서가에서 전시했다. ⓒ박지영
공모에 선정된 10종의 아름다운 책들을 특별히 꾸민 서가에서 전시했다. ⓒ박지영
역사를 지닌 출판물 전시, 원화 및 원서 전시 등 크고 작은 전시들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박지영
역사를 지닌 출판물 전시, 원화 및 원서 전시 등 크고 작은 전시들이 있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박지영

행사는 끝났지만 서울국제도서전 누리집에선, 각 프로그램에 선정된 도서들을 이미지와 함께 소개하고 있고 강연 및 기타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도 되고 있어, 현장에 방문하지 못한 시민들도 대략적인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도서전을 놓친 아쉬움이 그래도 남는다면, 11월 초까지 운영되는 시청광장의 ‘책읽는 서울광장’과 ‘광화문 책마당’, 각 지역구 도서관을 방문해 독서 삼매경을 즐겨보길 권한다.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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