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새로운 취향 '독립출판'의 매력 속으로!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0.07.30. 15:00

수정일 2020.07.30. 17:14

조회 3,943

2층 ‘공연전시홀’에서 독립출판 전시가 열리고 있다.

문화실험공간 '호수' 2층, ‘공연전시홀’에서 독립출판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박분

‘독립출판이란 무엇일까? 동네 골목길에서 만난 독립서점은 또 어떤 책방일까?’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속에 송파구 석촌호수에 위치한 문화실험공간 ‘호수’에서 ‘독립출판, 책의 새로운 취향’ 전시가 열려 다녀왔다.

지난 7월 1일 개관한 문화실험공간 ‘호수’는 3층 규모의 시설로 공연전시홀, 다양성 영화관, 악기라운지, 쿠킹스튜디오 등의 공간으로 구성돼 전시, 공연, 음악감상, 영화관람 등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독립출판’이란 작가가 출판의 전 과정에 참여해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책을 만드는 출판문화를 말한다. 기존의 출판사에서 잘 다루지 않는 콘텐츠를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독립출판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개성 있는 매체로 나날이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2020년 송파책박물관이 기획한 첫 순회전으로 독립출판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2020년 송파책박물관이 기획한 첫 순회전으로 독립출판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박분

이번 전시는 2020년 송파책박물관이 기획한 첫 순회전으로 책에 새로운 취향을 담아낸 독립출판의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1세대 독립출판물부터 독립서점 추천도서까지, 잡지와 단행본, 전자책 등 400여 점의 자료와 인터뷰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부에서 총 4부까지 구성되어 있다. 1부 ‘출판, 독립하다’에서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출판문화를 각인시킨 1세대 독립출판물 ‘싱클레어’, ‘헤드에이크’ 등을 연속간행물과 전자책 형태로 전시하고 있다. 독립출판은 주류에서 벗어난 비주류 출판문화이다. 한국의 독립출판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화로 조명을 받게 된 배경에는 젊은 세대들이 만든 독립잡지의 출현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독립잡지 ‘싱클레어’ 창간을 시작으로 다양한 독립잡지가 출현했는데 이는 국내 독립출판문화 활성화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독립출판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대중은 독립출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독립출판 제작자들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독립출판 제작자들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박분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에게 책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전시 2부 ‘저 책 만드는데요?’는 독립출판을 선택한 작가들이 겪었던 감정과 뒷이야기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성출판에 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독립출판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직접 기획하고 편집 프로그램을 활용해 개성 있고 자유롭게 펴낼 수 있는 점이 독립출판의 장점이죠.”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독립출판이 갖는 문화적 의미와 독립출판인들의 보람, 바람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나만 빼고 독립출판’, ‘이 책을 팔아 커피를 살 수 있을까?’, ‘이것도 책인가요?’ 등 독립출판을 선택한 작가들의 경험담을 담아낸 출판물도 전시돼 있어 비슷한 취향을 가진 독자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서울 23곳의 독립서점이 표시된 지도도 흥미롭다

서울 23곳의 독립서점이 표시된 지도도 흥미롭다. ⓒ박분

3부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에서는 독립출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제 중 '나, 감정, 엄마, 퇴사, 동네' 등 13개의 주제어를 선정해 책을 소개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열고 있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나의 남산 타워’, ‘비로소 여행’ 등 주제어별로 선별해 진열했다. 별별 취향을 담아낸 책부터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질만한 주제를 담고 있는 책까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독립출판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에 위치한 23곳의 독립서점 지도도 선보이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새벽감성1집’, ‘공상온도’, ‘스토리지북앤필름’ 등 지도를 따라 감성이 묻어나는 핫한 독립서점들을 눈으로 훑어보니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궁금증이 인다.

사실 독립서점은 주인의 취향과 서점의 개성에 따라 책을 선별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독립출판의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독립출판의 영역을 넓히는 문화공유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08년 이후 독립서점들이 홍대·서촌·북촌을 중심으로 문을 열었고, 현재까지 그 수가 확대되면서 독립출판문화 역시 지속적으로 성장했음을 독립서점 지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4부 전시에서는 각 독립서점 운영자가 주목한 올해의 출판물이 소개되고 있다

4부 전시에서는 각 독립서점 운영자가 주목한 올해의 출판물이 소개되고 있다. ⓒ박분

4부 ‘서점, 어디까지 가봤니?’ 코너에서는 각 독립서점 운영자들이 주목한 올해의 독립출판물 대표도서를 1종씩 소개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었다. 이른바 ‘독립서점이 사랑한 책’들이다.

전시장에는 책을 볼 수 있는 아늑한 독서 공간도 보인다. 앞면이 통창으로 돼 있는 이곳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채광이 좋아 실내조명이 빛을 잃을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석촌호수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책을 보는 동안 호수감상도 겸할 수 있어 좋다.

 

석촌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아늑한 독서공간도 마련됐다

 석촌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아늑한 독서공간도 마련됐다. ⓒ박분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와 나만의 책 만들기 체험코너에 참여해볼 수 있다.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와 나만의 책 만들기 체험코너에 참여해볼 수 있다. ⓒ박분

전시 후에는 체험 코너도 참여해보자.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와 디지털 책 표지를 디자인하는 ‘나만의 책 만들기’ 등 체험코너 두 곳이 마련돼 있다. 특히 독립출판물을 읽고 느낀 감상을 직접 만든 책갈피에 담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본다면 책에 대한 감상이 더욱 배가되지 않을까 싶다. 

석촌호수도 둘러보고 멋진 독립출판물 매력에 빠져보자

 석촌호수도 둘러보고 멋진 독립출판물 매력에 빠져보자. ⓒ박분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독립출판과 독립서점, 그리고 독립출판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접하고 체험하는 동안 어려운 시기에도 이처럼 개성 넘치는 책을 꾸준히 만드는 이들이 있음에 큰 위안이 되었다. 코로나19가 빚어낸 문화 공백기에 독립출판사가 만든 멋진 책들 이야기에 푹 빠져보면 어떨까?

■ ‘독립출판, 책의 새로운 취향’ 展
○ 기간 : 2020. 07. 20. ~ 2020. 12. 31.
○ 위치 : 문화실험공간 ‘호수’(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길 256 석촌호수)
○ 운영시간 : 매일 10:00~20: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 : 무료
○ 문의 : 02-3431-9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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