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와 옛이야기 나누고 싶은 곳, 연남동 서점골목(feat. 벚꽃샤워)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04.22. 11:00

수정일 2022.04.22. 11:00

조회 6,618

[골목원정대] 독립서점 마니아라면 푹 빠질 수밖에 없는 곳!
연남동 미로골목과 문화공간거리 ⓒ김윤경
연남동 미로골목과 문화공간거리 ⓒ김윤경

문득 삶이 팍팍할 때, 친구들과 재미있는 곳을 구경했던 소소하고 즐거웠던 날들이 떠오른다. 삶에 바빠 연락이 뜸해진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순수하게 친구들과 웃던 추억이 그립다. 다시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독립서점과 문화복합공간이 모인 곳, 바로 연남동이다.

연남동 골목은 흩날리는 벚꽃처럼 곳곳마다 즐거움이 넘친다. 한적한 날은 여유로워 좋고, 북적거리는 날은 활력 있어 즐거운 곳이다. 사계절 모두 어울리지만, 특히 꽃망울이 터지는 봄이 가장 경쾌하다. 경의선 숲길의 만개한 벚꽃과 목련 덕일까.

독립서점은 출판사 책이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책을 파는 곳인 만큼, 서점마다 분위기가 달라 그 특징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혼자 가도 좋지만 오랜 친구들과 함께라면 몇 배 더 즐거울 듯싶다. 4월 23일 세계 책의 날과 도서관 주간(4월 12~18일)을 맞아 다양한 책과 필기구, 문화가 어우러진 연남동 골목을 찾았다.
연남동 서점골목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 옛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곳이다. ⓒ김윤경
연남동 서점골목은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 옛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곳이다. ⓒ김윤경

# 독립서점 '헬로인디북스'

“저희 어머니가 직접 만드신 가방인데요. 여기에 넣어 드릴게요.” 
가득 구매한 책을 예쁜 천 가방에 넣어 주자, 손님의 입이 귓가에 걸렸다. 읽고 싶은 책을 사고 멋진 가방까지 받은 손님은 발걸음도 가볍다.

홍대입구역에서 연남동 골목길로 들어서면 독립서점 ‘헬로인디북스’가 보인다. 간판은 없지만 유리창에 새겨진 상호로 알 수 있다. 상호보다 '책방 오픈'이라고 쓰인 초록색 입간판이 눈에 띄어 호기심을 더한다. 2013년 창천동에서 시작한 서점은 다음해 이곳에 정착했단다. 
독립서점 '헬로인디북스' ⓒ김윤경
독립서점 '헬로인디북스' ⓒ김윤경
'헬로인디북스' 내부 ⓒ김윤경
'헬로인디북스' 내부 ⓒ김윤경

이곳은 독립서점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양한 책을 만나는 즐거움은 물론,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안긴다. 에코백과 컵홀더 가방, 엽서가 마음을 끈다. 

계산대 앞에 놓인 스탬프를 찍어 보거나 엽서와 책갈피를 기념으로 가져가도 좋다. 규격과 재질이 다른 책들이 자유롭게 놓인 모습에서 독립서점의 정체성을 보는 듯하다.  
책을 넣어 건네준 가방. 주인은 지도를 가리키며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김윤경
책을 넣어 건네준 가방. 주인은 지도를 가리키며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김윤경

“엊그제 새로 지도가 나왔는데요. 이 근방이 아주 잘 나와 있어요. ”
가게 앞에 노란색 지도가 쌓여 있길래 물어봤더니, 친화력 좋은 주인은 지도를 건넸다. 독립서점을 잘 몰라도, 처음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헬로인디북스를 지나 경의선 숲길 방향으로 벚꽃을 보며 걷다 보면 발밑에 ‘기록상점’이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보인다. ‘기록상점’은 콘텐츠와 지역 유휴공간을 연결하여 지역상권 생태계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탄생한 곳이다. 빨간 벽돌 주택으로 된 이곳에서는 책, 편집숍은 물론 전시와 음료도 즐길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김윤경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김윤경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내부 ⓒ김윤경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내부 ⓒ김윤경

계단을 올라 까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쪽에는 필기구와 소품, 왼쪽에는 전시 공간인 쇼룸 A·B가 보인다. 필기구를 보고 있으니 학창 시절에 공부하는 게 지루해질 때마다 친구들과 색색의 펜을 바꿔 가며 필기했던 기억이 스친다. 그 시절 친구와 만나 필기구를 보게 되면 함께 공유할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내부의 작은 전시 ⓒ김윤경
복합문화공간 '기록상점' 내부의 작은 전시 ⓒ김윤경
이야기 수집가의 방 ⓒ김윤경
이야기 수집가의 방 ⓒ김윤경

기록상점에서는 4월 24일까지 전시 <FIND YOUR STORY: 이야기 수집가의 방>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 대표이자 이야기 수집가인 두 사람의 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전시이다. 이곳에서 만든 스토리 툴킷을 구매해 작고 소중한 내 일상 속 이야기를 기록해 볼 수 있다. 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 남긴 글을 읽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4층 ⓒ김윤경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4층 ⓒ김윤경

3층은 창작을 위한 공간, 4층과 다락 공간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장소다. 2층에서 인원수에 맞게 세트를 구매하여 올라가자. 디저트와 음료 세트는 수묵화 커피와 헛개 열매차 중에서 하나,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와 브라우니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조용한 공간에 차와 디저트까지 8천 원이라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천장이 낮은 다락에 앉아 쌓아 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독립서점 '아침달'

아침달은 시집으로 가득한 곳이다. 학교 축제 때 대강당에서 시를 읊던 친구가 문득 생각났다. 시를 잘 알지는 못했지만, 낭랑한 목소리의 친구가 들려 주는 시가 참 멋스러웠다. 시가 주는 매력. 이곳 역시 그런 느낌이다. 
독립서점 '아침달'. 건물 2층이다. ⓒ김윤경
독립서점 '아침달'. 건물 2층이다. ⓒ김윤경
시집으로 가득한 '아침달' 내부 ⓒ김윤경
시집으로 가득한 '아침달' 내부 ⓒ김윤경

통유리창 앞에 있는 나무 탁자에 앉아 시집을 읽으면 시의 흐름이 한층 깊이 다가올 것 같다. 투박한 나무 탁자가  오히려 시의 감성과 균형을 이루는 듯싶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모임이나 시 낭송도 활발했으나 지금은 비정기적으로 온‧오프로 나뉘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현재는 회원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라니 기다려 보자. 언젠가 그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시 낭송을 들을 날이 오지 않을까. 
'서점 리스본&포르투' ⓒ김윤경
'서점 리스본&포르투' ⓒ김윤경

# '서점 리스본&포르투'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는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에 안정적인 삶을 던지고 리스본으로 떠나는 57세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서점 리스본' 역시 책에서 그런 설렘을 찾길 바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2021년 9월, 2호점인 '포르투'와 합쳐져 현재는 '서점 리스본&포르투'로 운영되고 있다. 
'서점 리스본&포르투'의 내부 ⓒ김윤경
'서점 리스본&포르투'의 내부 ⓒ김윤경

1층 '리스본'은 문학, 인문, 예술책, 2층 '포르투'는 생일책, 비밀책과 독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3층에서는 주말에 한해 네이버 예약을 통해 책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4층은 루프탑으로 되어 있다. 상담을 받으러 가기 전, 평소 좋아하는 책 3권을 생각해 보고 가길 추천한다고 한다. 

서점 리스본&포르투에서는 글짓기와 심리 등 다채로운 온‧오프라인 모임도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리스본 레터를 신청해 이곳의 소식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생일책과 비밀책이 있는 2층 '포르투' ⓒ김윤경
생일책과 비밀책이 있는 2층 '포르투' ⓒ김윤경

2층 '포르투'에서는 생일책과 비밀책을 구매할 수 있으며, 본인 취향에 맞는 책 상담을 해 준다. 생일책 세트는 예약 주문할 수 있는데,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이나 생일이 같은 인물, 생일에 초판 발행한 책 등 생일과 관련한 책들로 구성된다. 

날짜에 따라 책이 달라지는 만큼 가격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생일에 맞춰 보내주지는 않기 때문에 미리 주문해 2층 책장에 꽂아두었다가 생일에 찾아가는 사람도 있단다.   
'서점 리스본&포르투' 내부 ⓒ김윤경
'서점 리스본&포르투' 내부 ⓒ김윤경

“포장지에 문구가 적혀 있어, 어느 정도 취향은 파악할 수 있어요.”
포장지에 싸인 비밀책도 궁금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열어 보는 설렘도 크겠지만, 어느 정도 취향에 맞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싶어 물었더니 직원이 대답했다. 

책이 내 편이 되는 공간, 책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을 지향하는 '서점 리스본&포르투'에서 오랜만에 설렘을 느껴 보고 또 다른 나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이외에도 연남동에는 동네서점, 복합문화공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림책을 전문으로 하는 그림책방 ‘곰곰’ , 여행서적을 파는 ‘책크인’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찾아 방문해 보며 독립서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보는 꽃구경은 덤이다. ⓒ김윤경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보는 꽃구경은 덤이다. ⓒ김윤경

이곳에 오니 예전에 친구들과 나누었던, 잊고 있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훗날 특별한 책과 차를 함께 파는 공간을 열고 싶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독립서점, 복합문화공간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필자도 친구들도 모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함께 이곳에 온다면 잠시라도 꿈이 가득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듯싶다.

그렇기에 연남동 동네서점과 복합문화공간들은 소중한 오랜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 특히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 마음을 나누거나 채우고 싶을 때 오면 좋을 것 같다. 이 봄이 가기 전에 친구와 함께 이야기가 풍성해질 연남동 서점골목을 다시 찾을 수 있기 바란다.

특색 있는 골목을 찾아서 '골목원정대'가 간다!

서울시민기자가 '골목원정대'가 되어 서울의 특색 있는 골목·거리·가게를 소개합니다! 시민기자가 찾은 보물 같은 골목에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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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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