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보안내단말기, 마을버스 정류장에도 많이 생긴다!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2.11.01. 14:10

수정일 2022.12.13. 16:12

조회 5,421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26) 나날이 발전하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한우진 시민기자
서울시 버스정보안내 단말기 신형 화면 ©서울시
서울시 버스정보안내 단말기 신형 화면

지난 2004년 서울 대중교통 대개편 이후 서울시 버스의 서비스 수준은 꾸준히 높아져 왔다. 그 중에서 시민들이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버스도착안내장치일 것이다.

과거에 지하철과 버스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 이것이었다. 지하철에는 승강장에 행선안내게시기가 설치되어서, 이번 열차와 다음 열차의 행선지가 표시되었다. 또한 1기 지하철(1~4호선)의 플랩식(Flap式) 시절에는 열차가 곧 도착할 예정이면 글자에 빨간 불이 들어왔으며, 2기 지하철(5~8호선)에는 LED식 행선안내게시기에 꼬마 열차 그림 표시가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열차의 도착 예정 정보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아울러 지금은 화질이 선명하고 내용도 많이 들어있는 LCD방식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버스에는 이런 설비가 없었다. 따라서 승객들은 버스가 언제 올지 계속 긴장하면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깐 방심한 사이에 버스가 지나가 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심리적 불안은 버스 이용의 주요 불편 요소였고, 이에 따라 서울시는 버스관리시스템의 안정화에 맞추어 지난 2007년부터 버스정류장에 버스도착을 안내하는 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버스정보안내단말기(Bus Information Terminal(BIT))라고 한다.
서울시 버스관리시스템 현황도 ©서울시
서울시 버스관리시스템 현황도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는 이 정류장을 지나가는 버스의 도착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기상 악화나 집회 등으로 버스 노선이 일시적으로 변경될 때 안내를 해주는 등 폭넓은 정보 제공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도착 예정 버스의 혼잡도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되었는데, 이는 지하철보다도 앞선 첨단 기능이었다.

요즘은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회이다 보니 이런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장치다. 일단 전기 장치이므로 당연히 전원이 필요한데, 외진 곳에 있는 버스정류장은 근처에 전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전원이 있다 해도 공중에 전깃줄을 연결할 수는 없으니 지하로 땅을 파야 하는데 여기서 또 많은 비용이 든다.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자체의 가격도 상당하다. 물론 컴퓨터 본체에 비해 모니터 값이 저렴하듯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중앙 버스관리시스템에 비하면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가격은 저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서울시의 버스정류장 수가 5,500여개나 되기 때문에 여기에 일일이 다 설치하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는 야외에 설치된다. 비바람과 추위, 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1년 내내 동작을 해야 한다. 당연히 수명이 짧아지며, 그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비용이 높아진다. 즉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설치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독립형 BIT ©서울시
독립형 BIT

그래서 서울시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모델을 다양화하여 비용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우선 대형 버스정류장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델이 독립형이다.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단말기 화면을 따로 설치하는 게 아니라, 기존 버스정류장 표지판 위쪽 내부에 포함시켜 설치한 것은 알뜰형이다. 이렇게 하면 기둥 설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니형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전용 제어장치 대신 재활용 휴대폰 부품을 이용하여 정보를 표출하도록 만든 것이다. 화면도 한 줄로 줄여서 꼭 필요한 정보만 알 수 있게 하였다. BIT의 가격은 독립형 > 알뜰형 > 미니형일수록 저렴하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래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운영 단계에서 전기료와 유지보수비까지 들고 심지어 내용 연수까지 짧다 보니, 의외로 서울시의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설치율은 32%(5,525개 정류장 중에 1,795곳 설치)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수치가 낮은 것은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제대로 설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마을버스가 다니는 곳은 대부분 길이 좁고 동네 골목길 같은 곳이 많다. 이런 곳은 버스정류장 표지판이 설치된 것이 다행일 정도이니,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까지 설치하기에는 어려움이 큰 것이다.
알뜰형 BIT(왼쪽)와 미니형 BIT(오른쪽) ©서울시
알뜰형 BIT(왼쪽)와 미니형 BIT(오른쪽)

이밖에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설치 우선순위 >도 생각해봐야겠다. 아무래도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버스가 한두 노선 다니는 곳보다는 여러 노선이 다니는 곳에 먼저 설치해야 할 것이다. 똑같은 장비를 가지고 적은 정보를 보여준다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승객이 적은 곳도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이렇게 노선수가 적고 동시에 승객까지 적은 곳들이 바로 마을버스 정류장들이라 지금까지 제대로 설치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노선수와 이용객이 적다면 굳이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를 설치하기보다는, 승객이 스마트폰으로 버스 도착을 직접 확인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교통이 안 좋고 길이 좁아 마을버스가 운행하는 곳에 사회적 약자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스마트폰 사용이 쉽지 않으므로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가 오히려 더 필요하다.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 설치의 효율과 필요성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추가로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버스의 운행 방식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버스정류장에 타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리는 사람만 있다면 이런 곳에는 굳이 BIT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BIT는 버스를 타려는 사람을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런 곳으로는 버스 종점(차고지) 도착 직전 정류장을 들 수 있다.
서울시 마을버스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시 마을버스

버스 차고지 출발 직후 정류장도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효용이 떨어지는 곳이다.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는 기본적으로 운행 중인 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아직 차고지에서 나오지 않아 운행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버스 상태를 알 수 없다. 도착까지 남은 시간을 알 수가 없고, 그냥 ‘차고지’라고만 표시된다. 버스가 비로소 차고지에서 나와도 몇 분 만에 이곳 정류장에 도착하므로 정보가 제공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정류장으로 다가오는 버스가 없더라도, 버스의 시각표나 배차시간 등을 파악한 후  도착 예정 시각을 연산하여 보여줄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 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 서울시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에는 도입되지 않았다. 경기도에서는 스마트폰으로 확인 시 과거에 버스가 이곳을 지나간 시각들을 안내하여 운행 중인 버스가 없더라도 도착 시각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최근 도입했다.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은 배차시간이 긴 버스에 대해 과거 운행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경기도 버스정보시스템은 배차시간이 긴 버스에 대해 과거 운행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가 버스 서비스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 마을버스 정류장까지도 최대한 많이 설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721개까지 설치한 상황에서 내후년에는 거의 2배에 가까운 1,321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마을버스 단독 정류장 기준)

아무리 스마트폰 버스정보시스템이 발달해도 정류장에서 고개만 들면 곧바로 버스도착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의 편리성을 따라잡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버스정보시스템과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는 정보 출처는 같지만, 제공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한쪽이 마비되었을 때 대체재로서도 역할을 할 수가 있다. 1인 1스마트폰 시대라지만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를 열심히 설치해야 할 이유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이용자 중심의 버스정보시스템 개선 방향”, 대한교통학회 학회지 <교통기술과 정책> 16권 4호(2019)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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