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유생을 찾아라! '특별수사대'가 되어 걷는 한양도성

시민기자 이준엽

발행일 2023.04.26. 14:20

수정일 2023.04.26. 17:04

조회 1,555

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 현장 체험 미션 투어에 참여했다. ©이준엽
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 현장 체험 미션 투어에 참여했다. ©이준엽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상경했던 지방 유생이 한양도성 낙산 구간에서 강도를 만나 실종됐다는 사건 소식을 접하고 조선특별수사대원이 되어 사라진 유생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무엇보다 과거 시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순성길에 나섰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일찌감치 현장 체험 사전 예약을 하고 기다렸다.

손꼽아 기다리던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 체험 당일, 한양도성 낙산구간 시작 지점인 장수마을 표지석으로 향했다. 춘분이 지났건만, 오후 8시에도 한양도성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그래도 ‘조선특별수사대의 사건수첩 - 사라진 유생’ 행사가 한창인 낙산 구간은 실종된 유생을 찾기 위해 모여든 조선특별수사대원들의 눈빛으로 반짝였다.

현장 접수대에서 조선특별수사대 신분증과 사건수첩, 지도를 받아 들고, 사건 현장에 흩어진 단서와 목격자들을 찾기 위해 한양도성 순성길로 나섰다.
'사라진 유생'을 찾기 위해 수백 명의 조선특별수사대원이 한양도성 낙산 구간에 모였다. ©이준엽
'사라진 유생'을 찾기 위해 수백 명의 조선특별수사대원이 한양도성 낙산 구간에 모였다. ©이준엽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 행사가 한창인 낙산 구간은 수백 명 조선특별수사대원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준엽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 행사가 한창인 낙산 구간은 수백 명 조선특별수사대원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준엽

조선특별수사대원들은 도성의 순찰을 담당하는 순라군들의 안내에 따라, 소규모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안전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의 첫 번째 목격자는 성돌 보수공사의 책임자인 감역관이었다. 감역관은 범인의 단서를 알려주기 전에, 한양도성 축성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다. 각자성석(刻字城石)으로 성돌에 성벽을 쌓은 지역이나 책임자의 이름을 새겨 넣어 나중에 성벽이 무너지면 해당 지역에 보수공사를 다시 맡겨 성벽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자랑이었다. 한양도성에 대한 설명을 마치고 감역관은 그 역할에 걸맞게 비석치기 놀이를 통해 유생이 어디로 잡혀갔는지, 추리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서를 알려주었다.
'소문의 실마리를 잡아라!' 조선특별수사대원이 현장 단서를 통해 사라진 유생의 행방을 추리하고 있다. ©이준엽
'소문의 실마리를 잡아라!' 조선특별수사대원이 현장 단서를 통해 사라진 유생의 행방을 추리하고 있다. ©이준엽
아낙네들이 저잣거리 소문을 보여주며 유생이 어느 방향으로 잡혀갔는지 행적을 알려주고 있다. ©이준엽
아낙네들이 저잣거리 소문을 보여주며 유생이 어느 방향으로 잡혀갔는지 행적을 알려주고 있다. ©이준엽

계속해서 순성길을 따라 걷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채소 가게 앞에서 아낙네들을 만났다. 아낙네들은 저잣거리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며, 여기저기 붙어 있는 단서들로 조선특별수사대원들을 안내했다. 이어서 소문이 적혀 있는 문서를 높이 펼쳐들고 자음과 모음, 숫자를 함께 추리하여 유생이 어느 방향으로 잡혀갔는지 행적을 알려주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답을 알아내려는 어린 수사대원들의 놀라운 집중력을 엿볼 수 있었다.

마침내 아낙네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마전터에 널어 놓은 빨래의 모양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다. 모든 단서는 결국 혜화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성 여기저기에서 조선시대 복장과 말투로 실감나게 연기하는 감역관, 재담꾼, 아낙네, 보장사, 순라군 덕분에 정말 과거에 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일일 수사대원들은 금세 사건 추리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수사대원들이 수사 결과가 알려지지 않도록 가족끼리 소곤소곤 속삭이는 것을 보며, 사람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현장 체험에 몰입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마전터에 널어 놓은 빨래의 모양에서 혜화문으로 가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다. ©이준엽
마전터에 널어 놓은 빨래의 모양에서 혜화문으로 가라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았다. ©이준엽
사건의 진실을 밝힐 그림자 열쇠를 획득하려면 재담꾼과 민속놀이를 해서 이겨야 한다. ©이준엽
사건의 진실을 밝힐 그림자 열쇠를 획득하려면 재담꾼과 민속놀이를 해서 이겨야 한다. ©이준엽

조선의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재담꾼들과 윷점을 치고, 단체 제기차기, 주사위 놀이를 신나게 하고 나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그림자 열쇠'를 획득할 수 있다. 혜화문으로 자리를 옮겨 그림자 열쇠로 그림자 퍼즐을 맞추고 나니 마침내 범인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행히 실종된 유생은 안전하게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에 피신해 있었다.
재담꾼들에게 얻은 그림자 열쇠로 혜화문 곳곳에 있는 그림자 퍼즐을 맞추고 나니 범인을 알 수 있었다. ©이준엽
재담꾼들에게 얻은 그림자 열쇠로 혜화문 곳곳에 있는 그림자 퍼즐을 맞추고 나니 범인을 알 수 있었다. ©이준엽
일일 조선특별수사대원이 되어 사라진 유생을 찾고, ‘통’ 자가 새겨진 도장을 받으니 마음을 뿌듯했다. ©이준엽
일일 조선특별수사대원이 되어 사라진 유생을 찾고, ‘통’ 자가 새겨진 도장을 받으니 마음을 뿌듯했다. ©이준엽
조선시대 복장과 말투로 연기하는 감역관과 재담꾼, 아낙네, 보장사, 순라군 덕분에 체험이 더 실감났다. ©이준엽
조선시대 복장과 말투로 연기하는 감역관과 재담꾼, 아낙네, 보장사, 순라군 덕분에 체험이 더 실감났다. ©이준엽
봄밤의 낭만적인 정취 아래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으로 새로운 추억 하나를 쌓았다. ©이준엽
봄밤의 낭만적인 정취 아래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으로 새로운 추억 하나를 쌓았다. ©이준엽

1시간 남짓 일일 조선특별수사대원이 되어 현장 조사와 추리를 해서, 답을 맞추고 ‘통’ 자가 새겨진 도장을 받으니 마음이 뿌듯했다. 무엇보다 함께 참여한 둘째 딸이 체험 프로그램 내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봄밤의 낭만적인 정취 아래 '2023 한양도성 달빛야행'으로 한양도성의 매력을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추억 하나를 쌓는 시간이었다.

시민기자 이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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