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 낙산 구간에 무슨 일이?! '조선특별수사대'가 떴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4.25. 10:20

수정일 2023.04.25. 19:36

조회 447

유생이 사라졌다. 음력 3월 초하루 늦은 밤, 과거시험을 보러 지방에서 올라온 유생이 실종됐다. 한양도성을 순성하면 시험을 잘 본다는 속설을 따라 나섰다가 실종되었다고 한다. 한양도성에서는 사라진 유생을 찾기 위해 수사대를 신청 받아 금, 토 양일에 걸쳐 총 4회 수사를 진행했다.
사라진 유생을 찾기 위해 ‘조선특별수사대’가 출동했다.ⓒ이선미
사라진 유생을 찾기 위해 ‘조선특별수사대’가 출동했다. ⓒ이선미

혜화문 맞은편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부험이 필요하다고 막아섰다. 출입하는 문과 시간이 쓰인 출입증이 필요했다. 두 개로 쪼개 하나로 맞춰보는 징표처럼 출입을 위해 반쪽짜리 부험을 찾아 맞추고 올라갔다. 가뜩이나 실종 사건 때문에 출입증 확인이 더 엄격해진 분위기였다.
문 이름과 시간이 적힌 도성 출입증을 찾아 맞추고 올라갈 수 있었다.ⓒ이선미
문 이름과 시간이 적힌 도성 출입증을 찾아 맞추고 올라갈 수 있었다. ⓒ이선미

낙산구간 암문에서 내려오는 장수마을과 혜화문 쪽에서 올라가는 길에서 조선특별수사대의 사건수첩을 받고 수사에 나섰다. 사전신청을 한 수사대 외에 현장접수도 선착순으로 가능했다. 
“수사대 신청을 하셨소? 수첩을 받고 저쪽으로 가서 줄을 서시오.”
“알겠소. 고맙소.”
갑자기 사극 속으로 들어간 듯 말투가 덩달아 달라졌다.ⓒ이선미
갑자기 사극 속으로 들어간 듯 말투가 덩달아 달라졌다. ⓒ이선미

시간을 기다리며 사건수첩을 들여다보았다. 다들 진지하고 흥미롭게 시작을 기다렸다. 먼저 ‘각자성석의 감역관을 찾아라’가 미션이었다. 사라진 유생을 마지막으로 목격했다는 감역관이 개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유생이 사라졌고, 실종신고가 들어와서 수사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시작을 기다리며 사건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선미
참가자들이 시작을 기다리며 사건수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선미
감역관이 한양도성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하고 유생 실종사건을 설명해 주었다. ⓒ이선미
감역관이 한양도성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하고 유생 실종사건을 설명해 주었다. ⓒ이선미

마을사람들의 진술도 들어야 하고 곳곳에 흩어진 단서들을 통해 유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과연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제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비석치기를 해서 총 네 개의 단어를 찾아 출발해야 한다. 참가자들이 나서서 비석치기를 하는데 감역관의 연기가 어설픈 듯 우스워서 다들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시작부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비석치기를 해서 총 네 개의 단어를 찾아야 출발할 수 있다. ⓒ이선미
비석치기를 해서 총 네 개의 단어를 찾아야 출발할 수 있다. ⓒ이선미

성곽길 곳곳에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암호처럼 설치돼 있었다.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숨겨놓은 힌트 같기도 하고 함정 같기도 했다. 이제 마침내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저자거리의 여인들이 야채와 분, 연지 등을 펴놓고 있었다.
저자거리에서 여인들이 야채와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 ⓒ이선미
저자거리에서 여인들이 야채와 화장품을 팔고 있었다. ⓒ이선미

“야채 좀 팔아주시오. 싱싱했던 야채가 해가 저무니 시들해졌소~” 여인들이 한바탕 너스레를 떨고는 물었다.
저자거리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라. ⓒ이선미
저자거리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라. ⓒ이선미

“그런데 혹시 수사관들이시우? 지금 마을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오, 그거 아시오?” 목소리를 낮추며 여인들이 주거니 받거니 말을 이었다.

“형님, 그 얘길 했다가 경을 치르고 싶소?”,  “하지만 수사관들이라니 알려줘야 하지 않겄어? 어떠쇼. 비밀을 지킨다고 약속하면 아는 걸 알려주겠소! 다들 약속하겠소? 여인들의 제안에 참가자들이 너나없이 큰 목소리로 “약속하오!”라고 답했다.

“편지가 왔다고 하오. 사람들은 죽은 유생이 보낸 거라며 부정 탄다고들 하는데, 수사관들이라고 하니 편지를 보여주겠소. 이걸 보고 유생도 꼭 찾아주시오!” 여인들이 석 장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온통 기호와 숫자 뿐인 편지였다. 참여자들은 사진을 찍어 그대로 그려보고 서로 궁리하며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여인들이 기호와 숫자로 가득한 편지를 보여주었다.ⓒ이선미
여인들이 기호와 숫자로 가득한 편지를 보여주었다. ⓒ이선미
참가자들이 편지를 보고 사건수첩에 메모 하며 답을 얻으려고 애쓰는 중이다.ⓒ이선미
참가자들이 편지를 보고 사건수첩에 메모 하며 답을 얻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이선미

‘소문의 실마리’를 살짝 듣고 내려오는 길에는 ‘밤의 마전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낮에 여인들이 빨래를 하던 마전터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실종자를 추적할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멀리서 볼수록 잘 보이는 한자 ‘문(門’)자가 빨래들 속에 숨어 있었다.
여인들이 모두 돌아간 빨래터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선미
여인들이 모두 돌아간 빨래터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선미

낙산 카페 ‘369마실’ 앞에서는 ‘재담꾼의 그림자 열쇠’가 수사에 좀 더 활력을 단서를 마련해주었다. 우선 재담꾼들은 유생의 실종에 대해 좀 더 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을 밝힐 수는 있는 것일까. 4명씩, 혹은 5명씩 수행하는 미션을 통해 그림자 열쇠를 얻어 유생의 행적을 뒤따라갔다.
재담꾼들이 사건의 열쇠를 꺼내놓았다. ⓒ이선미
재담꾼들이 사건의 열쇠를 꺼내놓았다. ⓒ이선미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통해 ‘그림자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이선미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통해 ‘그림자 열쇠’를 얻을 수 있었다.ⓒ이선미

몇 개의 단어와 숫자를 얻었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아직은 도무지 답을 얻기가 어려웠다. 이래서야 끝을 낼 수가 있을까. 그럴 때 찾으라는 ‘보장사’가 저만치에 있었다. 원래 보장사는 요즘으로 하면 메신저로, 이곳저곳을 순식간에 다니며 소식을 전하던 사람이라고 한다. 각 팀마다 궁금한 것을 그에게 물었다. 저마다 묻는 것이 다르니 돌아오는 대답도 달랐다.

“힌트를 원하오. 정답을 원하오?” 그는 여지없이 이렇게 물었고, 참가자들이야 또 당연히 “정답을 알려주시오.” 하고 답했다.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꾼 보장사가 참여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답을 해주고 있다.ⓒ이선미
떠돌아다니는 이야기꾼 보장사가 참여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답을 해주고 있다.ⓒ이선미

어느덧 해가 기울고 도성에 불빛이 하나둘 밝혀졌다. 길 건너 혜화문에도 불이 켜졌다. 이제 낙산을 내려가 혜화문으로 올라갔다. 과연 유생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한양도성전시관에서 그 결말을 만날 수 있었다.
어둠이 내리고 혜화문에도 불이 켜졌다.ⓒ이선미
어둠이 내리고 혜화문에도 불이 켜졌다.ⓒ이선미
참가자들이 혜화문에서도 단서를 찾고 있다.ⓒ이선미
참가자들이 혜화문에서도 단서를 찾고 있다.ⓒ이선미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한양도성 낙산구간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감칠맛나는 배우들의 연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긴 밤이었다. 오백 년 도읍 한양도성에서도 오늘날처럼 사건사고가 있었을 것이다. 즐거운 일도, 슬픈 일도, 축하하고 박수칠 일도, 두려운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시민들은 웃으며 도성을 즐겼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동료들끼리 찾아온 ‘조선특별수사대’는 끝나고 돌아서며 인사했다.

“고맙소, 또 봅시다~” 꽃피는 봄날의 ‘한양도성 달빛야행’, 서울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느낌으로 즐겨본 ‘조선특별수사대의 사건수첩’이었다.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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