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거리를 활보하는 기분! DDP에서 만난 영국 팝아트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4.10. 13:00

수정일 2023.04.10. 13:43

조회 1,343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가 7월 2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이선미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가 7월 2일까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다. ⓒ이선미

봄비가 내리던 오후,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도슨트 투어를 위해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향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는 10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들어선 ‘1960's Swinging London(1960년대 스윙잉 런던)’ 섹션 안쪽에 ‘TIME(타임)’지(誌) 표지가 보였다. ‘TIME’이 1960년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던 런던을 취재해 ‘런던: 스윙시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1960s Swinging London’ 섹션부터 도슨트 투어가 시작됐다. ⓒ이선미
‘1960s Swinging London’ 섹션부터 도슨트 투어가 시작됐다. ⓒ이선미

‘TIME’과 나란히 전시된 작품은 리처드 해밀턴(Richard Hamilton)의 ‘Swinging London(스윙잉 런던)’이다. 영국 록 그룹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가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돼 수갑을 차고 있는 기사에, 마약 복용보다 믹 재거의 여자친구인 마리안느 페이스풀에 대한 선정적 보도 등이 가혹하게 부각된 당시 언론을 고발하는 의미이기도 했다.
스윙 런던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리처드 해밀턴의 ‘Swinging London’은 '가혹한 언론'을 고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선미
스윙 런던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리처드 해밀턴의 ‘Swinging London’은 '가혹한 언론'을 고발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선미

리처드 해밀턴의 ‘오늘의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는 ‘최초의 팝아트’로 기록된 작품이다. 그는 팝아트, 즉 파퓰러 아트(Popular Art)를, “대중적이고, 덧없고, 소모적이고,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젊고, 섹시하고, 재치 있고, 교묘하며,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스윙 런던의 흐름을 토대로 예술과 기술, 대중문화의 관계에 관심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의 '인디펜던트 그룹(Independent Group)’영화와 광고, 공상과학소설, 팝 음악 등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팝아트 발전의 주요 인물인 에두아르도 파올로치(Eduardo Paolozzi) 역시 그 일원이었다.
'인디펜던트 그룹'의 일원인 에두아르도 파올로치의 ‘많은 그림, 많은 재미’ 안에는 이름처럼 실제로도 많은 재미가 들어 있다. ⓒ이선미
'인디펜던트 그룹'의 일원인 에두아르도 파올로치의 ‘많은 그림, 많은 재미’ 안에는 이름처럼 실제로도 많은 재미가 들어 있다. ⓒ이선미

‘대중문화와 팝아트’ 섹션에는 1967년 비틀즈의 앨범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 표지가 벽면을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비틀즈 멤버는 물론 마릴린 몬로와 밥 딜런, 심지어 칼 마르크스까지 콜라주 했다.

당시 팝아트와 대중음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의미없는 경계를 허물고자 했는데, 데렉 보쉬어(Derek Boshier)와 피터 블레이크(Peter Blake) 등이 작업한 비틀즈나 롤링스톤스의 앨범과 포스터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도 무척 재미있었다.
피터 블레이크의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 ⓒ이선미
피터 블레이크의 ‘페퍼 중사의 외로운 마음 클럽 밴드’ ⓒ이선미

영국 팝아트 거장들의 작품 속을 걷다 보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영국 거리를 활보하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비틀즈의 ‘애비로드’ 앨범의 배경인 횡단보도 앞에서는 정말로 그 당시 그 자리에 있는 듯했다. 다른 관람객들 역시 비틀즈 멤버인양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그 시대에 빠져 들었다. 출구를 나설 때 쯤에는 과거로부터의 여행에서 돌아온 기분도 들었다. 
관람객들이 비틀즈를 소환하는 런던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관람객들이 비틀즈를 소환하는 런던 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금기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조건 탐구 등을 통해 예술적 경계를 확장하고자 했던 팝아트에서 ‘섹슈얼리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였다. ‘팝아트와 섹슈얼리티’ 섹션은 성인만 관람하도록 했는데 실제로 수위가 높은 건 아니었다.
‘팝아트와 섹슈얼리티’는 성인만 관람하도록 했는데 그리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이선미
‘팝아트와 섹슈얼리티’는 성인만 관람하도록 했는데 그리 수위가 높지는 않았다. ⓒ이선미
브리티시 팝아티스트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도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선미
브리티시 팝아티스트의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도 다채롭게 구성됐다. ⓒ이선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Swimming Pool(스위밍 풀)’은 수영장에 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포토존으로, 거울이 설치돼 있어 멋진 셀카도 가능했다. 호크니가 특히 사랑했던 물의 이미지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호크니는 물의 반사하는 성질이나 항상 변화하고 움직이는 특징들에 매료됐다고 한다. 물이 항상 변화하듯 사람도 항상 변화한다. 항상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다. 그래서 물이 매력적이듯 사람도 아름답다. 호크니 역시 아직도 변화하고 있다.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해 바로 지금, 아이패드까지 왔어요. 이 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스위밍 풀’은 수영장에 들어선 듯한 독특한 공간으로 호크니가 사랑한 ‘물’을 생각해 보게 했다. ⓒ이선미
‘스위밍 풀’은 수영장에 들어선 듯한 독특한 공간으로 호크니가 사랑한 ‘물’을 생각해 보게 했다. ⓒ이선미

호크니는 2009년 아이폰을 만나 새로운 작업을 해왔다. 요즘도 매일 아침 만나는 일상을 드로잉해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한다고 한다. 할아버지 작가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 앞에서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그것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를 묻는 것이기도 하다. 1960년대 런던에 필요했던 변화가 있고, 오늘 우리에게 요구되는 변화가 있다. 개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관람객들이 호크니의 디지털 드로잉에 대한 도슨트 해설을 듣고 있다. ⓒ이선미
관람객들이 호크니의 디지털 드로잉에 대한 도슨트 해설을 듣고 있다. ⓒ이선미

전시장에는 런던에 있는 느낌으로 인증샷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 지친 다리를 쉬게 하며 영상을 관람할 수 있는 편안한 방도 있다. 제대로 레트로 공간이었다. 
런던 풍경을 재현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편하게 앉아 영상을 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이선미
런던 풍경을 재현한 공간에서 관람객들은 편하게 앉아 영상을 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이선미

영국의 팝아트 문화를 만들어온 데이비드 호크니와 팝아트 거장 14인의 작품을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브리티시 팝아트’ 전시는 그 현란한 색채와 분위기만큼이나 볼거리도 풍성했다. 시간이 맞는다면  도슨트 투어에 함께 하는 것도 좋겠다. 스쳐지나가 버릴 수도 있는 요소들을 안내해 주는 덕분에 전시의 수확이 배가된다. 

한영수교 140주년 특별전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 전시일정 : 2023. 3.23~ 7.2(휴관일 없음)
○ 위치 : 서울시 중구 을지로 281 DDP 뮤지엄 지하 2층 전시 1관
○ 교통 :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 2번 출구
○ 시간 : 10:00-20:00 (입장 19:00)
※ 도슨트 : 월-금요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누리집, 티켓 예매하기(예스24), 인스타그램
○ 관람비용 : 성인 (만19~64세) 20,000 / 청소년 (만13~18세, 증빙자료 제시) 15,000 / 어린이 (만4~12세) 13,000
○ 문의 : 070-4800-2847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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