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움트는 계절, 은평둘레길로 봄 맞이 산책 떠나요~
발행일 2023.03.16. 10:10
주말 산책 코스로 은평둘레길의 다섯 코스 중 '백련산불광천길'을 방문했다. ⓒ이준엽
기자는 어린 시절 은평구 산밑 동네에 살았다. 대문 밖으로 열 걸음만 나가면 바로 산이 있었기에 틈만 나면 친구들과 온 산을 헤집고 놀았다. 매일 눈만 뜨면 보이는 산이었지만, 기자에게는 사계절 신나는 특별한 놀이터였다. 나무도 오르고, 아카시아 꽃도 많이 땄다. 목이 마르면 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시고, 알밤과 도토리도 주웠다. 무슨 일이든 친구들과 함께 했기에 더 신나고 재미있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고맙게도 그 산길들이 서로 이어져 '은평둘레길'이 됐다.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을 가득 담은 은평둘레길은 ⏶봉산 해맞이길(1코스) ⏶앵봉 생태길(2코스) ⏶이말산 묘역길(3코스) ⏶은평 북한산 둘레길(4코스) ⏶백련산 불광천길(5코스)로 정비돼 은평구 전역을 연결한다. 자연과 문화, 추억을 가득 담은 길이다. 기자는 진달래 꽃이 기다려지는 주말 아침, 계절 맞이 산책을 위해 은평둘레길 5코스인 '백련산불광천길'로 향했다.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은 고맙게도 그 산길들이 서로 이어져 '은평둘레길'이 됐다. 주민들의 소중한 추억을 가득 담은 은평둘레길은 ⏶봉산 해맞이길(1코스) ⏶앵봉 생태길(2코스) ⏶이말산 묘역길(3코스) ⏶은평 북한산 둘레길(4코스) ⏶백련산 불광천길(5코스)로 정비돼 은평구 전역을 연결한다. 자연과 문화, 추억을 가득 담은 길이다. 기자는 진달래 꽃이 기다려지는 주말 아침, 계절 맞이 산책을 위해 은평둘레길 5코스인 '백련산불광천길'로 향했다.
'백련산불광천길'은 북한산과 백련산을 잇는 '산골고개 생태연결로'에서 시작된다. ⓒ이준엽
산골고개 생태연결로에서 계단을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의 '백련산 전망대'를 만난다. ⓒ이준엽
은평둘레길 5코스인 '백련산불광천길'은 '산골고개 생태연결로'에서 시작된다. 북한산과 백련산이 연결된 산골고개 생태연결로는 둘레길을 이용하기에 매우 유용해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하다. 연결로에 올라 잘 정비된 계단을 따라 한 걸음씩 오르면, 숨이 차기 시작할 때쯤 '전망대'가 나온다. 하얀 연꽃이라는 이름의 '백련산'은 높이 215m의 야트막한 산으로 오르기에 큰 부담이 없다. 전망대에 오르면 북한산 봉우리들과 은평구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경치는 언제나 감동을 준다.
도심에서 20분 남짓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는 '백련산불광천길'은 언제나 포근하다. ⓒ이준엽
산책로는 능선을 따라 곧게 뻗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선보인다. ⓒ이준엽
다시 찾아온 봄, 겨우내 쌓여 있던 낙엽 속에서 어린 쑥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준엽
백련산불광천길에는 산새 소리를 들으며 쉬어갈 수 있도록 곳곳에 쉼터가 마련돼 있다. ⓒ이준엽
그렇게 시작된 백련산불광천길은 계속해서 백련산 정상까지 이어지는데, 이 길은 언제 걸어도 포근하다. 도심에서 20분 남짓 올라와 바로 이렇게 훌륭한 산길을 만날 수 있다니 놀랍다.
윤동주 시인의 노래처럼 어제도 오고 오늘도 갈 새로운 길이지만 매번 반갑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바위 틈을 들여다보니, 겨우내 쌓여 있던 낙엽 속에서 어린 쑥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길가 참나무에도 새 순이 가득하다. 어느 새, 다시 봄이 와 있었다.
윤동주 시인의 노래처럼 어제도 오고 오늘도 갈 새로운 길이지만 매번 반갑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바위 틈을 들여다보니, 겨우내 쌓여 있던 낙엽 속에서 어린 쑥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길가 참나무에도 새 순이 가득하다. 어느 새, 다시 봄이 와 있었다.
백련산 정상에 '은평정'이 우뚝 서 있다. 맑은 날에는 은평정에서 한강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준엽
은평정의 전망은 매번 새로운 절경이 펼쳐져 정자 기둥과 지붕을 액자 삼아 사진으로 담아봤다. ⓒ이준엽
은평정 아래에 위치한 '매바위(응암)'은 전통을 지키는 응암동 주민들의 노력이 담긴 곳이다. ⓒ이준엽
새생명을 만끽하며 능선을 걷다 보니, 어느새 백련산 정상, '은평정'에 도착했다. 은평정에 올라, 멀리 한강까지 탁 트인 전망을 만끽했다. 미세먼지와 황사로 살짝 아쉬웠지만, 은평정 기둥 사이로 펼쳐지는 절경이 매번 근사하다.
은평정 바로 밑에 매바위(응암, 鷹岩)가 있다. 송골매, 보라매를 날리며 사냥을 즐기던 매바위는 어느날 포수 마을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1978년 마을의 전통을 찾고자, 뜻있는 주민들이 백련산 정상의 바위를 찾아 다시 매바위라 이름 짓고, 매년 10월 매바위제를 올린다고 한다. 응암동의 기원이 새삼 신기했다.
은평정 바로 밑에 매바위(응암, 鷹岩)가 있다. 송골매, 보라매를 날리며 사냥을 즐기던 매바위는 어느날 포수 마을이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1978년 마을의 전통을 찾고자, 뜻있는 주민들이 백련산 정상의 바위를 찾아 다시 매바위라 이름 짓고, 매년 10월 매바위제를 올린다고 한다. 응암동의 기원이 새삼 신기했다.
백련산불광천길에 자리 잡은 운동시설. 자연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최고의 헬스장이다. ⓒ이준엽
백련산불광천길 한 가운데, 일명 '백련산 헬스장'이 있다. 산속에서 헬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고 회비를 모아 지금의 공공 헬스장을 마련했다. "꾸준히 운동하시어 9988 건강하세요."라는 헬스클럽 회장님의 메시지가 입구에 큼직하게 걸려있다. 자연 속에 마련된 이곳은 도심의 여느 헬스장 못지 않은 규모의 장비를 갖추고 산 속에서 운동을 즐기는 회원들이 함께 하는 곳이다. 어르신들 모두 인사를 나누며 재미있게 운동하는 모습이 좋았다. 백련산 헬스장 회원 모두 99세까지 88하게 건강하길 기원한다.
'백련사'는 신라 경덕왕 6년(747년)에 진표율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이준엽
백련산불광천길의 마지막 정거장은 '백련사'다. 일주문을 지나면 문 앞에 석상이 눈에 들어온다. 동자승과 함께 놀며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는 스님의 얼굴에서 평안이 흘러 넘쳤다. 백련사는 홍은동 주택가 뒷산에 자리해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신라 경덕왕 6년(747년) 진표율사에 의해 창건된 1,3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천년 고찰이다.
백련사의 원래 이름은 정토사였는데, 조선시대 세조가 의숙옹주가 죽은 후 백련산에 묘를 쓰고 백련사를 관리사찰로 삼은 뒤, 이름을 백련사로 바꿨다. 불교의 이상향인 '정토'의 상징이 '하얀 연꽃(백련)'이기 때문에 결국 같은 뜻이라는 것이다. 백련사는 왜란에 불타고 재건돼 나라의 운명과 함께하며 민중을 지켜준 호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백련사의 원래 이름은 정토사였는데, 조선시대 세조가 의숙옹주가 죽은 후 백련산에 묘를 쓰고 백련사를 관리사찰로 삼은 뒤, 이름을 백련사로 바꿨다. 불교의 이상향인 '정토'의 상징이 '하얀 연꽃(백련)'이기 때문에 결국 같은 뜻이라는 것이다. 백련사는 왜란에 불타고 재건돼 나라의 운명과 함께하며 민중을 지켜준 호국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백련사는 나라와 운명을 함께하며 민중을 지켜낸 호국의 역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이준엽
백련사 일주문뒤 포대화상. 동자승과 함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준엽
지구 소원 돌탑. 어린이들이 지구의 건강을 염원하는 소망의 메세지를 돌에 새겨 탑을 쌓았다. ⓒ이준엽
백련사에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연유치원 아이들이 세운 자그만한 '돌탑'을 만났다. 지구를 위한 소원이 담겨있는 돌탑이었다. 조그만한 돌멩이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구의 자연이 건강하게 보전되길 원하는 소망이 그려져 있었다. 기자가 어린 시절 산에서 열심히 뛰놀던 때, 그 또래 친구들의 소원이다.
어쩌면, 돌탑을 세운 어린 친구들에게 지구를 잠시 빌려 쓰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 어린아이들이 먼 훗날, 청정한 자연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도 다시 한번 해 보리라 다짐하며 봄 맞이 산책을 마무리했다.
어쩌면, 돌탑을 세운 어린 친구들에게 지구를 잠시 빌려 쓰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이 어린아이들이 먼 훗날, 청정한 자연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도록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도 다시 한번 해 보리라 다짐하며 봄 맞이 산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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