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애 놀이터'란 이런 것! 어린이도 어른도 좋아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2.27. 10:15

수정일 2023.02.27. 17:55

조회 3,098

마음껏 햇빛을 만날 수 있는 봄이 다가옴을 느끼며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성별이나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해 이용에 제약을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공공·범용 디자인)을 도입해 무장애 놀이터로 변신한 양천구의 두 공원을 찾아가 보았다.

신월4동 '당곡어린이공원'과 신월7동 '아동어린이공원'은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공원으로, 시설물이 낡고 비효율적인 데다 주변 환경 탓에 청소년들의 비행 우려도 제기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양천구는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원의 특성을 고려해 이 두 공원을 재정비했다.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신월동 당곡어린이공원에도 봄이 오고 있다. ⓒ이선미
주택가 한복판에 있는 신월동 당곡어린이공원에도 봄이 오고 있다. ⓒ이선미

다락방 같은 놀이터, 신월4동 당곡어린이공원

신월4동 당곡어린이공원은 구립경로당과 주택들 한가운데 있었다. 햇살이 좋은 아늑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먼저 들려 왔다. 공원의 화사한 색깔들이 봄을 미리 알려주었다. 모래밭 위에 설치한 그네가 산뜻했다. 바로 옆으로는 다락방 형태의 놀이대가 있었다.

당곡어린이공원은 자연스럽게 구릉을 만들어 좀 더 넓고 입체적인 놀이터가 됐다. 밝은 바닥은 안전한 재질로 포장돼 있어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데도 무리가 없다.

공원 안에는 운동 도구들도 설치돼 있었다. 구립경로당이 있는 공원 입구에는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파고라'도 만들었다. 주변에는 그늘을 만들고 푸른 숲의 느낌을 자아내도록 1,000주 이상의 나무를 식재했다.
기존의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다락방 형태의 놀이대를 설치했다. ⓒ이선미
기존의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다락방 형태의 놀이대를 설치했다. ⓒ이선미
화사한 색으로 자연스러운 구릉을 만들어 밝고 입체적인 공간이 되도록 했다. ⓒ이선미
화사한 색으로 자연스러운 구릉을 만들어 밝고 입체적인 공간이 되도록 했다. ⓒ이선미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파고라도 설치했다. ⓒ이선미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파고라도 설치했다. ⓒ이선미

주민 모두를 위한 놀이터, 신월7동 아동어린이공원

신월7동에 있는 아동어린이공원 역시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아주 쾌적해 보였다. 특별히 이 공원은 '유니버설 디자인'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을 적용했다고 한다.

‘놀이의 테를 짓다, 놀이테’라는 주제로 통합 놀이터를 구상한 디자인 팀은 아동어린이공원 놀이터의 지역적 특징과 공원 이용자와 주변 거주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깊이 고민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넓지 않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무척 쾌적해 보이는 아동어린이공원 ⓒ이선미
넓지 않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무척 쾌적해 보이는 아동어린이공원 ⓒ이선미
아동어린이공원의 운동 기구는 주변 주민들과 시장 상인들에게 유용하다. ⓒ이선미
아동어린이공원의 운동 기구는 주변 주민들과 시장 상인들에게 유용하다. ⓒ이선미

약수시장이 바로 옆에 있는 아동어린이공원은 주변에 위험하게 주차된 차량들과 어두운 시장 골목이라는 환경, 마주보며 소통하기가 어려운 벤치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에 양천구는 좁은 길에 주차된 차량들과 시장 골목을 지나 상쾌하고 밝은 느낌이 들도록 공간 곳곳에 화사한 색상을 사용했다. 주택가와 상가로 둘러싸인 골목에서 자연과 쉼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음수대의 색도 밝게 칠해 공원이 한결 산뜻해 보인다. ⓒ이선미
음수대의 색도 밝게 칠해 공원이 한결 산뜻해 보인다. ⓒ이선미

아동어린이공원은 기존 놀이대의 틀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하고 재미나는 공간이 되었다.

경쾌한 느낌의 원형 놀이공간이 중앙에 있고 위험하지 않은 재질의 바닥재로 자연스러운 구릉을 만들어 유아차나 휠체어도 미끄럼틀로 올라가기가 수월해졌다.
아동어린이공원의 중앙에는 원형 놀이공간이 배치됐다. ⓒ이선미
아동어린이공원의 중앙에는 원형 놀이공간이 배치됐다. ⓒ이선미
미끄럼틀로 올라가는 경사로는 마치 산의 낮은 구릉을 오르는 것 같다. ⓒ이선미
미끄럼틀로 올라가는 경사로는 마치 산의 낮은 구릉을 오르는 것 같다. ⓒ이선미

구릉의 아래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래 놀이터와 정글짐, 그네와 트램펄린 등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통합 놀이터가 되도록 했다.

원형 공간 외곽으로 놓인 등받이 벤치는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햇빛 좋은 이 날도 어르신들이 산책 겸 나와 간식을 나누며 담소 중이었다. 
모래 놀이터와 정글짐, 트램펄린 등이 설치돼 있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선미
모래 놀이터와 정글짐, 트램펄린 등이 설치돼 있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선미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등받이 벤치를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이선미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등받이 벤치를 두 배로 늘렸다고 한다. ⓒ이선미

멀리 나들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는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많은 대도시 서울이다. 몇 걸음 가지 않아도 편하게 운동하고 쉴 수 있는 공원은 모든 시민의 기본적인 삶의 조건이다. 모두에게 유익한 공공시설이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양천구의 작은 공원들이 매우 반갑다. 
그네를 타는 청소년과 벤치에서 햇빛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아동어린이공원 ⓒ이선미
그네를 타는 청소년과 벤치에서 햇빛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아동어린이공원 ⓒ이선미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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