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위한 놀이터 '100세 마당', 운동도 치매예방도 함께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2.14. 14:28

수정일 2023.11.07. 14:35

조회 4,751

송파노인종합복지관 '100세 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운동 중이다. ©윤혜숙
송파노인종합복지관 '100세 마당'에서 어르신들이 운동 중이다. ©윤혜숙

저 멀리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이 시야에 들어오자 가장 먼저 화사한 색의 앞마당이 발걸음을 잡아 끈다. 추운 겨울인데도 파릇파릇한 초록색 잔디가 깔린 듯했다. 이곳을 지나는 행인이라면 누구든 관심을 갖고 그쪽으로 발길을 돌릴 법했다. 마침 여러 어르신들이 앞마당에서 각자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체조를 하고 있다. 가까이에 다가가니 그동안 동네 공원에서 봐왔던 운동기구와는 달랐다.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기로 했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앞마당에 '100세 마당'이 조성되면서 경관이 화사하게 달라졌다. ©윤혜숙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앞마당에 '100세 마당'이 조성되면서 경관이 화사하게 달라졌다. ©윤혜숙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의 앞마당에 들어서니 ‘100세 마당’을 알리는 종합안내도가 있다. ‘100세 마당’이라는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어르신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어르신뿐만 아니라 주민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곳이다. 높다란 담벼락이 없어서 이곳을 지나가는 누구든 들를 수 있다. ‘100세 마당’은 어르신과 주민의 활동력을 높이고, 정서적·사회적 교류 및 안정을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 [관련 기사] 집 근처에서 매일 치매예방…'100세 마당' 첫선
서울시가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한 100세 마당' ©윤혜숙
서울시가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조성한 100세 마당' ©윤혜숙

서울시가 2014년부터 추진해온 ‘인지건강 디자인 사업’은 사회문제 해결 디자인 사업의 일환이다. 어르신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디자인 개발을 통해 고령화 및 치매 노인 급증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어르신의 일상에 필요한 세 가지 필수 자극인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자극을 충족하기 위해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100세 마당’을 첫 적용했다. ‘100세 마당’은 어르신의 치매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련한 시설물로 복지관 앞마당에 조성하여 개방감을 높였다.
어르신들이 인지건강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 ©윤혜숙
어르신들이 인지건강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 ©윤혜숙

치매는 예방이 중요하다. 어르신들이 매일 방문하는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앞마당에 생활 근육을 키우는 운동기구, 인지건강 프로그램 등을 배치해서 어르신들이 매일 쉽게 이용하며 치매를 예방할 수 있게 했다. 어르신이 학습 및 적응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외부 활동을 통해 이러한 감각을 유지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건축가, 디자이너, 교수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여러 번 협의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공간을 완성했다. 넓지 않은 작은 공간이지만 많은 고민을 담아냈다.
인지건강 리더로 선정된 어르신이 종합안내도를 읽어보고 있다. ©윤혜숙
인지건강 리더로 선정된 어르신이 종합안내도를 읽어보고 있다. ©윤혜숙

마침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한 어르신이 ‘100세 마당’에 설치된 기구를 살펴보더니 옆에 비치된 설명서를 읽어본다. 어르신에겐 아직 이 공간이 익숙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선정한 인지건강 리더가 어르신에게 찬찬히 알려줄 것이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은 ‘100세 마당’의 설치 및 운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개념의 ‘인지건강 리더’ 11명을 선정했다. 인지건강 리더로 선정된 어르신들이 매일 2~ 3시간 상주하면서 또래 어르신들에게 ‘100세 마당’을 이용하는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한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어깨 근력 강화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 ©윤혜숙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어깨 근력 강화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 ©윤혜숙

인지건강 리더로 선정된 김형진(80), 임승빈(77), 김효남(73) 세 명의 어르신을 만났다.

‘100세 마당’이 조성된 소감을 묻자 김효남 어르신은 “완공된 100세 마당 시설을 보자마자 놀랐어요. 좁은 공간인데도 다양한 기구와 프로그램이 설치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김형진 어르신은 “과거 주차장으로 이용해 왔던 음지에 화단이 조성되면서 화사하게 바뀌었어요. 송파노인종합복지관을 오가면서 쳐다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요. 우리 같은 노인의 건강을 일깨워주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었으니 정말 감사하죠”라고 말을 이었다. 

임승빈 어르신은 “100세 마당 덕분에 복지관 앞이 환해졌어요. 바닥이 탄성 매트로 되어 있어 노인이 걷기에도 편하고 안전해요”라고 밝혔다.     
양손을 따로 움직이면서 운동을 하면 좌우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는 어르신 ©윤혜숙
양손을 따로 움직이면서 운동을 하면 좌우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는 어르신 ©윤혜숙

어르신들께 '100세 마당'의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는지 여쭤봤다. 

김효남 어르신은 “매일 복지관을 드나들면서 최소 두 번씩 안내문을 읽으며 기구를 이용하다 보니 인지 기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안내문에 나와 있는 그대로 따라 하는 게 간단하지 않거든요”라고 말한다. 

김형진 어르신은 “1번 ‘어깨 근력 강화 운동’이요. 둥근 손잡이를 잡고 물결 모양의 봉에 닿지 않게 하면서 둥근 손잡이를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손목을 돌리면서 하다 보니 집중력을 키울 수 있더라고요”라고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승빈 어르신은 “3번 ‘손가락 운동’이요. 좌우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아요.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좌우의 뇌 기능이 향상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24절기의 추억'에서 어르신들이 바닥에 표시된 지시문대로 두 발을 움직이고 있다. ©윤혜숙
'24절기의 추억'에서 어르신들이 바닥에 표시된 지시문대로 두 발을 움직이고 있다. ©윤혜숙

체력 단련에 이어 인지 훈련까지 총 14코스를 차례대로 하다 보면 50여 분 가량 소요된다. 1번부터 차례대로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어르신이 하고 싶은 코스를 반복해도 된다. 

인지건강 리더로 선정된 어르신들은 나이를 가늠키 어려울 정도로 젊고 활기차 보였다. 건강 비결을 여쭤보니 “수시로 동네나 둘레길을 걷고 있어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단다. 이곳을 드나들면서 “100세 마당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르신이 '동서남북 운동'을 하면서 방향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윤혜숙
어르신이 '동서남북 운동'을 하면서 방향 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윤혜숙

‘100세 마당’은 송파노인종합복지관 실외 공간에 200㎡ 규모로 마련했다. 주제에 따라 3개 코스인 신체강화, 정서힐링, 사회교류 총 14가지 디자인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인지건강 리더로 선정된 어르신의 안내에 따라 하나씩 차례대로 살펴봤다.

신체강화 코스에는 운동을 통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근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어깨 근력 강화 운동, 손가락 운동, 바른 자세 운동, 맨손체조 등 4종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운동기구는 운동 방법, 적정 시간, 횟수 등을 그림문자(픽토그램)와 큰 글씨로 표시한 안내 표지판을 일체형으로 설치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했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수강 중인 어르신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윤혜숙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서 프로그램을 수강 중인 어르신들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윤혜숙

정서힐링 코스에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원예 프로그램과 연계한 화단, 어르신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날짜와 시간을 알려주는 인지시계 등이 설치되어 있다. 갤러리에는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결과물을 지역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 작품을 제작한 어르신들의 자존감도 높이고, 또 이웃과의 상호작용 기회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교류 코스에는 어르신들이 공연할 수 있는 작은 무대와 의자, 윷놀이‧사방치기 같은 추억의 놀이를 할 수 있는 바닥그림 등이 있다. 윷놀이에 필요한 윷은 복지관에 요청하면 제공된다. 특히 윷놀이나 사방치기 등은 어르신이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같이 즐길 수도 있다.
어르신들이 '100세 마당' 바닥에 그려진 사방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윤혜숙
어르신들이 '100세 마당' 바닥에 그려진 사방치기 놀이를 하고 있다. ©윤혜숙

서울시는 송파노인종합복지관에 이어, 내년 3월까지 금천노인종합복지관, 노원노인종합복지관, 마포시니어클럽, 서초잠원근린공원 4곳에 ‘100세 마당’을 조성할 계획이다. 점점 고령화하는 우리 사회에 어르신들을 위한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어르신을 위한 시설은 미래에 어르신이 될 우리 모두를 위한 시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조성하는 ‘100세 마당’에 관심이 간다.

송파노인종합복지관

○ 위치 :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32길 41 송파노인종합복지관
○ 교통 : 지하철 9호선 석촌고분역 4번 출구에서 531m
송파노인종합복지관 누리집, 서울시 인지건강디자인 사업
○ 문의 : 02-2203-9400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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