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손주 같은 학생들이랑 치매예방하세요
발행일 2023.06.02. 14:42
오산고 학생들이 용산구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치매예방교육에 나섰다. ⓒ윤혜숙
오산고등학교 옆 골목 초입에 있는 보광제1경로당을 평일 오후에 방문했다. 방안 가득 할머니들이 앉아 있다. 할머니들은 오산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세 명의 학생을 기다리고 있다. 서정훈, 최상민, 원성표 학생이다. 방과 후 그들이 경로당을 방문할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경로당에 방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로당에서 그들을 지켜보기로 했다.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면서 건강 체조를 따라하고 있다. ⓒ윤혜숙
오늘이 세 번째 방문이다. 서정훈 학생이 경로당에 들어서자 할머니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넨다.
“어서 와. 그동안 잘 지냈어?”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할머니들이 학생에게 건네는 인사말이 정겹다. 마치 손주를 대하는 듯 할머니 특유의 인자함과 다정함이 묻어난다.
서정훈 학생이 준비한 2회차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할머니들과 노래와 건강 체조를 함께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트로트에 맞춰서 양손의 손가락을 맞대면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다. 평소 즐겨 듣는 노래여서 할머니들은 주저하지 않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서정훈 학생이 알려주는 건강 체조도 곧잘 따라 한다.
“어서 와. 그동안 잘 지냈어?”
“공부하느라 힘들 텐데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할머니들이 학생에게 건네는 인사말이 정겹다. 마치 손주를 대하는 듯 할머니 특유의 인자함과 다정함이 묻어난다.
서정훈 학생이 준비한 2회차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할머니들과 노래와 건강 체조를 함께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트로트에 맞춰서 양손의 손가락을 맞대면서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다. 평소 즐겨 듣는 노래여서 할머니들은 주저하지 않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서정훈 학생이 알려주는 건강 체조도 곧잘 따라 한다.
인지활동의 하나로 할머니들이 미로찾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윤혜숙
다음 프로그램은 인지 활동에 초점을 맞춘 미로찾기, 색칠하기 등의 게임이다. 학생들이 할머니들에게 활동지를 나눠주고 어떻게 하는지를 설명했다. 활동지에 예시가 나와 있지만,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할머니도 있었다. 학생들은 그런 할머니에게 차근차근 되풀이해서 알려주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할머니에 따라서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의 설명을 이해한 할머니들은 색연필을 들고 빠르게 선을 긋고 있다. 활동지가 여러 장인데도 할머니들은 지루해 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
학생의 설명을 이해한 할머니들은 색연필을 들고 빠르게 선을 긋고 있다. 활동지가 여러 장인데도 할머니들은 지루해 하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
휴식 시간에도 미로찾기 게임에 집중하는 할머니 ⓒ윤혜숙
다음 활동을 시작하기 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학생들이 할머니들께 간식을 나눠드렸다. 하지만 몇몇 할머니들은 여전히 꼼짝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서 활동지에 열중하고 있다. 오늘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지난주 1회차 때도 할머니들은 색칠하기에 집중해서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다음 순서는 만들기 활동이다. 할머니들이 이오난사 화분을 꾸며 보기로 했다. 네모난 화분 겉면에 각자 색칠한 장식을 붙이면 된다. 할머니들이 각자 원하는 스티커에 색칠을 끝내면 학생들이 화분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화분이 완성되는 모습을 본 할머니들은 각자 만든 화분을 자랑하면서 보여준다. 기자가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화분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그 다음 순서는 만들기 활동이다. 할머니들이 이오난사 화분을 꾸며 보기로 했다. 네모난 화분 겉면에 각자 색칠한 장식을 붙이면 된다. 할머니들이 각자 원하는 스티커에 색칠을 끝내면 학생들이 화분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화분이 완성되는 모습을 본 할머니들은 각자 만든 화분을 자랑하면서 보여준다. 기자가 사진을 찍겠다고 하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화분을 들고 자세를 취한다.
만들기 활동으로 할머니가 화분에 붙일 장식에 색칠을 하고 있다. ⓒ윤혜숙
유영순 할머니(73세)는 “이 경로당에서 제가 가장 나이가 젊어요. 모두 나이가 있어서 쉽게 따라 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딴 생각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이 잘 가네요. 손주 같은 학생들이 옆에서 말을 걸어주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라고 말한다.
치매예방교육(덩더쿵! 놀며 배우며)에 참여한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을 보면 어릴 적 손주들이 생각나요. 지금은 손주들이 다 장성해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요. 학생들이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우리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습하고 또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니 너무 고마워요. 지금 이 방에 모인 할머니들을 보세요.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아무도 집에 가지 않고 기다리잖아요”라고 말한다.
치매예방교육(덩더쿵! 놀며 배우며)에 참여한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학생들을 보면 어릴 적 손주들이 생각나요. 지금은 손주들이 다 장성해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요. 학생들이 공부하기도 바쁠 텐데 우리를 위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습하고 또 이렇게 시간을 내어주니 너무 고마워요. 지금 이 방에 모인 할머니들을 보세요.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아무도 집에 가지 않고 기다리잖아요”라고 말한다.
서정훈 학생이 할머니에게 미로찾기 하는 법을 천천히 설명하고 있다. ⓒ윤혜숙
치매예방교육에 참여했던 세 학생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오늘 교육을 이끌었던 서정훈 학생은 “처음에 할머니들과 대면하면서 서로 안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때 대다수 할머니가 놀이 위주의 프로그램을 제안하셨어요. 그래서 용산구 자원봉사센터 선생님과 협의해서 놀이를 가미한 치매예방교육을 기획했어요”라고 말한다.
최상민 학생이 할머니들 대상으로 활동지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다. ⓒ윤혜숙
최상민 학생도 “저는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어요. 경로당 할머니들도 저희 할머니와 다른 점이 없어요. 저를 보면 꼭 손주처럼 대해 주세요. 저희가 프로그램 진행하는 게 처음이어서 미숙한 점이 많을 텐데 할머니들이 개의치 않고 열심히 참여해 주시니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원성표 학생이 할머니가 완성한 화분을 살펴보고 있다. ⓒ윤혜숙
원성표 학생은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봉사의 의미가 클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한다. “처음에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할머니들이 흥미를 느끼고 저희가 하는 대로 잘 따라오실지 걱정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좋아하시고 적극적으로 따라주셔서 뿌듯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할머니들이 각자 완성한 화분들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이번 봉사를 하면서 학생 개개인이 어떤 점을 느꼈을지 궁금했다. 서정훈 학생은 “저는 열정이 생겼어요. 할머니들 대상으로 치매예방교육을 하는 게 저에겐 하나의 도전이었어요. 할머니들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열정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어요”라고 말한다.
최상민 학생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도움을 주려 한다면 누군가는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중에 교사가 된다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원성표 학생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많은 할머니 앞에서 저 혼자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긴장해서 떨렸어요. 그런데 저를 쳐다보는 할머니들의 반응이 좋았고, 제 말에 잘 따라주셨어요. 그러면서 어떤 일이든지 저에게 주어진 일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한다.
최상민 학생은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도움을 주려 한다면 누군가는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나중에 교사가 된다면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원성표 학생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많은 할머니 앞에서 저 혼자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는데 긴장해서 떨렸어요. 그런데 저를 쳐다보는 할머니들의 반응이 좋았고, 제 말에 잘 따라주셨어요. 그러면서 어떤 일이든지 저에게 주어진 일을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말한다.
'치매예방교육'에 나선 학생들이 첫 만남에서 할머니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용산구자원봉사센터
보광제1경로당은 주로 70대와 80대 할머니들이 많다. 하루에 평균 13명 내외의 할머니들이 경로당을 드나들고 있다. 이번 치매예방교육에 참여한 세 명의 학생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되 학생 한 명이 주도적으로 한 회차의 교육을 진행했다. 한창 학업으로 분주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경로당을 방문해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면서 교실에서 배우지 못한 가치를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공식적인 봉사활동이 끝나도 지속해서 할머니들을 만나 뵙고 싶다는 학생들의 말에서 봉사활동이 주는 효과를 생각해봤다. 그것은 할머니들과 함께 나눈 경험의 소중함일 것이다.
'우리집이 화학실험실' 봉사팀이 교내 학생들에게 OX 퀴즈를 진행하고 있다. ⓒ용산구자원봉사센터
‘한걸음, 우리의 작은 실천’은 용산구자원봉사센터(이종두센터장)에서 오산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청소년봉사활동이다. 용산구자원봉사센터의 교육멘토봉사단과 함께 기획부터 준비, 실행까지 전 과정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치매예방교육(덩더쿵! 놀며 배우며)’ 외에도 ‘우리집이 화학실험실’, ‘오산고 쓰레기’ 총 3개팀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오산고 쓰레기'팀이 한강변에 나가서 줍깅을 진행하고 있다. ⓒ용산구자원봉사센터
‘우리 집이 화학실험실’ 봉사팀은 일상 속 유해한 화학물질을 알아보는 팀이다. 교내 학생들에게 유해한 화학물질에 대해 알리고, 점심시간에 OX 퀴즈를 진행하면서 교육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산고 쓰레기' 봉사팀은 교내 환경캠페인과 학교 주변 지역과 한강 변을 줍깅하면서 환경보호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오산고등학교 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동네 곳곳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밝고 아름다워질 거라는 생각에 흐뭇하다.
오산고등학교 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동네 곳곳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갈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밝고 아름다워질 거라는 생각에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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