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태우고 소망은 띄우고! 남산골한옥마을 '봄달' 행사

시민기자 김국향

발행일 2023.02.09. 09:21

수정일 2023.02.09. 14:38

조회 595

뜨겁게 타오르는 달집은 하늘에 뜬 보름달만큼이나 환하고 눈부셨다. ⓒ김국향
뜨겁게 타오르는 달집은 하늘에 뜬 보름달만큼이나 환하고 눈부셨다. ⓒ김국향

정월대보름이었던 지난 2월 5일, 남산골한옥마을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복을 기원하는 뜻깊은 세시 절기 행사 ‘봄달 : 봄날에 뜬 달’이 열렸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라고 한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첫 보름이자 보름달이 뜨는 날로 음력 1월 15일에 지내는 우리나라의 명절이다. 우리 세시 풍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로 설날만큼 비중이 컸다. 때문에 부럼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전해지는 풍속의 가짓수도 많다.

남산골한옥마을에서도 시민들을 위해 ‘소원나무’에 소원지 적어 매달기, 부럼깨기, 사물놀이 공연, 달집태우기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남산골한옥마을 천우각 광장에 마련된 소원나무 ⓒ김국향
남산골한옥마을 천우각 광장에 마련된 소원나무 ⓒ김국향

행사 장소인 천우각 광장 한편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은 커다란 소원나무가 마련되어 있었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소망과 한 해의 바람들을 소원지에 정성스레 적어 짚으로 된 끈에 매달았다. 모인 소원들은 달집에 매달아 달집태우기 때 하늘로 올려 보내게 된다.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소원을  종이에 적어 보았다. ⓒ김국향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소원을 종이에 적어 보았다. ⓒ김국향

삐뚤빼뚤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고사리 손으로 소원을 적는 꼬마 아이들을 보고 자극을 받아 필자도 종이 한 장을 받아 소원을 적어 보았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소원지에 정성스레 적어 짚으로 된 끈에 매달았다. ⓒ김국향
시민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소원지에 정성스레 적어 짚으로 된 끈에 매달았다. ⓒ김국향
부럼깨기는 한 해 동안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齒)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땅콩, 호두 등 견과를 깨무는 풍속이다. ⓒ김국향
부럼깨기는 한 해 동안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齒)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땅콩, 호두 등 견과를 깨무는 풍속이다. ⓒ김국향

바로 옆에 부럼깨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망치나 도구로 부럼깨기를 체험해 보는 곳이었는데 도착했을 때는 아쉽게도 준비된 부럼의 수량이 모두 소진되어 참여할 수는 없었다. 
길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광개토사물놀이팀 ⓒ김국향
길놀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광개토사물놀이팀 ⓒ김국향
광개토사물놀이팀의 공연 '축원 지신밟기 혼의 소리’가 시작되고 있다. ⓒ김국향
광개토사물놀이팀의 공연 '축원 지신밟기 혼의 소리’가 시작되고 있다. ⓒ김국향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할 즈음이 되자 시민들은 정월대보름 맞이 놀이판 공연을 보기 위해 소원나무를 빙 둘러 에워싸고 천우각 광장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오후 6시가 되자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쩌렁쩌렁 들렸다. 바로 광개토사물놀이팀의 공연 ‘축원 지신밟기 혼의 소리’가 시작되는 소리였다. 길놀이를 시작으로 가정의 액운을 막고 한 해의 평안과 만복을 기원하는 공연이 펼쳐졌다. 
관객들은 사자탈놀이 공연을 보며 마치 진짜 사자를 본 듯 신기해했다. ⓒ김국향
관객들은 사자탈놀이 공연을 보며 마치 진짜 사자를 본 듯 신기해했다. ⓒ김국향
광개토사물놀이팀의 상모돌리기 묘기가 한창이다. ⓒ김국향
광개토사물놀이팀의 상모돌리기 묘기가 한창이다. ⓒ김국향

특히 사물놀이팀의 공연 중에서도 사자탈을 쓰고 흔드는 사자탈놀이에서 관객들은 마치 진짜 사자를 본 듯 신기해하면서도 사자의 재롱에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사자탈 뒤를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도 제법 있었다. 

원반을 막대기 위에 올려 돌리는 버나돌리기는 보는 사람의 탄성과 환호를 불러일으킬 만큼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감이 느끼지는 진기한 묘기였다.

점점 더 휘몰아치는 경쾌한 장단과 절정으로 치솟는 태평소 소리가 오색 조명과 어우러지니 신명이 났다. 구경하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을 보니 이것이야말로 흥 충만한 ‘조선의 K(KOREA) 클럽파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집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 ⓒ김국향
달집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 ⓒ김국향

오후 6시 30분이 조금 더 지났을 무렵, 정월대보름 행사의 백미인 ‘달집태우기’를 했다. 달집태우기는 달이 떠오를 때 생소나무 가지를 묶어 쌓아 올린 무더기인 ‘달집’에 불을 지르며, 액운을 태워버리고, 가정의 평안과 만복을 기원했던 세시풍속이다. 달집이 훨훨 타야만 마을이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고 한다.

화재 예방과 안전을 위해 소방차와 소방관 분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달집에 불이 붙자 어두웠던 주변이 금세 환해지면서 소원나무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뜨겁게 타오르는 달집은 하늘에 뜬 보름달만큼이나 환하고 눈부셨다. 

커다랗게 타오르는 불길과 하늘 위로 흩어지는 재를 지켜보고 있자니 정말 나쁜 것은 깨끗이 타고 없어지고, 각자의 소망과 바람은 달님에게로 닿아 한 해의 안녕과 평안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커다랗게 타오르는 불길과 하늘 위로 흩어지는 재를 보니 액운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김국향
커다랗게 타오르는 불길과 하늘 위로 흩어지는 재를 보니 액운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김국향

이렇게 해서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정월대보름 행사가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많은 시민들로 붐볐던 만큼 경찰관과 안전요원들이 질서를 유도하며 시민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도왔다. 

집에 돌아가는 길, 하늘을 보니 평소보다 찬란하고 밝은 빛을 내는 보름달이 비춰주고 있었다. 2023년 새해도 어느덧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정월대보름달을 보며 다시 한 번 새해에 결심했던 다짐과 소망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남산골한옥마을

○ 위치 : 서울시 중구 퇴계로34길 28
운영일시 : 화~일요일 09:00~20: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남산골한옥마을 누리집
○ 문의 : 02-6358-5533

시민기자 김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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