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관람하는 색다른 방법,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

시민기자 조한상

발행일 2023.02.09. 10:27

수정일 2023.02.09. 15:32

조회 671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조한상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조한상

추운 겨울이면 방에 웅크리고 앉아 컴퓨터 앞에서 이곳저곳 둘러보지만 정작 집 밖으로 한 발짝 떼기가 쉽지 않다. 이제 실내 마스크도 해제됐건만 그렇다고 어디 갈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 및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자.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과 2층 전시실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3월 12일까지 미국의 여류작가 키키 스미스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키키 스미스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조한상
키키 스미스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조한상

키키 스미스는 신체에 대한 해체적인 표현으로 1980~1990년대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온 작가로, 이번이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현재 전시 중인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는 1994년에 제작된 작품 제목이기도 한데, 키키 스미스의 작품에 내재한 분출과 생동의 에너지를 의미한다. 또한 여성 중심 서사를 넘어 범문화적인 초월 서사를 구사하는 작가의 지난 40여 년간의 방대한 작품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판화, 사진, 드로잉,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작가의 14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키키 스미스는 자신이 신체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단순히 여성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거나 부각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신체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이자 각자의 경험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각으로 주변의 사람들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신체를 새롭게 바라보면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바라보던 막연한 신체가 아니라 경험이 담긴 그릇, 그리고 각자 다른 형태의 그릇에 담긴 그들마다의 경험, 그 경험들이 쌓여온 시간과 공간들을 함께 연결하며 사람을 이해해 보면 어떨까.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쉬운 글 해설' 제작 과정을 전시한 공간 ©조한상
서울시립미술관의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쉬운 글 해설' 제작 과정을 전시한 공간 ©조한상

대화형 전시 관람 프로그램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

<키키 스미스-자유낙하> 전시를 좀 더 색다르게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 프로그램은 관객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과거 경험, 생각과 감정을 되짚어보고,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보는 대화형 전시 관람 프로그램이다. 미술관의 교육 전문가 에듀케이터와 함께 전시를 감상하며 주제를 정해 대화를 나누고, 그 과정에서 작품에 새로운 의미와 해석을 덧붙여 나간다.

프로그램은 현재 전시 중인 키키 스미스의 작품들을 보고, 이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기록하고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등학생 자녀 동반 가족 프로그램과 청소년·성인 대상 프로그램, 청소년 학급단체 프로그램 등 참여대상을 나누어 진행하고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가족의 손과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뜻깊은 시간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는 키키 스미스의 작품을 본 느낌을 기록하고 나누며 진행된다. ©조한상
'전시실의 사적인 대화'는 키키 스미스의 작품을 본 느낌을 기록하고 나누며 진행된다. ©조한상

전시를 관람하며 작가가 여성의 신체에 대한 기존의 접근을 크게 뒤흔들며 접근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역사의 상당 부분에서 여성은 남성 작가의 대상으로서 작품에 등장했고, 그만큼 그 이미지는 수동적이고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키키 스미스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을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로 표현하고, 스스로 연출하고 있다.

세상 속에 주어진 역할과 모습에서 과감히 벗어나 때로는 화면 속에서 날카롭고 저항적인 눈빛으로 관객을 노려보며 자신의 시각과 주장을 분명하게 전하는 이미지는 기존의 작품 속 여성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또 스스로가 생각하는 세상과 여성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연결시키고 표현하여 우리에게 여성 작가가 바라보는 섬세하고 자연친화적인 세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키키 스미스의 전시는 여성을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조한상
키키 스미스의 전시는 여성을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조한상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 옆에 '쉬운 해설'이 붙어 있었던 것인데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어 좋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발달장애인 및 이해에 어려움을 가진 관객을 위해 '쉬운 글 해설'을 선보이고 있는데 2층 전시실 옆에는 쉬운 해설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전시해 놓았다. 전시 및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과 예약방법은 서울시립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같은 공간에서 강석호 작가의 <3분의 행복>이 2023년 3월 19일까지 전시 중이고, <최민 컬렉션: 다르게 보기> 전시도 진행 중이니 함께 관람하면 좋을 듯하다.

겨우내 매서웠던 한파도 서서히 사그라들고, 따스한 봄바람이 다가오는 2월이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어보면 어떨까.

서울시립미술관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 기간 : 2022년 12월 15일~2023년 3월 12일
○ 일시 : 평일 10:00~20:00, 주말·공휴일 10:00~18:00(동절기 11~2월), 10:00~19:00(하절기 3~10월)
○ 장소: 서울시 중구 덕수궁길 61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2층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및 1월 1일 정기휴관
○ 관람료: 무료
누리집
○ 문의: 02-2124-8946

시민기자 조한상

디지털 미디어, 설치 등과 관련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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