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정책, 누구나 제안할 수 있어요!

발행일 2023.02.10. 09:00

수정일 2023.02.10. 16:52

서울시에는 서울 시민들이 직접 시민위원으로 참여하는 서울시민회의 라는 제도가 있다. 서울 시민기자로 활동하던 중 참여하게 되었는데 아주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그건 바로 6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민회의에 제안한 ‘청년 노숙자 대상 정보 제공 및 상담 지원 사업’이 정식 채택되어 '서울창의상' 장려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번 기사에서 서울 시민들이 많이 모르고 있는 서울시민회의가 어떤 제도인지 알아보고 서울창의상에 대한 경험을 독자들에게 공유하려고 한다.

2022 서울시민회의 서북권역 분임회의의 현장 사진 ⓒ조형준

서울시민회의는 코로나19 이후 시민의 일상에 필요한 정책 의제를 선정해 시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정책 공론장이다. 서울시민위원으로 선정되면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정책 제안서에 담아 제안할 수 있다. 서울시청 측이 검토한 다음 정식 제안으로 채택된 제안은 실제 서울시의 실 정책으로 반영하게 된다. 정책 제안서를 쓰기 전 각 분역별로 세 차례의 분임회의가 열렸다.

1차와 2차 분임회의의 경우, 회의별 참여자들이 작년에 열린 서울시민회의의 주제인 ‘약자와의 동행’에 대해 논의하며, 숨어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대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3차 분임회의에서는 개인 혹은 팀별로 정책을 제안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6년간 노숙자로 지냈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이 노숙자가 되는 건 비극이라는 생각을 담아 ‘청년 노숙자 대상 정보 제공 및 상담 지원 사업’이라는 정책 제안서를 쓰게 되었다. 서울역,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청년 노숙자에 대한 자활 욕구 분석 실태 조사 등을 실시하자는 내용을 작성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시청의 다목적홀에서 서울시민회의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미를 장식할 '종합회의'가 열렸고, 7개의 발표 제안 중 하나 로 선정되어 단상에 올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책을 발표했다.

2022 서울시민회의 서북권역 분임회의 현장 ⓒ조형준

진행자의 ‘시작!’이라는 외침과 함께 필자가 작성한 제안을 발표했다. 비록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 적이 처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진지하게 이 제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말했다. 다행히 1분 20초로 제한된 시간 안에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종합회의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을 때, 그때 발표한 제안이 '서울창의상' 장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서울창의상'은 서울 시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매년 창의적 아이디어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서울시민회의에서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조형준

참신한 의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서울시민회의 ⓒ조형준

서울시민회의 종합회의의 현장 사진 ⓒ조형준

'서울창의상' 수상이 뜻깊은 건 제안한 내용이 실제 서울시 제도로 만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나 여러 가지 사회적 요소로 인해 청년 노숙자가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창의상' 장려상 수상으로 조만간 ‘청년 노숙자 대상 정보 제공 및 상담 지원 사업’이라는 제안이 서울시 정책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의 고생이 절대 헛되지 않은 것을 느꼈다.

비록 이 제안이 다른 이들에게는 아주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청년 노숙자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청년 노숙자에서 어엿한 청년으로 변하는 동시에, 청춘이라는 인생에서 한 번밖에 없는 소중한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 시민이면서 서울을 더 나은 도시로 만들어 가고 싶은 이라면, '서울시민회의'와 '서울창의상'에 반드시 참여하길 적극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