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이 발아래 펼쳐진다! 새로 열린 북악산 1.32km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6.10.23. 11:50

수정일 2026.10.23. 11:50

조회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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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뒤편 북악산 남서쪽 탐방로 1.32㎞가 10월 17일 개방돼 1968년 출입 통제 이후 58년 만에 시민에게 열렸다. 창의문에서 시작해 전망대 5곳과 만세동방, 1·21사태 소나무 등을 둘러볼 수 있으며, 청와대·경복궁·광화문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도심 조망이 특징이다.
서울에 있는 산책길 중 도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북악산 탐방로이다. ©최용수
서울에 있는 산책길 중 도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은 북악산 탐방로이다. ©최용수
“서울의 도심 속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니, 처음 보는 풍경에 빠져 한 시간째 앉아 있습니다.”

북악산 전망대에서 만난 미국인 탐방객의 말이다. 경기도 양주에서 왔다는 그는 벤치에 앉아 서울 도심을 바라보며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았다. 청와대와 경복궁, 광화문 일대가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이 그만큼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특별한 숲길이 숨어 있었다니! 지난 10월 17일 오전 9시, 청와대 뒤편 북악산(백악산) 남서쪽 탐방로 1.32㎞가 시민들에게 새롭게 열렸다. 1968년 1·21사태 이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곳이다. 58년 만에 굳게 닫혀 있던 숲길이 마침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양도성 성곽길에는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탐방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최용수
한양도성 성곽길에는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되어 탐방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최용수
개방 첫날 직접 찾아간 탐방로는 기대 이상이었다.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 서울 도심을 발아래 내려다보는 전망대, 조선과 현대사의 흔적까지.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도 이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오랜 기간 사람의 접근이 통제되어 자연이 온전히 살아 있다. ©최용수
오랜 기간 사람의 접근이 통제되어 자연이 온전히 살아 있다. ©최용수

지하철과 버스로 찾아가는 도심 속 깊은 숲 길

북악산 탐방의 첫 번째 매력은 뛰어난 접근성이다. 멀리 교외로 나가지 않아도 대중교통만으로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1020·7022·7212번 등 지선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려 1~2분 정도 걸으면 창의문 안내소에 도착한다.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면 1·21사태 당시 전사한 경찰관 추모비가 있다. ©최용수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에서 내리면 1·21사태 당시 전사한 경찰관 추모비가 있다. ©최용수
신규 개방한 백악산 탐방로 관련 인내 정보 ©AI활용 이미지
신규 개방한 백악산 탐방로 관련 인내 정보 ©AI활용 이미지
산행은 한양도성의 사소문 가운데 하나인 창의문에서 시작했다. 푸른 하늘 아래 고풍스러운 성문과 성곽이 탐방객을 맞는다. 성곽 옆 계단을 따라 오르자 도심의 소음이 차츰 멀어지고, 어느새 조선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신규 개방한 북악산 탐방로는 창의문을 출발하여 돌고래 쉼터에서 시작된다. ©최용수
신규 개방한 북악산 탐방로는 창의문을 출발하여 돌고래 쉼터에서 시작된다. ©최용수
한양도성 북악산 구간 성곽 탐방로 모습 ©최용수
한양도성 북악산 구간 성곽 탐방로 모습 ©최용수
새로 개방된 탐방로는 기존 한양도성 백악구간의 돌고래쉼터에서 만세동방 삼거리로 이어지는 1.32㎞ 구간이다. 만세동방 삼거리에서는 2022년 개방된 남동쪽 탐방로와 연결돼 1·21사태소나무 등 역사 명소까지 둘러볼 수 있다.

숲길은 예상보다 깊고 아늑했다. 오랜 출입 통제로 사람의 간섭이 적었던 곳답게 오래된 나무와 커다란 바위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서울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숲이 울창하다.
신규 개방한 청와대 뒤 북악산 탐방로 시작점인 돌고래쉼터 ©최용수
신규 개방한 청와대 뒤 북악산 탐방로 시작점인 돌고래쉼터 ©최용수
신규 개통 구간은 59년간 통제된 곳이라 자연이 온전히 살아 있다. ©최용수
신규 개통 구간은 59년간 통제된 곳이라 자연이 온전히 살아 있다. ©최용수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고,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탐방로 곳곳에는 나무 데크 계단과 쉼터, 안전 난간이 설치돼 있다. 다만 가파른 계단도 적지 않아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는 것이 좋다. 서둘러 걷기보다 숲의 정취와 도심 풍경을 음미하며 걷는 여유로운 산행이 잘 어울리는 길이다.
신규 개방 탐방로는 나무데크와 계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최용수
신규 개방 탐방로는 나무데크와 계단으로 조성되어 있다. ©최용수

5곳의 전망대에서 만나는 서울 도심 가장 아름다운 표정

이번에 새로 개방된 탐방로의 백미는 다섯 곳에 마련된 전망대 쉼터다. 위치에 따라 서울 도심과 주변 산세를 서로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발아래 펼쳐지고, 광화문의 빌딩 숲과 남산서울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고개를 들면 서울을 둘러싼 산줄기와 끝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규 개방 탐방로 첫번째 쉼터, 서촌 일대 도심과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용수
신규 개방 탐방로 첫번째 쉼터, 서촌 일대 도심과 인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용수
신규 개방 탐방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시내 풍경,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최용수
신규 개방 탐방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시내 풍경,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최용수
무엇보다 이 길만의 자랑거리는 서울의 중심부를 가까운 거리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와 경복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경복궁의 전각과 옛 육조거리였던 광화문 일대의 고층 건물들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조선의 수도 한양과 오늘의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하나의 풍경 속에 공존하는 모습이다.

전망대에서 만난 탐방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서울을 즐기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 아이에게 눈앞의 건물들을 설명하는 부모의 모습이 정겹다.
손에 잡힐 듯 탐방로 바로 아래에는 청와대 지붕이 보인다. ©최용수
손에 잡힐 듯 탐방로 바로 아래에는 청와대 지붕이 보인다. ©최용수
서울 도심 속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고 탐방로는 이번에 개방한 곳이다. ©최용수
서울 도심 속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최고 탐방로는 이번에 개방한 곳이다. ©최용수
“대중교통으로 쉽게 올 수 있어 개방 첫날 찾아왔어요. 청와대와 경복궁, 광화문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설명했더니 힘들어하던 아이도 신이 났어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젊은 부부는 “서울에 이런 길은 없는 것 같다”며 신규 개방을 반가워했다. 아이에게는 책에서 배운 서울의 역사와 지리를 눈으로 확인하는 살아 있는 현장 학습장이 된 셈이다.
개방 첫날에는 아이와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은 시민들이 많았다. ©최용수
개방 첫날에는 아이와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은 시민들이 많았다. ©최용수
한 시간째 전망대에 앉아 도심을 바라보던 미국인 탐방객의 모습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길의 매력은 얼마나 빨리 걷느냐에 있지 않았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울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시간이 된다.
58년만에 개방한 북악산 남서쪽 자락 청와대 뒤 탐방로 모습 ©최용수
58년만에 개방한 북악산 남서쪽 자락 청와대 뒤 탐방로 모습 ©최용수

만세동방에서 1·21사태소나무까지…역사를 걷는 길

북악산 남서쪽 탐방로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이다. 단순히 경치 좋은 산책길이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서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역사 탐방로다.

숲길에서 만나는 '만세동방(萬世東方)' 약수터는 특별히 눈여겨볼 장소다. 커다란 바위에는 '만세동방 성수남극(萬世東方 聖壽南極)'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임금의 장수와 나라의 평안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위에 새겨진 만세동방 성수남극 글씨와 약수터 우물 모습 ©최용수
바위에 새겨진 만세동방 성수남극 글씨와 약수터 우물 모습 ©최용수
바위 아래 암반 사이에는 작은 샘이 하나 있다. 고종 황제와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의 물을 마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잠시 의자에 앉아 바위를 바라보니 옛사람들의 소망이 세월을 건너 전해지는 듯했다.
만세동방 약수터 이야기와 쉼터 ©최용수
만세동방 약수터 이야기와 쉼터 ©최용수
만세동방 삼거리에서 기존 탐방로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1·21사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와 우리 군경 사이에 벌어진 교전 당시의 탄흔 15개가 남아 있는 나무다.

평화로운 숲길에 묵묵히 서 있는 소나무는 청와대 뒤편 북악산이 오랫동안 닫혀 있었던 이유를 말없이 들려주는 듯했다. 오늘 우리가 자유롭게 걷는 이 길에도 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다.
가슴 아픈 현대사를 간직한 1,21사태 소나무 탄흔들 ©최용수
가슴 아픈 현대사를 간직한 1,21사태 소나무 탄흔들 ©최용수
창의문과 한양도성, 만세동방, 1·21사태소나무, 그리고 경복궁과 청와대까지. 조선과 근현대의 역사가 하나의 산길에서 만난다. 자연을 즐기면서 역사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이 길만의 특별함이다.
1,21사태 소나무를 살펴보는 탐방객들 ©최용수
1,21사태 소나무를 살펴보는 탐방객들 ©최용수

단풍 절정을 앞둔 북악산, 이번 가을엔 꼭 걸어 보자

이번 청와대 뒤편 북악산 탐방로 개방은 2020년 북측 2.2㎞, 2022년 남동측 3.0㎞에 이은 세 번째 개방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남서쪽 구간이 열리면서 기존 탐방로와 연결되어 북악산은 이제 모든 길이 연결되었다.

탐방을 마치며 뒤돌아본 북악산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울창한 숲과 서울 도심의 아름다운 풍경, 그 속에 스며 있는 오랜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마음에 남았다.
신규 개방 탐방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시내 풍경,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최용수
신규 개방 탐방로에서 바라본 청와대와 시내 풍경,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최용수
탐방로 곳곳에는 이정표, CCTV, 안내소가 설치되어 안전 산행을 돕는다. ©최용수
탐방로 곳곳에는 이정표, CCTV, 안내소가 설치되어 안전 산행을 돕는다. ©최용수
곧 서울의 가을 단풍은 절정으로 향한다. 북악산의 숲이 붉고 노란빛으로 물들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한층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번 주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새로 개방된 북악산 남서쪽 탐방로를 찾아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역사 교실이 되고, 어른에게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 될 것이다. 
탁 트인 마지막 전망대에서 서울 동북방향 도심 풍경에 탄성을 지르는 탐방객 ©최용수
탁 트인 마지막 전망대에서 서울 동북방향 도심 풍경에 탄성을 지르는 탐방객 ©최용수
굳이 가을을 찾아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겠다. 59년 만에 열린 북악산 숲길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서울의 자연과 역사, 그리고 깊어 가는 가을을 만끽해 보자.
새롭게 단장한 청운대 쉼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최용수
새롭게 단장한 청운대 쉼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 ©최용수
점선으로 표기된 탐방로가 이번에 신규 개방한 1,32km 코스다. ©현장 안내문
점선으로 표기된 탐방로가 이번에 신규 개방한 1,32km 코스다. ©현장 안내문

신규 개방 북악산 새 탐방로

○ 탐방시간 : 24시간 (연중 무휴), 단 악천후 시는 폐쇄될 수 있다.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 지선버스 1020·7022·7212번 등 이용 →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 하차 → 창의문 안내소까지 도보 약 1~2분
○ 추천동선 : 창의문 → 기존 백악산 탐방로 → 돌고래쉼터 → 신규 남서쪽 탐방로 → 만세동방 삼거리 → 만세동방 약수터 → 1·21사태 소나무 (신규 개방 구간 1.32㎞)
○ 주요 볼거리 : 신규 전망대 5곳, 청와대·경복궁·광화문·남산 조망, 울창한 숲, 만세동방 약수터, 1·21사태 소나무
○ 준비물 : 미끄럼 방지 신발, 식수, 가벼운 겉옷. 계단과 경사 구간이 있으므로 어린이나 어르신과 동행할 때는 여유 있게 걷는 것이 좋다.

시민기자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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