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복지제도를 찾아서! 안심소득 포럼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12.13. 13:48

수정일 2023.11.08. 20:18

조회 1,231

지난 12월 6일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DDP 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서울시
지난 12월 6일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DDP 아트홀에서 진행됐다. ⓒ서울시

지난 12월 6일 서울 DDP 아트홀 2관에서는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새로운 복지제도의 모색을 주제로 약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시뿐 아니라 미국, 핀란드, 독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및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심소득기준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여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받는 새로운 소득보장 제도이다. ☞ [관련 기사] '안심소득 시범사업' 닻 올랐다…11일 500가구에 첫 지급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소득과 재산 기준에 충족하는 1,600여 가구에 2~3년간 안심소득을 지급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기준은 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3억2,600만원 이하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올해 7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1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내년에는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1,100가구를 추가 선정해 2단계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 안심소득 홍보영상 ⓒ서울시
서울 안심소득 홍보영상 ⓒ서울시

필자는 작년 서울시민2030위원회에서 안심소득을 제안했던 박기성 교수에게 직접 질문하며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박 교수가 말했던 핵심은 안심소득이 ‘근로 의욕 상실’을 줄여 준다는 내용이었다. 일하면 돈을 더 받기 때문에 기존의 지원금으로만 머물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또, 현재는 가장의 사업이 망하면 가족이 굶게 되지만, 안심소득이 있으면 사업에 실패해도 부양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일자리 구조 변화로 단기 임시직 고용이 증가하고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며, 경제 위기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어느 복지제도의 혜택도 받지 못하는 빈곤사각지대 가구가 여전히 88만 가구라고 한다. 박 교수는 이러한 상황의 대책으로 안심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기준에 충족하는 1,600여 가구에 2~3년간 안심소득을 지급한다.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기준에 충족하는 1,600여 가구에 2~3년간 안심소득을 지급한다. ⓒ서울시

이러한 서울 안심소득 논의를 위한 본 포럼은 개회식을 시작으로 ▴각국의 새로운 복지제도에 대해 듣고 토론하는 세션1 ▴특별연설 ▴서울 안심소득에 관해 발표 및 토론하는 세션 2로 진행되었다. 핀란드와 독일, 미국의 석학들과 국내의 사회복지학 분야, 직업능력연구원 등의 교수와 연구원이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영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 위기로 저소득층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가슴 아픈 사건들도 이어지고 있다”며 “현행 복지 시스템의 한계로 새로운 소득보장 체계로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소득보장 네트워크를 출범시켜 해외 협력을 하며 지속가능한 미래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 가겠다”고도 덧붙였다.

서울시의회 김현기 의장은 축사에서 “서울시 내에서 열악하다는 구룡마을의 경우, 천백여 가구가 거주하나 기초수급자는 20%에 지나지 않는다”며 “서울시 안심소득은 그 대안이 돼 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이 12월 6일 DDP에서 개최되었다. ⓒ서울시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이 12월 6일 DDP에서 개최되었다. ⓒ서울시

세션1에서는 먼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을 이끈 헤이키 힐라모 교수가 2년간 진행한 핀란드의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핀란드의 경우 정신건강 등 주관적 지표는 긍정적이었으나, 실업률 감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는데 근로 유인 효과는 미미했다고 했다.

독일 사례는 베를린 대학교 위르겐 슈프 사회학 교수가 2021년부터 진행한 베를린 기본소득 실험과 재원을 마련하는 전제조건에 대해 발표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무조건적인 현금 지원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사례 발표는 스톡턴시 정책실험 공동책임자인 스테이시아 웨스트 교수가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MGI) 중심으로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새로이 시도하는 보장소득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결과 재정 안전성과 전일제 고용률이 증가했으며, 대상자들의 우울감 등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포럼의 세션1에서는 핀란드, 독일, 미국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서울시
포럼의 세션1에서는 핀란드, 독일, 미국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서울시

발표 후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마이클 터브스 전 미국 스톡턴 시장이자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한국사회연구소 김원섭 소장,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정민 교수 등이 토론을 벌였다. 

오 시장은 “시범 사업을 어떻게 수정, 보완해 장점이 극대화되고 단점이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앞선 해외 시범사업 사례를 다각도, 다각면에서 보고 장단점을 많이 추출해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에 대한 정의가 더 확장돼야 한다. 사람들이 돌봄이나 예술 등 하는 일에 관련 없이 최소 기본소득은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소득보장 제도에 참여한 사람들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스트레스가 줄며 자녀와 함께 있는 부모가 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의 영상 강연 ⓒ서울시
마이클 터브스 미국 보장소득제 시장모임 대표의 영상 강연 ⓒ서울시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현실적인 재정 상황을 예시로 들었다. “3인 가구의 소득이 140만 원이면 현행 제도하에서는 복지 혜택이 거의 없으나, 안심소득은 월 100만 원을 더해 가구 소득이 모두 240만 원 정도 된다.”면서 “전국 단위로 확장하면 연간 30조 원 정도다. 기본소득으로 30조 원을 골고루 나눠주면 3인 가족 기준 월 15만 원”이라고 했다. 

이어 창신동 어느 모자는 90년 된 작은 한옥을 소유했기 때문에 생계급여에서 탈락했고, 병원에 다니기 위해 200만 원짜리 중고차를 사면 수급을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삶이 고단한 사람은 서류 준비 자체가 험난한 과정이며 공무원들 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현 복지제도의 어려움을 꼬집기도 했다.

토론 후에는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A. 모핏 교수의 ‘소득보장의 필요성’에 관한 강연이 있었다.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A. 모핏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서울시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A. 모핏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서울시

세션1에서 해외 사례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면 세션2는 ‘서울 안심소득’에 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안심소득 제창자였던 박기성 교수가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제도가 확대되면 어느 정도 추가되는지 비교하고 영향을 분석했다. 복지재단의 김사철 대표는 1단계 사업 참여 가구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안심소득의 급여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지급될 예정이며, 연구는 추적 조사 기간까지 포함,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로는 일과 고용, 주거 환경, 건강 생활, 가족 및 사회, 삶의 태도 등 7가지로 약 150문항을 통해 참여 가구의 특성 및 변화 등을 확인한다. 효과를 보다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안심소득 시범사업 대상을 현 800가구에서 1,600가구로, 비교집단은 3,200가구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박기성 교수가 서울 안심소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박기성 교수가 서울 안심소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포럼에서는 다양한 외국의 사례를 듣게 돼 유익했다. 긴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부족할 만큼 열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언뜻 들었을 때는 안심소득이 좀 어렵게 느껴졌고 가능할까도 싶었지만, 제대로 시행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듯싶었다. 특히 이 사업의 취지처럼 대상자들에게 일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거나 사각지대가 없어진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듯하다. 

서울시는 모든 정책에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부디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지속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 더 이상 삶을 저버리는 가슴 아픈 소식들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 본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민들의 열띤 질문이 이어졌다. ⓒ서울시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민들의 열띤 질문이 이어졌다. ⓒ서울시
새로운 복지제도를 모색한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서울시
새로운 복지제도를 모색한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서울시

2022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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