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기를...녹사평역광장 합동분향소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2.11.04. 13:15

수정일 2022.11.08. 10:16

조회 2,343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심재혁
녹사평역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심재혁

10월 29일 저녁,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친구들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현재 이태원의 모습이라며, 8초 남짓한 영상에는 CPR(심폐소생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담요를 덮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SNS에서는 다양한 추측들과 함께 모두 이태원에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고 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하다 등’ 가족과 지인들을 찾는 글이 올라왔다.

30일 새벽 1시쯤, 뉴스 속보로 이태원의 모습이 담겼다. 설마, 믿기지 않았다. 어두운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될 때쯤, 공식발표를 통해 참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20대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같은 나이대의 청년들이 변고(變故)를 당한 것이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서울시도 서울광장을 포함해 25개 전 자치구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이태원과 가까운 녹사평역에도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녹사평역 광장 합동분향소는 24시간 운영된다.
녹사평역광장 합동분향소는 24시간 운영된다. ©심재혁

이태원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시간을 맞춰 퇴근 시간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하기로 했다. 7시 즈음, 녹사평역 광장(이태원로 134)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현장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 마음이 답답해졌다.

해가 저문 저녁, 어둠만이 놓인 합동분향소에는 추모를 위해 찾아온 시민들이 분향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입구에서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받아 들고, 헌화 및 묵념을 올렸다. 녹사평역광장에 조성된 용산구 분향소는 참사 현장과 도보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다.
국화 한 송이를 놓았다.
국화 한 송이를 놓았다. ©심재혁

20대의 활력을 느껴보고 싶었을 뿐인데, 황망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국화 한 송이를 놓고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했다.

녹사평역광장 합동분향소에는 또래 20대 친구들도 많이 보였다. 이들은 어떤 마음에서 합동분향소를 찾았을까. 분향을 마친 친구와 또래로 보이는 청년 두 명에게 간단히 물어보았다. 마지막 한 명은, 울음을 보였다.

“이태원에서 일하니까, 상황의 심각성을 알았어요. 사람이 엉켜서 오가지도 못했어요. 등 떠밀려서 움직이다 보니까, 헛디디는 순간 도미노처럼 무너지거든요. 다음날 아침 출근 때문에 이태원을 찾았는데, 마음이 씁쓸하고 아파요.”

“어쩌면 누군가의 아들과 딸, 친구, 가족일 수 있잖아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슬퍼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해요.”

“합동분향소를 찾으니까, 눈물이 자꾸 나네요. 어떻게 위로의 말씀을 드릴 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추모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가시는 길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리고 싶어서. 그래서 왔어요.”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심재혁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꿈 많았던 또래 청년들을 위해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추모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명확한 참사 원인을 규명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매뉴얼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희생자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지 않을까 싶다.

시민기자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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