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을 벗어나고 싶은 '거리선생님'을 도와주는 사람들

시민기자 이성국

발행일 2022.07.06. 11:14

수정일 2022.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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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노숙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성국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노숙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다방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성국

“눈을 떠보니 서울역이었어요.” 4년 넘게 불면증을 잊기 위해 술에 의지했다던 윤OO(55세)씨는 덤덤하게 말했다. 이제는 지난 일이라는 듯, 다시는 알코올로 삶을 낭비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결의가 눈가에 어려 있었다. 

당시 윤씨는 아웃리치(outreach)활동을 나온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조국일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노숙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서울역 희망지원센터, 응급대피소, 다시서기 부속병원, 일시보호시설, 시설입소상담, 365일 급식(저녁), 일자리(반일제, 전일제)사업, 임시주거지원사업, 매입임대주택지원사업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아웃리치는 대상자가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물색하고, 그 대상자를 만나서 긴급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관으로 찾아오게 해 기타 서비스를 받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노숙인에게 필요한 주거지, 의료, 정신건강, 요양, 시회복지체계 연결 등을 제공하기 위해 가장 최초로 접근하는 단계를 말한다. 
신뢰가 쌓일 때까지 노숙자들과 상담한다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조국일 정신건강팀장 ⓒ이성국
신뢰가 쌓일 때까지 노숙자들과 상담한다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조국일 정신건강팀장 ⓒ이성국

“서울역에서 처음 만났던 윤씨는 불면증, 우울증, 심지어 자살충동까지 있는 심각한 상태였어요.” 조국일 정신건강 팀장은 윤씨와 신뢰관계를 형성하게 위해 여러 번 상담을 진행했다.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 윤씨는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5시간 반일제 아웃리치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노숙인지원주택에 당첨이 돼 집도 구했다. 전일제 일을 시작하고 받은 첫월급으로 박카스 80병을 샀다. 

“돈을 벌어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습니다. 복지사 선생님들과 거리 동료들과 나누어 먹으며 참 행복했습니다.” 윤씨는 야간엔 운전 일을 하며, 180여 만 원을 벌고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다고 했다. ‘서울역을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생활인이 될 수 있다.’ 다짐하며 틈틈이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에는 언제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옷방이 있다. ⓒ이성국
다시서기 희망지원센터에는 언제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옷방이 있다. ⓒ이성국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 부속병원,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많은 대기자가 있다. ⓒ이성국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 부속병원, 이른 아침 시간임에도 많은 대기자가 있다. ⓒ이성국

우대경 팀장은 몇 년 전 아웃리치 활동을 하다가 치매 어르신을 발견한 적도 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로 모시고 와 인적사항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어르신은 “집에서 쫓겨났다, 아들이 때렸다.”라고 하소연을 했다. 간신히 인적사항을 알아내 182에 실종신고를 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관이 놀라워 했다. 방금 전 가족에게서 실종신고가 왔다는 것이었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로 달려 왔다. 가족들의 얼굴 표정에서 걱정이 녹아내리는 안도감을 보았다고 했다. 그때 우대경 팀장은 늦은 밤 아웃리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서울역 근처에 160여 명의 거리선생님이 계십니다. 우리는 노숙인을 거리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존중해야 화합할 수 있고, 그래야 변화할 수 있겠죠. 그분들 중엔 ‘서울역이 제2의 고향’이라는 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이 하루라도 빨리 서울역을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수급자로 만들어 드리고, 지원주택을 알선하고,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세 번, 계속 상담을 해서 삶의 의지를 북돋아 드릴 겁니다. 더 많은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겠죠.”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우대경 팀장 ⓒ이성국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우대경 팀장 ⓒ이성국

우대경 팀장과 서울역을 걸으며 희망을 보았다.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거리선생님들의 표정에 미소가 있었다. 지금은 도움을 거부하는 거리선생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따듯한 시선과 마음으로 노력하면 윤씨의 경우처럼 거리선생님이 다시 사회 속으로 스며들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될 것이다. 
아웃리치 활동을 나가는 거리선생님들 ⓒ이성국
아웃리치 활동을 나가는 거리선생님들 ⓒ이성국

우대경 팀장과 인사하고 뒤돌아섰다. 노란조끼를 입고 아웃리치 활동을 나가는 이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거리에서 누군가를 돕고, 더 나아가 누군가를 살리고 있는 거리선생님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보낸다. 

서울특별시립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시민기자 이성국

매일 여행을 떠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그러므로 나는 매일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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