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난 MZ세대 조각전, 이렇게 다르네!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22.06.29. 13:18

수정일 2022.06.29. 13:18

조회 2,653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외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외관 ©박은영

작정한 듯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시원하고 보송한 장소가 그리운 시절이다. 미술관도 그 중 하나다. 여기 젊은 MZ세대 작가들의 조각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조각충동>이다. 미술계 내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라고 했다. 예술이나 조각을 모르지만 나만의 시선으로 조각들을 감상하고 싶었다.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그래서 더 설레었다.

지선버스 1137번을 타고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역에서 내리니 바로 미술관 건물이다. 지하철의 경우, 하계역 1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거리다. 대중교통편을 이용한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노원구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은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미술관으로 알려졌다. 등나무공원 산책로와 미술관 출입구를 연결한 개방형 건물로 누구나 접근하기가 쉬운데, 이는 북서울미술관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내부는 미로형으로 설계된 전시실과 더불어 아트도서실, 카페, 다목적홀 등으로 구성됐다. 입구 쪽에선 유모차 대여가 가능하고, 수유실 역시 구비돼 있다. 특히 지하 1층 어린이갤러리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1층에 조성된 수유실
1층에 조성된 수유실 ©박은영
지하 어린이갤러리로 내려가는 입구
지하 어린이갤러리로 내려가는 입구 ©박은영

어린이갤러리가 있는 북서울미술관은 그래서 조금 더 특별하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적지 않다. 3개 층을 수직으로 개방하여 높은 천장 아래 공간에서 어린이 창작 활동부터 미술사 강의 등 다양한 교육과 공공 프로그램이 열린다. 현재는 7월 3일까지 진행되는 ‘먼길 이야기’가 전시 중으로, 아이들의 체험활동도 함께 할 수 있다.

지상 1층과 2층엔 메인 전시실 외에도 미술관을 방문하는 시민에게 개방된 아트도서실도 있다. 미술 관련 도서, 도록 등의 정보를 제공하며,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이용이 가능하다.
2층에 조성된 아트도서실
2층에 조성된 아트도서실 ©박은영
<조각충동> 전시가 열리는 1층 전시실 입구
<조각충동> 전시가 열리는 1층 전시실 입구 ©박은영

지난 6월 9일부터 전시 중인 <조각충동>MZ세대 작가 17인이 참여했다. 조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난 10년 간 축적된 고민과 변화를 이끌어온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 존재하는 조각을 총 66점의 작품으로 선보인다. 동시대 조각의 변화 지점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와 자료를 축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아울러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가상현실을 통해 근본적인 감각이나 관점이 변할 때, 조각은 이러한 환경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응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전시된 조각작품들
전시된 조각작품들 ©박은영
도슨트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
도슨트 설명을 듣는 관람객들 ©박은영

도슨트 설명에 따라 전시 관람을 시작했다. 많은 조각들 중 우한나 작가의 작품 'Bag with you_ Take your shape'은 설명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된 것들은 자궁과 안구 등의 신체 장기를 상징한다고 했다. 패브릭 조각 시리즈로 실제로 착용 가능한 작품들은 화보로 촬영되고 이미지화 돼 상영되고 있었다. 이 작품들이 특별한 것은 2019년 작가가 신장 치료를 받으며 느꼈던 감정과 감각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조각을 걸친 관람자는 움직이는 오브제가 되어 서로의 결핍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응원하는 임시적 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된다. 들여다 보면 모두 지치고 외로운 사람들이 사이에서 '서로의 결핍을 위로한다'는 말이 작은 울림이 됐다.
우한나 작가의 <Bag with you_ Take your shape>
우한나 작가의 <Bag with you_ Take your shape> ©박은영
신민 작가의 우리의 기도 <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신민 작가의 우리의 기도 <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박은영

2층에 전시된 작품 중, 신민 작가의 '우리의 기도-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는 여성들의 뒷모습을 담은 거대한 상반신이 압도적이었다. 모두 머리망을 한 묶음머리의 모습이다. 이는 모두 여성노동자를 상징하고 있었다. 작가는 실제로 서비스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폭력적이거나 부조리한 상황의 경험을 통해 작품을 제작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고 노동자 간의 연대를 꿈꾸고 있다. 또한, 이 조각의 재료는 포대, 상업용 박스 등 소모품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시간제 노동자의 처지와 유사함을 표현하고, 값비싼 재료가 주는 표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사회문제를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최태훈 작가의 <살-자소상>
최태훈 작가의 <살-자소상> ©박은영
K팝 아이돌의 춤을 상징하는 이동훈 작가의 작품들
K팝 아이돌의 춤을 상징하는 이동훈 작가의 작품들 ©박은영

최태훈 작가의 '살-자소상' 시리즈는 얼핏 보기에 지방덩어리 같았다. '살'은 신체 조직의 뼈대로서의 '살'과 피부로서의 '살'을 동시에 의미한다고 했다. 유명 DIY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네스팅 테이블, 철제 선반을 뼈대로 구성한 후, 그 위에 우레탄 폼을 부풀려 붙인 작업으로, 작가는 DIY 가구 홈페이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구입한 유닛이 소비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자소상이 될 수 있을지 그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나의 신체와 더불어 나의 구매 알고리즘이 또 다른 나를 의미하는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각자 자신의 구매 이력이 만들어 놓은 알고리즘은 무엇일까 생각할 것 같았다.
돈선필 작가의 <자본주의의 고양이 앵거>
돈선필 작가의 <자본주의의 고양이 앵거> ©박은영
문이삭 작가의 <A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문 이후>
문이삭 작가의 <A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 문 이후> ©박은영

이동훈 작가의 작품을 보는 순간 마치 '지하여장군'이 연상됐다. 공간의 모서리에 자리 잡은 'Not Shy', 'Next Level', 'Savage1', 'Savage2'는 동시대 걸그룹이 포인트 안무를 추고 있는 모습을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도슨트가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쭉 설명했는데, 아이돌을 잘 알지 못해 아쉬웠다. 무엇보다 작가는 매체의 영상 감각을 조각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이미지와 동영상이 프레임과 스크린이라는 평면을 거쳐 감각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3차원 인체의 영상이 통나무라는 원통 형태의 제약 속에서 분절되고 평면화된 동세를 통해 구현되더라도 그 느낌을 실감할 수 있다고 했다. 설명을 듣고 조각을 들여다 보니 춤추고 있는 아이돌이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북서울미술관 앞 넓은 공원에 비치된 따릉이
북서울미술관 앞 넓은 공원에 비치된 따릉이 ©박은영
이색적인 디자인의 공원 화장실
이색적인 디자인의 공원 화장실 ©박은영

<조각충동>전은 기꺼이 신세대 감각이 돋보였다. 다양하고 신박한 작품 속에 강한 진심까지 담아냈다. 3D로 작품을 만들고, 디지털 가상세계 요괴를 바코드를 통해 현실세계로 끌어들인다. K팝 아이돌이 등장하거나 작품 속에 앉아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었다. 전시를 통해 예술작품이 시대와 더불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어렴풋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르는 세계를 접하듯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북서울미술관은 <조각충동> 전시의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 중에 있다. 조각 담론 확장과 작가 중심의 제작 환경을 논하는 <강연과 대담>이 7월 23일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다. 또한, 전시 중인 작품 <사랑의 여름>을 퍼모머와 함께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조각활용극>이 매월 1일 2회에 펼쳐지는데,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바로 매진이 될 만큼 인기가 높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바닥분수 속 아이들
보는 것만으로 시원한 바닥분수 속 아이들 ©박은영

북서울미술관의 <조각충동>은 8월 15일까지 계속된다. 혼자도 좋고,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다. 북서울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했다면 미술관 앞 등나무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괜찮다. 공원 내에 구비된 따릉이를 타거나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디자인의 화장실도 볼 수 있다. 풀 향기를 맡으며 등나무 아래 벤치에서 쉬거나 곳곳에 조성된 조각들을 찾아보는 것도, 혹은 물을 뿜는 바닥분수 앞에서 온몸으로 여름을 만끽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시원하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 주소: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
○ 관람료: 무료, 특별전 유로
○ 문의: 02-2124-5248~9

시민기자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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