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에 엘리베이터·모노레일 설치…어디어디 생기나?

한우진 시민기자

발행일 2022.02.22. 14:50

수정일 2022.02.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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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08) 모노레일, 엘리베이터 등 소규모 도심 교통수단
시민기자 한우진의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교통수단은 규모에 맞게 다양하게 운영되어야 여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지하철처럼 긴 거리를 대량으로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도 필요하고, 마을버스처럼 작은 차량으로 단거리를 움직이는 교통수단도 필요하다.

그런데 규모를 계속 줄여가다 보면 우리가 지하철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도 결국은 교통수단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는 별도의 차량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교통수단과 비슷하다.

엘리베이터를 건축물의 부속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그 자체가 외부에서 독립적인 교통수단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엘리베이터류 교통수단의 특징이 있다면, 차량이 하나이고 별도의 차량기지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규모와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설치도 쉬워진다. 실제로 지하철이나 버스노선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차고지 설치에 대한 민원이다. 또한 전기로 운행되고 무인운전이므로 동력비와 인건비도 적게 든다.
남산 오르미 경사형 엘리베이터 ⓒ서울시
남산 오르미 경사형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의 또 다른 장점은 급경사를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철도는 애초에 급경사를 오를 수가 없고, 버스도 한계가 있다. 특히 눈이 오면 더 취약해진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급한 경사도 쉽게 오를 수 있으므로 노선 길이를 짧게 할 수 있고, 이동 시간도 단축된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엘리베이터식 교통수단은 도시의 급경사 지역에서 소규모 교통수단으로 큰 역할을 할 수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급경사를 오르는 소규모 교통수단은 경사형 엘리베이터와 톱니바퀴식 모노레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능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하며, 적용되는 법령(승강기안전관리법과 궤도운송법) 도 각기 다르다. 쉽게 말하면 엘리베이터는 차량을 남이 끌어주는 것이고, 모노레일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따라서 엘리베이터는 모터가 차 바깥 기계실에 있고, 모노레일은 차 안에 있다.
진해 제황산 모노레일 ⓒ한우진
진해 제황산 모노레일 ⓒ한우진

현재 서울에도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지하철역에 설치된 것을 제외하고 바깥에 있는 것으로는 ‘남산오르미’와 ‘후암동 108하늘계단’이 대표적이다. 

남산 케이블카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하부 탑승장이 산 중턱에 있어서 접근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남산 3호 터널 입구에서 탑승장으로 올라가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2009년에 생겼는데 이것이 '남산오르미'이다.
남산 오르미 하부 승강장 ⓒ서울시
남산 오르미 하부 승강장

한편 용산고등학교 동쪽 해방촌에는 후암동과 용산동2가의 경계를 이루는 높은 계단이 있는데 이를 '108하늘계단'이라고 한다. 계단이 가파르고 길어서 그동안 주민들이 이용하기 힘들었고 눈비가 오면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있었다. 그래서 2018년에 이곳에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계단을 오르기 쉬워졌다.

이들 경사형 엘리베이터의 특징은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무료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무료 운영을 통해 남산오르미는 서울의 관광 활성화에 기여하였고, 108하늘계단 엘리베이터는 평소 불편과 위험을 안고 살아야 했던 주민들의 교통복지에 이바지하였다. 수요자의 요구에 딱 맞춘 소규모 교통수단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후암동 108계단 경사형 엘리베이터 ⓒ용산구
후암동 108계단 경사형 엘리베이터 ⓒ용산구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는 경사가 심한 구릉지에 추가로 급경사용 교통수단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2020년에 7개 지역과 수단이 선정되었다. 시에서 관리하는 지하철이나 버스와 달리 이들 교통수단은 자치구에서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 [관련기사] 서울 고지대 7곳에 모노레일 등 신교통수단 생긴다

구릉지 이동편의 개선사업 대상지 및 교통수단

자치구 위치 시설유형
중구 동호터널 옆 옹벽 수직 엘리베이터
성동구 옥수동 옥수교회 앞 보행로 수직 엘리베이터
금천구 금동초등학교 수직 엘리베이터
금천구 장미공원 구릉지 수직 엘리베이터
서대문구 북아현동 251-99 외 경사형 엘리베이터
성동구 행당2동 대현산공원 톱니바퀴식 모노레일
중구 대현산 배수지공원 톱니바퀴식 모노레일

이들 노선이 설치되는 곳은 경사가 심한 곳들이다. 이 경우 주민들은 가파른 계단을 억지로 이용하거나 완만한 길을 찾아 옆으로 크게 우회해서 이동해야 했다. 위험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또는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해야 하므로 교통비가 지출되기도 하고, 불필요한 자동차 이용이 발생하여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까지 발생한다. 그래서 이런 곳에 소규모 급경사용 교통수단을 설치하는 것이야말로, 교통약자를 보호하고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일인 것이다.

마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지난 2뤌 16일 중구 대현산 배수지공원에 도시계획시설(궤도)을 설치하는 것을  통과시켰다. 즉 급경사용 톱니식 모노레일 설치가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길이는 110m라고 한다. 개통 예정 시기는 올해 11월이다.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설치 조감도 ⓒ서울시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설치 조감도

배수지란 상수도 시설의 일종으로 정수장과 수요처 사이 중간에 위치한다. 배수지는 수압의 확보를 위해서 언덕 위에 설치되는데, 건물의 물탱크가 꼭대기 층에 설치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런데 배수지는 기피시설이다 보니 이를 땅속에 넣고 상부를 공원화하는 경우가 많으며, 대현산 배수지공원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공원은 산꼭대기에 있는데 집들은 산중턱에 있으니 당연히 공원까지 올라가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이곳에 경사를 오르는 모노레일을 설치하려는 것이다. 기존에는 계단으로 한참 올라가거나 금호로 쪽으로 돌아서 가야 했지만, 모노레일이 생기면 짧게 이동할 수 있고 힘도 들지 않게 될 것이다.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설치 위치 ⓒ서울시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 설치 위치

이 같은 경사형 모노레일에 또 하나 기대하는 점은 그 자체가 관광명물이 될 수 있다는 점 이다. 예를 들어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피크트램(Peak Tram)은 유명 관광지가 되어 있다.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은 공원을 끼고 있는데다가 무료로 운영되니 관광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이 크다. 이는 지역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위아래만 왕복하는 셔틀운행이 아니라 중간에 역을 만들어 커뮤니티 시설도 운영할 예정인데, 교통수단으로서의 기능성도 높이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홍콩의 피크트램이나 해방촌 108계단 엘리베이터도 중간 역이 있다.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 노선도ⓒ서울시
대현산 배수지공원 모노레일 노선도

현대 사회는 다양한 수요가 존재하는 사회이며 교통도 예외가 아니다. 기술의 발전과 기반시설 투자를 통해 그 수요를 충족시킬수록 더욱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구릉지 교통편의 개선사업이 기대되는 것은 이런 이유다.

*본 고의 소개된 사업 계획은 변경될 수 있음

한우진 시민기자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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