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마을 여행,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박혜리 도시건축가

발행일 2022.02.18. 15:30

수정일 2022.11.28. 10:04

조회 2,335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이화벽화마을 꽃계단(왼쪽사진),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으로 지금은 지워졌다.(오른쪽사진)
이화벽화마을 꽃계단(왼쪽사진),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으로 지금은 지워졌다.(오른쪽사진)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5) 코로나 이후 마을 여행,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여행이 그리운 요즘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 자극도 받고 위안도 받기 위해 우린 종종 여행을 떠났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대자연이나 아주 이국적인 또는 이색적인 일상 등 평소와는 다른 비일상의 공간을 찾아가 색다른 공기를 느끼곤 했다. 

코로나 전, 그 장소가 사람들이 많은 도심이나 어느 지역의 마을이 되면 유달리 잡음이 잦곤 했다. 사람들의 이동 동선이 얼어붙은 지금 이 시기에는 그러한 동네도 한숨을 돌리는 시간이 되었다.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관광 열정은 뜨거웠다. 네덜란드에서도 정부가 나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에 대해 숙고했고, 2019년 5월엔 그동안 추진했던 관광‘촉진’정책을 멈추기로 결정했다. 암스테르담 뮤지엄플레인에 상징처럼 놓여있었던 “IAmsterdam”을 철거하면서 그 결연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한산한 히트호른, 2021년 여름(왼쪽사진), 관광객 감소로 휴식을 취하는 배들(오른쪽사진)
한산한 히트호른, 2021년 여름(왼쪽사진), 관광객 감소로 휴식을 취하는 배들(오른쪽사진)

네덜란드의 베니스라 하는 ‘히트호른(Giethoorn)’은 특히 중국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던 관광지였다. 배로 마을 사이사이를 지나는 이곳은 동화적인 풍경 그대로 아름답고 흥미로워 마을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수의 관광객들의 비매너행동과 과도한 밀도로 홍역을 앓기 시작했다. 집 앞 우편함을 휴지통으로 오해해 기저귀가 버려져 있거나, 울타리가 없는 개인 정원에 피크닉을 하는 등의 관광객들이 심심찮게 있었다고 한다. 그 정점에 이르던 2019년이 지나 2020년 초, 코로나가 시작됐고 관광촉진정책 폐기가 무색하게 오버투어리즘도 멈추게 되었다. 

작년 네덜란드 쿤스트할(Kunsthal)에서는 코로나에 대한 관망과 해석에 대한 전시가 열렸다. 작품들을 보기 전, 나는 그 전시가 대부분 코로나로 인한 아픔, 좌절, 또는 관광객 축소로 인한 경제 타격… 이런 주제가 주를 이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오판이었다. 
코로나 전 쿤스트할의 오디토리움(왼쪽사진), 코로나 후 좌석이 반 이상 줄어든 오디토리움(오른쪽사진)코로나의 영향이 전시뿐만이 아닌 전시공간에까지 끼쳤다.
코로나 전 쿤스트할의 오디토리움(왼쪽사진), 코로나 후 좌석이 반 이상 줄어든 오디토리움(오른쪽사진)코로나의 영향이 전시뿐만이 아닌 전시공간에까지 끼쳤다.

로테르담에 베이스를 두고 평소 도시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작품활동을 하는 사진작가, 한스 빌스후트(Hans Wilschut)가 “이곳은 할슈타트입니다. 박물관이 아니라!(This is Hallstaat, kein Museum!)”라는 제목의 사진 작품을 전시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관광명소, 할슈타트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드라마 <봄의 왈츠>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이곳은 중국 광동지역 한 기업에서 중국에 할슈타트 전체를 실제 사이즈로 만들어 관광지로 만들었을 만큼 중국에서도 유명했는데, 실제 모습을 보고 싶은 중국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원래 배로만 닿을 수 있는 지역이었는데, 이후 다리도 놓아 도로를 만들었을 만큼 지역의 큰 변화를 불러왔다. 이곳도 이러한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게 되었고, 보다 못한 할슈타트 시장이 2020년 관광객 수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을 내놓게 됐다. 

그리고 이곳에도 팬데믹 상황이 왔고, 관광객이 반은커녕 아예 오지 않는 ‘소거’의 상황이 왔다. 이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먼저 경제, 관광수입을 걱정하지 않았을까? 근데 오히려 이 사진 전시는 이러한 상황을 기회 삼아 마을을 정비하고 팬데믹 이후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는 지역의 상황을 보여줬다. 팬데믹으로 생기를 잃은 것이 아닌, 이전까지 90%에 달하는 관광에 의존된 불균형적인 지역경제 구조를 재편하고, 그간 관광객으로 인해 감수했던 지역주민의 불편함을 달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2018년과 2020년의 할슈타트의 극심한 대비를 보여주는 이 사진 전시의 마지막에는 ‘팬데믹’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었고, 마지막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행성으로 볼 때, 우리는 바이러스입니다. (Door de planeet bezien zijn wij het virus. - Ilja Leonard Pfeijffer)”
 
이러한 오버투어리즘은 비단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거지역이 벽화로 인해 관광지역으로 촉진되어 소음 및 불편함을 겪은 나머지 주민 스스로 벽화를 지웠다는 이화마을이나, 현재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상인들의 업무상 불편함은 마을 곳곳에 붙여져 있는 안내문 또는 공고문에서 오버투어리즘의 상처가 절절히 느껴진다.
이화마을 곳곳에 붙어 있는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
이화마을 곳곳에 붙어 있는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

투어 프로그램을 지역자치나 관에서 가이드라인을 갖고 갖추는 것도 방법이다. 정기적으로 을지로 지역 ‘열린공장투어’를 기획했던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안근철 활동가는 상생의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전 충분한 시간동안 지역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맺기와 지역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토대로 섬세하게 기획하고 운영할 때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가능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작년 12월, 공공예술축제의 일환으로 ‘멀리보는 을지로 <가운데의 시간>’ 전시가 대림상가데크에서 열렸다. <가운데의 시간>은 세운상가 위에서 을지로 주변 지붕 및 벽면에 걸려진 그림을 지역의 풍광과 함께 멀리서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내밀하고 정밀한 도시를 탐구하고자 했다. 적절한 일종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작년 12월, 공공예술축제의 일환으로 ‘멀리보는 을지로 <가운데의 시간>’ 전시가 대림상가데크에서 열렸다. <가운데의 시간>은 세운상가 위에서 을지로 주변 지붕 및 벽면에 걸려진 그림을 지역의 풍광과 함께 멀리서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내밀하고 정밀한 도시를 탐구하고자 했다. 적절한 일종의 ‘사회적 거리’를 두고.

마을이나 지역을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우선적으로 그 지역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예의를 갖춰 본인의 사진찍기 욕구, 훔쳐보기 욕구, 사유지 침범 욕구 등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그만큼 사람들이 찾는 가치 있는 지역에 사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것이 좋다. 사실 그 오래된 물성 및 지역민들의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한 손때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여 사람들이 찾는 것이기에, 이 근본적인 이유에 우선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서로 다른 다양한 삶을 공유한다는 동지 의식이 우선한다면, 무례하게 사생활을 침해하고 하릴없이 침해당하는 불편함이 좀 줄어들지 않을까. 

팬데믹은 분명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응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서울의 ‘마을 여행’은 다른 상황을 만들어 낼 것이다. 팬데믹이 끝나가면, 한국 콘텐츠에 매료된 외국 사람들이 서울에 다시 온다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서울의 어느 공간이 또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다면, 그 상황에 서로가 불편하고 미워지기보다, 서로가 존중되는 도시 공간 질서를, 그 기준을 우리가 우선 준비해 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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