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첫 주말! 북한산 숨은벽타고 백운대 오르다
발행일 2021.11.17. 10:30
설악산 공룡능선보다 멋진 북한산의 탐방로를 찾아서
마스크 없이는 한 발짝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코로나19, 지난 1일 마침내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됐다.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 600여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쌓인 우울함 때문일까, 위드 코로나 소식을 듣고는 박차고 일어났다. 가슴 뻥 뚫리는 곳을 찾아 훌훌 떠나고 싶어졌다.
땅과 하늘의 경계선, 서울의 최고봉 백운대 정상에 오른 시민들 ⓒ최용수
탁 트인 바다도 좋고 드넓은 벌판도 좋았다. 코로나19 돌파감염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먼 곳을 찾기보다 주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갑갑한 마음을 일순간 시원하게 뚫어주는 건 등산이 제일이다. 요즘처럼 만산홍엽의 가을 산행은 그 맛이 최고다. 한 걸음 한 걸음 농 짙은 땀을 쏟으며 옮기는 발걸음은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이자 수양이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이야 감히 비할 데가 있을까.
서울에는 높이 500m 넘는 산이 8개나 된다. ⓒ최용수
서울에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오른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을 비롯해 500고지가 넘는 산만해도 무려 8개나 된다. 위드 코로나 시작 첫 주말, 북한산 숨은 벽을 타고 백운대를 올랐다. 북한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한북정맥 지맥에서 솟구친 대한민국 수도의 진산(鎭山)이다.
백운대 태극기 아래에서 인증샷을 찍는 등산객 모습 ⓒ최용수
북한산의 다양한 등산로 중 숨은벽~백운대 코스로 향했다. 숨은벽 코스를 택한 것은 설악산 공룡능선 못지 않은 천혜의 비경이 숨어있고 도전과 성취를 느낄 수 있는 험준함이 압권이기 때문이다. 국사당 밤골탐방지원센터을 출발해 해골바위(구멍바위)~숨은벽 능선~바람골~약수터(석간수)~호랑이굴을 지나 백운대 정상에 이르는 코스이다. 이정표 상 4.3km, 실 거리는 5km 정도로 보면 넉넉하다.
밤골탐방지원센터에서 숨은벽 경유 백운대 정상까지 탐방로를 알려주는 이정표 ⓒ최용수
어둠이 채 가시기 전 밤골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등산객이 북적였다. 전과는 달리 2030 등산객이 많아진 것 같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탐방지원센터를 출발한다. 40여 분쯤 지났을까. 암릉이 이어지더니 시야가 확 트인다. 덩그러니 해괴한 바위가 눈 아래 보인다. 해골바위(구멍바위)이다. 구멍 뚫린 형상이 어쩌면 저렇게 해골을 닮았을까! 누가 붙인 이름인지 기가 막히다.
북한산 숨은벽 등산로에서 만나는 해골(구멍)바위의 모습이 신비롭다. ⓒ최용수
해골바위부터 본격적인 숨은벽 능선길이다. 좌측에는 도봉한 도봉산 오봉이 보이고, 우측은 원효봉과 의상능선이 파노라마 경관을 펼친다. 험준한 산세와 웅장한 암벽, 좌우로 펼쳐진 경관에 탄성이 쏟아진다. 골바람과 능선 바람이 서로 부딪히니 중심 잡기가 쉽지 않다. ‘조심해야지’ 양손으로 잡은 스틱을 단단히 조여맨다.
숨은벽 능선을 오르는 등산객들, 왼쪽이 인수봉능선이고 오른쪽이 숨은벽능선이다. ⓒ최용수
백운대와 인수봉 등 뒤에는 은밀한 계곡이 있다. 숨죽여 자태를 감춘 채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고깔 형태의 바위덩어리, 바로 백옥 같이 해맑은 ‘숨은벽’이다. 세찬 바람이 일자 잠자던 숨은벽은 갑자가 용트림을 한다. 인수봉을 향해 용처럼 승천한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모두 탐방했지만 이곳 숨은벽 능선이 최고인 것 같아요.” 대구에서 왔다는 산악회원들은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니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다”며 연신 기념사진을 찍는다.
북한산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웅장한 숨은벽 자태 ⓒ최용수
숨은벽 하단에 이르니 가파른 협곡 ‘바람골’이다. 관리초소와 안전펜스가 있지만 자칫 하면 사고를 부른다. 조심조심 직벽을 따라 내려가니 밤골 탐방로와 합류된다. 이제 호랑이굴로 향한다. 단풍이 든 인수봉 뒤태는 아름다움을 뽐낸다. 족히 60~70도가 넘을 듯한 돌계단, 중간쯤에서 옹달샘을 만난다.
백운대 후사면 계곡 단풍은 탄성이 절로 나온다. ⓒ최용수
바위틈을 비집고 떨어지는 석간수(石間水), 얼른 주걱을 들었다. 한 사발 떠서 들이키니 생기가 돈다. 드디어 호랑이굴,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의 협곡을 이르는 말이다. 바위 능선을 칼로 도린 듯 가파른 V자형이다. 뚱뚱한 사람은 통과하기 어려울 만큼 비좁아 ‘비만측정기’라고도 불린다니 재밌다.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는 암벽등반가들 ⓒ최용수
호랑이굴을 통과하니 웅장한 인수봉이 버티고 있다. 줄 하나로 의지하며 절벽을 오르는 사람들, 인수봉이 암벽등반 메카로 입소문 난 까닭을 한 눈에 알게 됐다. ‘나도 암벽 등반을 해볼까?’ 새로운 욕심을 가져본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 계곡 탐방로에도 단풍이 물들었다. ⓒ최용수
이곳에서 백운대 정상까지는 대략 20여 분, 위드 코로나 첫 주말이라 등산로가 만원이다. 가다가 서고 비켜주고 다시 오른다. 8부 능선쯤 올랐을까 저 앞에 인수봉 머리가 보인다. 조망 포인트라 얼른 사진 한 컷을 찍었다. 드디어 100여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백운대 너럭바위에 도착했다. 사방을 관망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반석이라 백운봉(白雲峯)을 백운대(白雲臺)로 부르는가 보다.
왼쪽부터 정상으로 가는 암릉길, 3·1운동 암각문, 백운대 정상 태극기 등 ⓒ최용수
오전 10시경, 너럭바위에는 등산객이 빼곡하다. 믹스커피 한 잔이 이보다 향기로운 곳이 또 있을까. 커피 잔을 들고 내려다보니 울긋불긋 단풍 옷을 입은 만경대가 다가온다. 정상 인증샷을 찍으려 뒤돌아보니 벌써 긴 줄이 섰다. 필자도 얼른 꼬리를 잡고 선다.
백운대 정상,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세워졌다. ⓒ최용수
백운대 정상은 이미 겨울이다. 차가운 바람을 피하며 옷깃을 올리자 발아래 ‘통일서원비(碑)’가 보인다. 3·1운동 정신으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후손들의 결의를 담은 한국산악회의 비석이다. ‘통일서원비(碑)’를 지나니 나무울타리가 있다. 모두가 안전펜스처럼 울타리를 잡고 서있다.
백운대 정상 직전에서 만나는 통일서원 비석 ⓒ최용수
경천애인(敬天愛人) 4글자로 각을 잡은 장방형 울타리, 그 안에 희미한 글자가 보인다. “독립선언문은 기미년 2월 10일 육당 최남선이 썼고, 3월 1일 파고다공원에서 정재용이 독립선언만세를 이끌었다”는 해서체 69자의 암각문이 새겨있다. 독립운동가 정재용(1886~1976, 건국훈장) 선생이 3.1운동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새겼다고 한다. 작은 안내판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백운대 정상 바로 아래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는 3.1운동 암각문 ⓒ최용수
마침내 백운대 정상, 힘차게 약진하듯 태극기가 휘날린다. 아래 바위에는 ‘白雲臺(백운대)’가 새겨있다. 세상이 모두 내 발아래이다. 멀리 인천 앞바다, 개성 송악산이 보이고 서울 도심은 지척이다. 과연 서울의 최고봉다운 경관이다. 순서가 되어 필자도 인증 샷을 남겼다. ‘등산의 맛이란 바로 이런 거로구나’ 정복의 쾌감을 느꼈다. '백운대 태극기'는 알링턴국립묘지의 '꺼지지 않은 불(Eternal Flame)'보다도 더 상징성이 있지 않을까.
필자도 백운대 정상에서 태극기와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최용수
“우리, 위드 코로나 기념 산행을 백운대로 하길 잘 했지?” 취준생으로 친구들과 결의를 다지고자 백운대에 왔다는 젊은 친구들은 찍은 사진을 돌려보며 깔깔 댄다. “난 이 사진을 인생샷으로 해야겠어.” “나는 당장 스마트폰 배경 사진으로 넣을 거야.” 정상 정복을 한 것처럼 꼭 취업을 했으면 하고 필자도 응원해본다.
백운대 정상에서 내려다 본 만경대의 단풍 절경 ⓒ최용수
이제 가을도 끝자락이다. 위드 코로나로 우리는 새로운 삶을 경험하고 있다. 희망으로 미래를 설계해보자. 등산만큼 자신을 돌아보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운동은 없는 것 같다. 자연의 선물인 북한산에 올라 3·1운동 암각문의 의미를 되새기고 도전 정신과 건강을 키울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닐까.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있는 법, 다가오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준비해보자.
숨은벽~백운대 코스의 암릉 탐방로 ⓒ최용수
북한산 숨은벽능선·백운대 탐방코스
○ 코스 : 국사당 밤골탐방지원센터 -> 해골바위(구멍바위) -> 숨은벽능선 -> 약수터(석간수) -> 호랑이굴 -> 백운대 정상, 편도 4.3km (2시간 30분 소요)
○ 북한산국립공원 홈페이지 : bukhan.knps.or.kr
○ 대표전화 : 031-828-8000
○ 북한산국립공원 홈페이지 : bukhan.knps.or.kr
○ 대표전화 : 031-828-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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