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친 현장에 '힘내요 버스'가 찾아갑니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0.26. 14:00

수정일 2021.10.26. 15:17

조회 1,847

작년 1월말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상황이 이토록 오래갈 줄은 몰랐다. 장기화된 코로나로 일상이 달라지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동반한 ‘코로나우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힘든 곳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의료진을 비롯한 코로나19 대응인력들일 것이다.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이들의 심리지원을 위해 ‘힘내요 버스’가 찾아가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응원하고 심리지원을 하는 '힘내요 버스'를 운영한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응원하고 심리지원을 하는 '힘내요 버스'를 운영한다. ⓒ윤혜숙

코로나19 대응인력의 업무과중과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5개 자치구 현장을 찾아가 응원캠페인 ‘힘내요 버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 8월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코로나19 대응인력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국적으로 대응인력의 정신건강 위험군이 일반시민 대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남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때 현장에서 들은 의견을 반영해 ‘마음충전소’를 운영하는 등 찾아가는 심리지원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랑구청 소회의실이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위해 안락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중랑구청 소회의실이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위해 안락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윤혜숙

각 자치구마다 요청하는 사항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서울시는 사전에 구별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신청받아 제공하고 있다. 필자는 그 중 중랑구청에 있는 중랑구보건소를 방문해보았다. 

10월로 접어들면서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분다. 자꾸만 몸이 움츠러드는 이때가 가을에서 곧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다. 일반인도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느라 피로감이 느껴지는 이 시기, 하물며 코로나19 대응인력은 더욱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서 서울시가 마련한 심리지원 사업이 어떨지 기대가 된다.    
코로나19 대응인력 대상의 심리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안마 서비스 현장
코로나19 대응인력 대상의 심리지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안마 서비스 현장 ⓒ윤혜숙

구청 2층 소회의실에 들어서니 딱딱한 회의실이 사라지고 안락한 공간으로 바뀌어 있다. 사방에 식물이 가득한 화분이 놓여 있고, 은은한 조명에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안쪽에서 3명의 직원이 안마를 받고 있다. 손끝 채움 안마 서비스다. 20분간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직원의 어깨, 목, 머리를 번갈아 가며 안마를 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늘 신경을 곤두세운 채 긴장하면서 보냈던 탓일까? 직원의 어깨며 목이 단단하게 뭉쳐 있다. 안마사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으니 그동안 누적된 긴장과 피로가 해소되는 듯 했다. 
대한안마사협회 시각장애인들이 손끝 채움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시각장애인들이 손끝 채움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윤혜숙

안마 서비스를 하는 시각장애인은 대한안마사협회 소속이다. 그동안 장애인복지관을 순회하면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시각장애인들의 일이 확 줄어들었다. 그들에겐 서울시의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위한 심리지원사업으로 인해 모처럼 일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안마를 받고 나오는 한 직원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목이며 어깨에 곰 한 마리를 얹고 있는 것처럼 무겁고 아팠는데 안마를 받고 나니 날아갈 듯 가볍고 시원하다”면서 “실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안마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동안 수고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안마 서비스를 받으며 제대로 위로받는 느낌이었다”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안마 서비스를 받은 직원들은 몸이 가볍고 시원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안마 서비스를 받은 직원들은 몸이 가볍고 시원하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윤혜숙

이곳에 들어올 적엔 지치고 무표정했던 직원들이 나갈 적엔 생기가 돌고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의 표정만 봐도 안마 서비스의 효과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20분에 불과한 짧은 시간이지만 안마사들은 최선을 다해 어깨, 목, 머리를 손끝으로 마사지하며 그간 누적된 직원들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서울시에서 출동한 커피차가 음료와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출동한 커피차가 음료와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있다. ⓒ윤혜숙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청 옆 보건소 앞에 커피차가 도착했다. TV에서만 보았던 그 커피차가, 코로나19 대응인력에게 음료와 샌드위치를 제공하기 위해 출동한 것이다. 소식을 듣고 나온 직원들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물론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일렬로 줄지어 섰다. 맛난 간식을 기다리는 지금이 그들에겐 더없이 달콤한 휴식시간이다.   
 음료와 샌드위치를 받은 직원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음료와 샌드위치를 받은 직원이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윤혜숙

커피차는 커피 외에 여러 음료가 있어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주문할 수 있다. 각자 원하는 음료를 주문하면 커피차에 탑승한 바리스타가 즉석에서 음료를 만들어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이 이어진다. 서울시에서 중랑구 코로나19 대응인력을 위해서 200잔의 음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음료와 샌드위치를 받아 든 한 직원은 “고맙고 앞으로도 자주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면서 “점심을 먹은 뒤 출출할 때쯤 간식을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즉석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만들어준다.
직원들이 즉석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바리스타가 만들어준다. ⓒ윤혜숙

지난 9월 시작한 각 구를 순회하는 ‘힘내요 버스’는 오는 12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다과와 응원메시지를 전달하고 심리상담, 안마서비스, 네일아트 체험, 온라인 힐링토크, 심리지원 꾸러미 배포 등 지원 내용도 다양하다. 아울러 서울시정신건강브랜드인 블루터치 홈페이지를 통해 정신건강 자가검진과 전문상담 연계도 진행하고 있다.
컵에 '여러분들 힘내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응원문구가 적혀 있다.
컵에 '여러분들 힘내세요 부탁드립니다'라는 응원문구가 적혀 있다. ⓒ윤혜숙

성공적인 K방역의 이면에는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코로나19 대응인력의 헌신과 희생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코로나19 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심리지원사업이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방역을 지켜서 코로나19 감염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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