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수돗물, 그냥 마셔도 괜찮을까?

시민기자 정지영

발행일 2021.03.24. 17:19

수정일 2021.03.24. 17:39

조회 11,346

3월8일부터 ‘아리수 품질확인제’ 실시…무료 수질검사로 탁도·pH·구리·철·잔류염소 확인
서울시에서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실시한다.
서울시에서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실시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딸~생수 하나 남았다!"

부모님이 굳이 하지 않은 뒷말이 무엇인지는 필자도 잘 알고 있다. 군말 없이 스마트폰을 들어 '지금 주문하시면 내일 문 앞으로 배송해드려요'라고 쓰여진 2L 생수 12개 묶음을 결제했다. 간혹 타이밍을 놓치면 수돗물을 팔팔 끓여 만든 보리차를 마시게 된다. 무거워진 주전자를 본 부모님의 재촉과 잔소리는 덤이다. 

아리수 음수대가 보급된 시기에 학교를 다닌 필자로서는 '사실 수도관 문제만 아니면 급할 때는 그냥 마셔도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지만 입으로 뱉지는 않는다.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수돗물은 끓여먹는 것'이라고 하셨으니까. 게다가 '어느 시에서는 녹물이 나왔다더라', '수돗물을 자세히 보니 유충이 있었다더라' 하는 뉴스들이 최근까지 나오지 않았던가. 페트병이 쌓이는 것이 속상하지만 수도관을 뜯어 확인해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필자에게 '아리수 품질확인제'가 눈에 띄었다. 무료로 직접 방문해 가정에서 실제 사용하는 수돗물을 검사해 주고, 만약 결과가 부적합하다면 그 원인까지 조사해 주어 필자와 같은 고민을 가진 시민들에게 적합할 것 같았다. 신청은 다산콜센터(☎120)나 관할 수도사업소,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https://arisu.seoul.go.kr/c1/sub2.jsp)에서 가능하다. 필자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수질검사를 받았다. 
수질검사 신청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수질검사 신청을 위해 정보를 입력하고 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하단에 온라인 신청 바로가기 버튼이 있다. 온라인 민원신청 메뉴에서 검사를 받을 우리 집에 대한 정보(수용가정보)를 입력한다. 굳이 홈페이지에 가입이나 로그인을 할 필요는 없어 편리하다. 고객번호와 성명을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수도요금 청구서 앞면을 보는 것이다. 단, '수용가(성명)'에는 신청자 본인의 이름을 넣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하자. 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세입자라면 청구서 상의 성명이 본인이나 세대주가 아닐 수 있다. 청구서 상의 성명을 입력해야 정상적으로 확인이 된다.

민원 내용에는 자신이 어떤 이유로 검사를 신청했는지, 악취나 변색 등 특이사항이 있다면 간단하게 적으면 된다. 수질유형은 위에서 적은 민원 내용에 해당하는 항목 중에서 고르면 된다. 필자의 경우 별다른 이상은 없지만 그냥 마실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므로 '단순검사(음용가능여부)'를 선택하였다.
수도요금 청구서에 앞면에 기재된 사용자명과 고객번호로 신청한다.
수도요금 청구서에 앞면에 기재된 사용자명과 고객번호로 신청한다. ⓒ정지영

신청인 정보에는 성명을 검색할 필요 없이 '사용자와 같게', '소유주와 같게' 버튼을 눌러보고 본인이거나 본인과 관계있는 사람을 선택하자. 성명에 입력한 본인이 아니어도 하단에 (사용자 혹은 소유주와의) 관계 선택지에 배우자·자녀·기타가 있기에 검사 신청이 가능하다. 

필자는 명의 변경을 잊은 탓에 사용자와 소유주 모두의 직계 가족이 아님에도 기타란에 관계를 적어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등록 버튼을 누른 후에는 좌측 '민원처리결과확인'에서 신청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신청이 제대로 되었다면 곧 관할 수도사업소의 근무시간에 방문 예약 전화가 걸려오게 된다. 기본적으로 평일 오전 10시 ~ 오후 4시까지 가능하나 사전 협의를 통해 18시 ~ 21시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관할 수도사업소마다 해당 시간대에 이미 다른 시민이 예약했거나 인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검사가 가능한 사업소도 있으나 흐르는 물에 바로 검사해야 하는 특성상, 즉석에서 물을 받아 문밖으로 건네줄 한 명은 집에 있어야 한다.
수질검사에 사용되는 검사도구
수질검사에 사용되는 검사도구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필자는 별도의 비대면이나 야간 검사는 신청하지 않았기에, 예약한 낮 시간대에 마스크와 위생장갑을 착용한 1명의 수질검사원 '아리수코디'가 집으로 방문했다. 마시는 수돗물이 나오는 곳에서 채수를 하니, 싱크대 등을 미리 정돈하면 민망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코디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전용 채수병 3~4개 정도에 물을 담아 기계로 수치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점검 결과표에 5개 항목의 정확한 수치가 적히기 시작했다.

이윽고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에 받은 검사는 탁도·pH·구리·철·잔류염소의 5종 수치를 측정했으며, 필자의 집은 모든 수치가 정상 범위인 관계로 굳이 끓이지 않고 먹어도 될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기준치와 측정치는 검사 항목표에도 적혀 있으나, 각 항목에 대한 부연 설명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코 '잔류염소'에 대한 설명이다. 필자의 부모님이 계속 수돗물을 끓였던 것도 예전에 염소를 염려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의 우리 집 수치로는 미세한 맛 취향만 맞는다면 끓일 필요가 없다고 한다. 단, 세균 등의 문제 때문에 아예 염소가 남지 않아도 곤란하다. 모든 검사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검사원이 직접 흐르는 물에 바로 채수하는 것이 정석인 이유도 염소 때문이다. 식물이나 관상어를 키워봤다면 알겠지만 하루 정도만 수돗물을 둬도 염소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리수 품질확인제 점검결과
검사 직후 바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정지영

만일 1차 검사에서 부적합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2차로 일반세균·총대장균군·대장균·아연·망간·염소이온·암모니아성질소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단순히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원인 진단과 해결방안을 안내한다고 하니 의심이 된다면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자. 실제 문제가 있는 경우 수도관이 노후가 되었는지, 외적인 문제가 있는지만 알아도 큰 도움이 된다.

이번 아리수 품질확인제 수질검사는 과학적 수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서울의 수돗물, 아리수를 좀 더 믿음직스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었다. 마냥 찝찝했던 마음을 버릴 수 있었고, 수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일부는 생수보다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에 새삼 감탄도 했다. 마시는 물은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좋은 품질의 아리수를 마음껏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수질검사를 이용해보자.

■ 아리수 품질확인제 신청방법

☞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 arisu.seoul.go.kr
☞ 문의 : 다산콜 02-120

시민기자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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