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은 아직 살아있다!

시민기자 박관식

발행일 2010.10.14. 00:00

수정일 2010.10.14. 00:00

조회 4,051

해마다 10월에 대치동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패션쇼를 보면 마냥 화려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 감추어진 피와 땀과 눈물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패션센터(SFC)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중심에 있는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국제경쟁력 선점은 세계 선진 도시들의 최우선 목표인 동시에 생사가 달려 있는 사안이다. 그 중 하나인 패션산업은 아주 중요한 미래전략사업 중 하나이며, 서울시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패션센터는 바로 그 사명을 띠고 출발했다. 서울 패션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동대문의 중소패션기업들을 해외 수출로 연결시키고, 꿈 많고 끼 있는 신진 패션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키워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서울패션센터의 목표이다.

“패션산업은 아이디어만 좋으면 성장세가 빨라 3년 정도면 성과가 드러납니다. 실제로 이곳을 거쳐 간 많은 디자이너들이 글로벌 패션업체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울패션센터 박찬영 본부장은 이곳 출신의 활약상이 대단하다고 귀띔한다.

서울패션센터는 서울의 중심이자 패션의 메카인 동대문에 있다. 1970년대부터 지방 상인들이 의류를 도매가로 구입하기 위해 모여들던 평화시장이 자리한 곳. 그 이후 숱한 역경과 난관을 거쳐 오늘의 동대문 패션 상권으로 탄생했다. 아직도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나름대로 매력인 곳도 있지만 두타, 밀리오레, 헬로 APM, 굿모닝시티 등 다수의 패션전문 빌딩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동선이 그려지고 있다.

2000년 7월 을지로5가 훈련원공원 지하(152평)에 자리한 서울패션센터의 태동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 이후 프레야타운(112평), 한성대 에듀센터(296평)를 거쳐 2006년 9월 현재의 신당동 유어스 빌딩(1653평)으로 옮겨 본격적인 패션의 메카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는 민선5기의 출범과 함께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인 탓. 처음에는 겨우 패션 관련 잡지 정보자료실과 디자인기획실 등 걸음마 수준이던 것이 수출지원센터, 상설전시판매장 등까지 갖춰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기초부터 명품까지 두루 섭렵

유어스빌딩 4층의 서울패션센터는 상설전시판매장, 정보자료실, 비즈니스룸, 세미나실, 교육실, 디자인기획실, 패턴실, 동대문수출지원센터 등의 시설이 있다. 5층에는 동대문패션창작스튜디오, 서울패션아트홀 등이 있다. 4층 상설전시판매장은 창작스튜디오 신진작가와 동대문‧중랑지원센터의 패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현장이라는 이유로 시중보다 저렴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상투적인 할인가는 아니지만 무엇보다 따끈따끈한 디자이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겉치레보다 마음으로 입는 옷이 더 따스하기에 그 만족감은 몇 배 더하다. 이 전시장을 찾아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에게 따끈한 옷을 선물하면 단번에 마음을 빼앗길 터이다.

전시장 입구에 패션카페도 있어 커피도 마시면서 동대문 인근에서 보기 힘든 공용 PC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웬만한 국내외 패션잡지는 물론 트렌드북, 패션 마케팅 도서, 패션 논문, 컬렉션 사진 및 영상자료 등 3500여 권의 도서가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정보자료실도 이용할 수 있다.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한데 평일은 10시부터 밤 9시까지 열람할 수 있다. 열람료는 하루 1000원.

한편 중소패션업체의 종사자, 패션 관련 학계, 단체, 학생 및 일반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전시실, 교육실, 세미나실 등을 대여해 준다. 센터 교육실에서는 서울패션스쿨(취업지원형 MD 양성과정)이 진행중이었다. 이들 수강생은 10월 12일부터 23일까지 교육을 마치면 취업 알선도 해준다. 한편 교육실에서는 10월 21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브랜드 성장 전략 세미나, 22일에는 소싱 분야 전문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중소패션업체의 신상품 개발을 위한 기획 상담 및 제공을 맡고 있는 디자인기획실, 패턴 개발과 생산 관련 상담 및 기술지원 등을 해주는 패턴실이 있다. 패턴실의 터주 대감인 전지수 차장은 '재단' 분야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센터 입주 디자이너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이태리의 모델리스트들은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 해외 출장 때 전세기로 모실 정도이지요. 그들은 분야별로 나눠 하는데 우리는 모든 걸 두루 다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지요.” 덕수궁 교대식 궁중 의례복 자문역도 했던 전지수 차장은 앞으로 후진 양성이 어렵다며 안타까워했다.

동대문수출지원센터는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인이 상주하면서 현장을 방문한 바이어나 해외에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패션센터는 의류를 만드는 기초부터 명품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오로지 능력 있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선의의 경쟁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해외마케팅 지원 최우선 과제

서울패션센터의 조직 구성은 패션마케팅팀, 패션기획팀, 패션인재육성팀 등이 있다. 서울패션센터가 하는 주요 기능은 인프라 지원, 전문 인력 양성, 생산기반 조성, 국내외 마케팅, 해외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무엇보다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이 해외수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로벌 패션브랜드를 육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센터는 2020년까지 샤넬, 루이비통 수준의 3개사 브랜드를 육성할 방침이다.

한류를 활용해 수출 유망 패션시장개척 지원 및 현지유통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지난 5~6월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진출해 700만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오는 11~12월 중국 광저우, 홍콩, 일본 후쿠오카 등지에 나가 추가 오더를 받으면 올해 1200만달러 이상 의 수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동대문패션 클러스터는 도소매상가 37개, 3만 5천여 개의 상점이 포진해 있습니다. 요즘은 기획, 생산, 유통 단계가 4~5주에 끝납니다. 우리가 내세웠던 단납기 시스템 인프라가 이제는 위협받는 데다 대기업에서 수입 브랜드를 유통시키는 실정입니다. 결국 살아남으려면 앞으로 브랜드를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땅이 꺼질 것 같은, 패션마케팅팀 김현기 대리의 탄식이 피부로 와 닿는다.

지난 9월 2일에서 3일에는 ‘2010년 해외바이어 유치 패션수출상담회’를 개최해 좋은 실적을 올렸다. 동대문지역 중소패션업체의 해외판로 개척과 브랜드 경쟁력 향상을 위해 중국․일본 등 한류지역 유력 바이어 300명을 서울로 직접 초청해 수출상담회를 가졌다. 이는 우수한 기술력과 패션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금과 해외마케팅 노하우 부족으로 해외진출이 어려웠던 패션업체를 위한 행사였다. 물론 국내 백화점 및 대형 유통업체도 함께 초청했다.

한편 동대문 패션 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10월 6~9일 ‘동대문 패션 쇼핑 페스티벌’도 가졌다. 이번에는 기존의 가수 초대나 퍼포먼스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매출 신장에 포커스를 맞춰 치렀다. 1046개의 점포가 참가, 동대문 상권 부활을 위한 메가 세일 쇼핑 축제를 열어 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서울패션센터는 숭인동의 동대문패션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인근 비입주업체 봉제장비 임대 및 환경개선 사업, 디자이너 창작 공간 제공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패션센터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패션 관련 종사자들이 스스로 깨어나야 합니다. 틀에 얽매여 갇혀 있지 말고 무역, 상거래 비즈니스 등의 새로운 패턴을 익혀 시야를 보다 넓혀야 합니다.” 인근 상가에서 서울패션센터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이종식 사장의 충언이 귀에 남는다. 부자 하나가 여러 명을 먹여 살리듯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데 초석이 될 서울패션센터의 행보에 기대하는 바가 자못 크다.

문의: 서울패션센터(www.sfc.seoul.kr) / ☎ 02) 367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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