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콜레스테롤, 먹을 때는 좋지만…

김상현

발행일 2010.11.26. 00:00

수정일 2010.11.26. 00:00

조회 3,848

“나는 뚱뚱하지도 않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데 왜 콜레스테롤이 높을까?” 하는 분들이 꽤 있다. 과거에는 고지혈증이라고 했는데, 나쁜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만 병이 아니라, 좋은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도 문제가 되므로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뚱뚱하거나 기름기 많은 음식을 좋아하면서 운동을 안 하는 사람에게만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운동, 식사 조절 및 체중 조절을 잘하는 운동선수들에게도 이상지질혈증이 꽤 많다고 한다. 이는 하루 필요한 콜레스테롤 양을 계산해보면, 음식물로 섭취하는 양보다 간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양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생활습관이 건전하더라도 가족력, 나이, 성별, 인종 및 체질 등에 의해 이상지질혈증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식사관리와 운동 및 체중관리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까닭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좋아지면 다시 운동과 식사요법을 느슨하게 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상황이 반복된 경우도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1~2주일 아차 하고 보내다 보면 어느새 상황은 나빠져 있곤 한다. 특히 기름진 회식이나 과식 또는 알콜은 콜레스테롤 치료의 큰 적이며, 지방간은 콜레스테롤의 사촌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0명에서 27명으로 2.7배 급증하였다. 아직은 서구인에 비해 낮은 발생률이지만 서양에서는 감소 추세이기에 그렇지 못한 우리의 경우 좀 더 관심이 필요하다. 이는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에 따른 비만, 그리고 이상지질혈증이나 흡연, 고혈압, 당뇨병 등에 의한 결과이다. 한국인의 식생활을 보면, 섭취열량 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년 만에 7.2%에서 19.2%로 3배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였다.

지질 자체는 세포막이나 호르몬의 구성성분으로서 일정량 몸에 필요한 영양소이고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고소하고 맛있다. 하지만, 몸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동맥 혈관 내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혈관에 기름기가 쌓여 지방덩어리가 생김으로써, 혈관이 좁아지고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게 된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협심증,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중풍), 말초혈관질환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동맥경화증이 10대, 20대부터 이미 시작되어 점점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맥경화의 주범이자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저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도 있지만,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도 있다. 따라서 LDL 콜레스테롤이 높은 이상지질혈증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콜레스테롤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기보다는 '똑똑한' 식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은 세포와 세포막을 구성하고 호르몬의 재료가 되는 등 인체의 필수적인 구성성분이기에 적정한 수준의 콜레스테롤은 필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중용을 벗어난 현대인의 생활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에 자신의 식사를 위해 사냥을 해야 했던 원시인의 혈중 평균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5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대인은 원시인보다 음식 섭취량은 훨씬 많고 활동량은 훨씬 적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장수를 위해서도 적게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부 사람에서는 콩팥, 간, 갑상선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이상지질혈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약이나 호르몬제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도 있어서, 원인이 의심되면 이를 확인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복부비만 가운데 한 가지만 있어도 동맥경화 위험성이 높은데, 최근에는 이 가운데 세 가지를 모두 가진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사 증후군은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상태이다. 동맥경화증이 심한 경우에 치료가 쉽지 않는 경우이거나 치료한다 하더라도 예후가 좋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식습관의 개선, 운동 그리고 약물 치료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조기에 합병증의 발생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고혈압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열심히 항고혈압약을 복용하면서도, 이상지질혈증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현실이 우려된다.

이상지질혈증의 치료는 운동, 식사조절, 체중 조절에 의해 피 속의 총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을 낮추고, 운동이나 금연 및 식사조절을 통해 HDL 콜레스테롤은 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체중 조절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며, 만약 콜레스테롤수치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을 먹는 동안에도 식사 조절, 운동 관리 및 체중 조절은 반드시 필요하다.

의외로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한 식단 짜기의 원칙은 간단하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킬 수 있는 음식의 섭취는 줄이고, 대신 반대의 역할을 하는 음식을 섭취하며. 동시에 6종의 식품군(곡류, 어육류, 채소, 과일, 우유, 지방)을 고르게 섭취하여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칙에 따라 식사를 철저히 조절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경우 3~14%,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최고 30% 가량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킬 수 있다.

나쁜 콜레스테롤은 포화지방산으로, 주로 육류, 동물성지방 음식(버터), 라면과 크림에 많이 함유된 코코넛유와 야자유, 마가린과 쇼트닝 같은 경화유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많이 튀긴 기름은 트랜스지방의 함량이 높아서 더욱 나쁘다. 버터, 달걀, 우유가 많이 들어간 빵류, 생크림 케이크, 마요네즈, 과자도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편이다. 야채, 과일, 정제되지 않은 곡물 중심으로 식단을 바꿔야 한다. 올리브기름, 등 푸른 생선, 견과류 등은 불포화 지방이 많아서 도움이 된다. 특히 참치, 고등어, 삼치, 꽁치, 청어 등의 등 푸른 생선은 동맥경화를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음식을 튀기거나 볶아 먹는 것을 줄이고, 대신 삶거나 쪄먹는 것이 좋다. 적당한 알코올 섭취(소주 두 잔 이하 혹은 맥주 두 잔 이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나쁜 콜레스테롤에는 변화가 없지만, 계속 초과하여 마실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간장이 상하고 과음에 의한 많은 문제를 일으키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음식조절만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스타틴 등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약물 치료 시에도 식사 조절, 운동요법은 필수적이다.

글/김상현(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내과 서울의대 교수)

#콜레스테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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