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며 감동 받고, 사진 보며 울었다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이승철

발행일 2012.09.13. 00:00

수정일 2012.09.13. 00:00

조회 3,203

[서울톡톡] 올해로 제33회를 맞은 '근로자문화예술제 미술 분야 수상작품 전시회'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1층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술작품들은 회화와 공예, 서예와 사진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작품들 총 89점이 전시되고 있다.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 전시장은 각각 회화부문 작품들과 공예작품들, 그리고 서예작품들과 사진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전시되어 있는 멋진 작품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첫 번째 작품은 이번 33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미술분야 전체에서 대상을 받은 이민자 씨의 회화작품 'sublime eros 1'이었다.

이 그림은 직장생활을 하는 주부 이민자 씨의 작품으로 중앙에 밧줄로 꽁꽁 묶인 세 개의 크고 작은 심장과 바늘이 없는 시계, 그리고 검지와 엄지를 편 장갑을 낀 손이 매우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림이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작품 설명을 해준 전시장 안내담당 장한울 씨의 말에 의하면, 한 가정의 주부로서 직장생활을 하는 작가가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과 직장 일에 얽매이고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화면에서 보는 꽁꽁 묶인 심장과 온갖 형태의 이질적인 사물 간의 우연한 조합은 초 현실의 세계를 표현하고, 여성근로자가 받는 억압과 무거운 짐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는 것이다. 엄지와 검지를 편 장갑 낀 손은 직장에서 지시하는 상사의 손을 의미한다고 한다.

안타깝고 눈물겨운 사연도…

두 번째 그림은 사연이 있는 작품이었다. 회화부문 은상을 받은 '해금강 우렁바위'를 그린 작가 성낙후 씨는 장애인이었다고 한다. 기능공으로 일하던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는데, 그의 큰 소망 중 하나가 북녘에 있는 금강산을 관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금강산 관광이 막혀버린 상황에서 당장 그의 꿈을 실현하기는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예전에 금강산에 다녀온 친구가 보여준 해금강 사진이 그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친구의 해금강 사진을 보며 붓을 입에 물거나 팔에 묶어 혼신의 힘을 다해 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참 대단하네요. 입에 물거나 팔에 묶은 붓으로 어떻게 저리 섬세한 그림을 그렸을까?"

설명을 들으며 관람객 두 사람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금강산에 가보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컸으면 저런 그림을 그렸겠어요?"

다른 관람객은 작가의 안타까운 현실과 아름다운 작품에 매료되어 눈시울까지 붉힌다. 그런데 전시된 작품들은 하나같이 수준 높은 작품들이었다.

"여기 전시된 작품들 모두, 근로자들의 아마추어 작품이라기보다 전문 작가들의 작품을 능가하네요. 한 바퀴 둘러봤는데, 회화뿐만 아니라 서예와 공예, 사진작품들까지 수준이 보통이 아닌데요."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았다는 50대로 보이는 시민이 하는 말이다. 그는 전시된 작품들 수준이 어느 대가의 작품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전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작품이 보여주는 예술성과 강렬한 메시지가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회화 입선 작품인 최상식의 '어머니의 공간'은 장독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며 가족의 밥상을 차렸을 어머니의 발길과 손길, 그리고 정이 듬뿍 묻어나는 정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꽃눈이 내리는 속에 서서 미소를 짓는 세 여인의 '봄을 기다리는 여심'도 멋진 작품이었다.

근로자문화예술제 수상작품들

공예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한 김희숙의 '담소'도 참 좋은 작품이었다. 닥나무 껍질을 가공한 닥종이를 가지고 술병과 표주박, 그리고 술잔을 작은 소반에 배치한 모습이 서민적인 소박함과 정다움이 묻어나 '담소'라는 주제와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친구 두셋이 주변에 둘러앉으면 오순도순 즐거운 대화가 무르익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입선작품인 정양귀의 '상상'도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다. 서예부문 최고상인 금상은 정효이 씨의 작품 '곧은 향기'가 차지했다. 수묵화 그림과 함께 '미천한 풀들이지만 곧은 뜻을 가져 바로 군자와 같구나'라 쓴 필체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입선 작품인 박계자의 '낙은별곡'도 멋진 글씨 솜씨가 돋보인다. 

사진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김석진의 '염전의 아이들'은 염전길에서 소금 수레를 밀어보려는 아이와 아랫도리 옷을 홀랑 벗은 채 자전거를 끌고 서 있는 아이, 그리고 하얀 소금과 짙푸른 하늘, 염전 물속에 비친 풍경의 조화가 가히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또 동상 수상 작품인 이대몽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감동이 뭉클 올라오는 작품이다. 단풍이 물드는 거리에서 전동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 엄마, 그리고 아기를 번쩍 들어 올려 공중에 띄운 멋진 아빠,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시큰해지는 작품이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 1층 미술전시관에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노사발전재단 등이 주최하고 있는 이 전시회는 지난 11일 시작했는데 오는 일요일인 16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아마추어 근로자들의 작품이지만 아름답고 수준 높은 작품들이어서 꼭 한 번 둘러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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