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가볼 만한 전시 2선, 중동 현대미술과 세계적 사진전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5.12.24. 14:48

수정일 2025.12.2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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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흔적과 아랍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시 공간에서 ‘예술적 망년회’를 즐겨 보자. ©김은주
지구의 흔적과 아랍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전시 공간에서 ‘예술적 망년회’를 즐겨 보자. ©김은주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연말연시, 서울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예술적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화려한 트리와 조명을 넘어, 올해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를 고찰하게 만드는 특별한 전시들이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립미술관서울역사박물관이 각각 선보이는 두 전시는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중동의 현대미술세계적인 사진 거장의 철학을 동시에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물리적 거리를 넘어 정서적 근접함을 탐구하는 아랍의 시선과 인간의 욕망이 지구 표면에 남긴 흔적을 추적하는 캐나다 작가의 렌즈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현대사회의 이면’을 직시하게 한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혹은 홀로 조용히 사유하며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서울의 주요 전시 두 편을 소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내년 3월 29일까지 ‘근접한 세계’전이 열린다. ©김은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내년 3월 29일까지 ‘근접한 세계’전이 열린다. ©김은주

① 경계를 넘어선 공감의 미학을 보여주는 ‘근접한 세계’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는 그간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아랍에미리트(UAE)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근접한 세계’전이 열리고 있다. 2026년 3월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과의 협력 프로젝트로, 국내 최초의 UAE 현대미술전이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40여 명(팀)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영상, 설치 등 장르를 넘나드는 1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근접한 세계’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조명한다. ©김은주
전시 ‘근접한 세계’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조명한다. ©김은주
전시 제목인 ‘근접한 세계’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제약이 사라진 현대사회를 조명한다. 작가들은 이를 통해 문화적·역사적 거리감을 초월하는 동시대의 변화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풀어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기존의 서구 중심 예술과는 다른, 아랍 현대미술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다.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서로 다른 문화권이 예술이라는 언어로 어떻게 교차하고 공명하는지를 관람객이 직접 확인하도록 이끈다. 전시는 무료이며, 매일 오후 3시 도슨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과 ‘블룸버그 커넥츠’ 앱을 통해 다국어 해설 서비스도 제공되니 활용해 보면 좋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대규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은주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대규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김은주
세계적인 사진가인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세계적인 사진가인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사진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② 문명의 흉터가 그려낸 에드워드 버틴스키 사진전 ‘추출/추상’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에드워드 버틴스키의 대규모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사진가인 그의 전시가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한국과 캐나다의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도시박물관인 서울역사박물관이 도시의 문제에 직면해 전시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버틴스키의 전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획된 대표 시리즈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40여 년에 걸친 작가의 활동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관람하며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다. ©김은주
전시를 관람하며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볼 수 있다. ©김은주
사진 작품은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김은주
사진 작품은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김은주
전시는 ‘인류가 지구에 남긴 산업적 흔적’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추상의 미학’으로 승화시킨다. 거대한 프레임 속에 담긴 캐나다 광산, 중국의 공장, 칠레의 염전 등은 마치 아름다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그 실체는 자원 채굴과 환경 파괴의 현장이다. 작가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이 풍경을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 뒤에 숨겨진 현실의 아픔을 성찰하게 한다. 파괴의 현장이지만 놀랍도록 아름답고, 그 실체를 알고 나면 기괴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아름다워 보이는 사진이지만 그 내용을 알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다. ©김은주
아름다워 보이는 사진이지만 그 내용을 알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다. ©김은주
전시는 총 3부, 6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9점의 대형 사진8점의 초고해상도 벽화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에는 작가가 직접 사용한 카메라와 드론 등 15점의 장비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 숭고한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치열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장비로 어떻게 작업이 이루어지는지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이해를 돕는다. 전문가의 장비를 마주하며 작품이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작품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한국어는 배우 김석훈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영어는 작가와 큐레이터의 생생한 해설로 작품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 두 편을 관람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김은주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 두 편을 관람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김은주
결국 두 전시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지점은 ‘연결’‘성찰’이다. 아랍에미리트의 현대미술이 문화적 경계를 허물고 우리를 ‘근접한 세계’로 초대한다면, 에드워드 버틴스키는 ‘추출’이라는 행위를 통해 인류와 자연의 위태로운 관계를 직시하게 한다. 한 편은 미지의 문화를 향한 이해의 창이 되고, 다른 한 편은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경고이자 고백이 된다.

2025년의 마지막과 2026년의 시작을 관통하는 이 전시들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올겨울, 서울 도심 속에서 마주할 이 낯설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은 당신의 연말연시를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의미 있는 기억으로 채워줄 것이다.

‘근접한 세계’ 전시

○ 기간 : 2025년 12월 16일~2026년 3월 29일
○ 장소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전시실, 3층 전시실, 3층 크리스탈 갤러리
○ 운영시간 : 화~목요일 10:00~20:00, 금요일 10:00~21:00, 토 ·일요일·공휴일 하절기(3~10월) 10:00~19:00, 동절기(11~2월) 10:00~18:0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 관람료 : 무료
서울시립미술관 누리집

에드워드 버틴스키 사진전 ‘추출/추상’

○ 기간 : 2025년 12월 13일~2026년 3월 2일
○ 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A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18:00, 금요일 09:00~21:00
○ 휴무 : 월요일, 1월 1일
○ 관람료 : 무료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시민기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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