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약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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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03.16. 00:00

수정일 2007.03.16. 00:00

조회 1,714



시민기자 이승철

꽃샘추위 속에 서울에서도 값이 싸기로 소문난 경동시장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약령시가 있는 제기동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을 나서면 바로 서울 약령시이고 조금 더 걸어가면 경동시장이다. 경동시장도 서울약령시 한약거리도 노인과 서민의 거리다.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도 대부분 노인과 서민들이다.

특히 서울 약령시에서는 전국에서 유통되는 한약재의 70%가 거래된다. 1995년도에 서울시로부터 ‘서울 약령시’로 지정받은 이 제기동 일대는 7만여평의 부지에 한약과 한약재 관련업소 1천여 개가 성업 중이다. 이 지역에서 한약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만도 4천500여 명에 이른다.

이 지역은 일일 유동 인구만도 30만 명이 넘는 대형 상권으로서, 옛날부터 한약과 약재로 유명한 대구 약령시의 7~8배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지역에서 취급하는 한약재는 인삼과 녹용, 각종 약초, 동물과 광물성 약재 등 총 5백여 종이 넘는다.

경동시장과 마주보이는 한 골목에는 한의원과 한약방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오가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눈길을 붙잡는 것은 여전히 거리의 한약 노점상들이다. 새롭게 들어선 빌딩들보다는 역시 가까이 있고 익숙한 길가의 가게들과 노점상들이 서민들에게는 익숙하고 정겹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인진쑥은 달여 먹으면 간장에 좋고, 저 옥수수 수염은 당뇨병에 아주 좋지요. 또 느릅나무는 위장이 안 좋은 사람이 달여 먹으면 위장을 튼튼하게 해 주고요, 참 이 뽕나무 뿌리도 당뇨병에 아주 좋은 거예요. 같이 달여 먹으면 더욱 좋지요.”

노점상들도 대부분 가히 한약의 달인들이다. 무엇 무엇은 어디에 좋고, 무엇 무엇은 함께 달여 먹으면 좋다는 등 모르는 것이 없는 말투다. 더러는 중국산이 섞여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중국산은 중국산이라고 표시를 했다고 한다.

“여기 보세요? 이건 중국산, 이건 한국산, 다 이렇게 써 놓았잖아요. 속여서 팔아먹다가 걸리면 된통 혼나요.” 이들도 이제 생산지 표시는 똑바로 해놓고 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말과 달리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생산지 표시를 모두 해 놓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몸이 아픈 노인들이나 봄철에 보약을 지으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바로 이 한약재를 파는 노점상과 한약재 가게들이다. 마침 70대 후반의 노인 한 분이 노점에서 무엇인가를 사고 있었다.

“할멈이 위장이 좋지 않아서 느릅나무 좀 사려고 나왔어. 달여 먹으면 좋다는구먼” 노인은 할머니의 위장에 좋다는 느릅나무 껍질과 뿌리를 사들고 돌아간다. 또 다른 할머니 한 분은 할아버지가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뽕나무 뿌리가 좋다고 하여 사러 나왔다고 한다.

중곡동에 산다는 50대 부부는 한약방 골목에서 보약 한 재를 지었다며 들어 보인다. 봄철이 되면 왠지 기운도 떨어지고 입맛도 없어서 미리 보약을 좀 지어 먹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울 약령시가 봄철이 다가오자 꽃샘추위 속에서도 분주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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