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섬을 아십니까?

admin

발행일 2010.03.06. 00:00

수정일 2010.03.06. 00:00

조회 3,306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는 왕복 14차선의 넓은 도로가 있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긴 도로를 건너기 위해서 횡단보도 앞에 서있다. 보행자 신호등의 녹색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길을 건너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걸음은 도로 한가운데서 멈춰진다. 그리고 또 다른 보행자 신호등을 응시하며 녹색불이 켜지자마자 도로 중간에 서있던 발걸음을 다시 움직여 결국 길을 다 건너게 된다. 왜 사람들은 중간에 멈춰 서 있었을까? 무역센터 앞에 있는 이 도로를 한 번이라도 건너본 사람이면 그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횡단보도 중간에 설치된 안전섬 때문이다.

여기서 몇몇 사람들은 “횡단보도 중간에 안전섬? 그게 뭐지?”라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안전섬이란 왕복 14차선 같은 넓은 도로에서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너기 위해서 도로 중간에 쉬었다 건너갈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분명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시설이지만,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 시설이 그들의 발걸음을 지연시키는 달갑지 않은 존재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무역센터 앞에 있는 도로를 건널 때면 한 번에 건너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다른 시민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래서 무역센터 앞 도로 중간에 설치된 안전섬에 서서 길을 건널 때 중간에 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략 20명의 사람들에게 질문해 보았다.

시민1: 아~ 그냥 중간에 쉬지 않고 빨리 갔으면 좋겠어요.
시민2: 아무 생각 없는데요.
시민3: 신호를 두 번 기다려서 좀 귀찮긴 하지만, 안전한 것 같아서 좋아요.

비록 20명밖에 인터뷰를 하지 못했지만 도로를 건널 때 중간에 서지 않고 한 번에 건너고 싶다는 사람들이 반 정도는 됐다. 이렇게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안전섬은 그들의 바쁜 일상을 지연시키는 달갑지 않은 시설일 수 있다. 그럼 왜 사람들이 한 번에 횡단할 수 있는 것을 굳이 넓은 도로 중앙에 안전섬을 설치하여 두 번 기다리게 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너무 당연하지만 안전이다. 즉, 안전섬이 있을 경우 보행자는 길을 건널 때 한 방향의 차량 흐름만을 주시하게 되어 보행자와 차량 간의 사고예방에 효과적이며, 안전섬 설치로 차도 폭이 줄어 차량의 감속효과를 얻을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또한 일반인들에 비해 걸음이 느린 어린이나 노약자 그리고 장애인들에게 안전섬은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안전섬은 긴 도로를 횡단할 때 우리를 보호해 주는 휴식처임이 틀림없다. 지금 당신은 도로 중간에 설치된 안전섬에서 빨리 녹색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며 불평하고 있는가? 현대의 급속한 삶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느림의 미학'이란 말이 있지 않는가. 이제부터라도 횡단보도 안전섬에서의 기다림을 약간의 여유로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기자/홍영익
yeongikhong@gmail.com

#횡단보도 #안전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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