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테마산책길 '무수히 전하길'에서 만난 가을
발행일 2020.10.22. 11:27
여름이면 세차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맑은 물에 발 담그고, 가을이면 황금빛으로 변한 고향집 들녘 같은 곳이 서울에 있다. 무수골 계곡이 있는 '무수히 전하길'이다.
'무수히 전하길'은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 테마산책길' 1권에서 숲이 좋은 길 코스 중 한 곳으로 소개되기도 한 곳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 테마산책길' 1~4권 책자를 발간하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길 150개소를 발굴, 소개한 바 있다. 동네 가까이에 자리한, 서울 테마산책길 중 한 곳인 '무수히 전하길'을 찾아 가을을 만끽해 보았다.
무수골을 가기 위해서는 도봉역을 나가 횡단보도를 건넌 후 무수천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된다. 무수천은 중랑천과 합류되는 곳부터 도봉초등학교 앞을 지나쳐 무수골 주말농장입구까지 정비된 생태하천이다. 무수천 산책로는 무수히 전하길로 가는 길이기도 하지만 북한산 둘레길인 도봉옛길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무수천은 잘 정비된 생태하천으로 산책로가 있다. ⓒ김명옥
무수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면 쉼터가 있고 무수골 유래비가 서있다. 유래비에는 무수골이란 마을 이름은 ‘1477년(성종8년) 세종의 17번째 아들인 영해군의 묘가 조성되면서 유래되었다. 옛 명칭은 수철동(水鐵洞)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무수동(無愁洞)으로 바뀌었다. 속명은 무시울이며 무시울(윗말), 중간말, 아랫말로 나뉘었었다’라고 적혀 있다. '무수골'이란 아무런 걱정 근심이 없는 골짜기, 마을이란 뜻으로 세종이 먼저 간 아들의 묘를 찾아 왔다가, 약수터의 물을 마시고 '물 좋고 풍광 좋은 이곳은 아무런 근심이 없는 곳'이라 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무수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니 무수골 유래비가 서 있다.ⓒ김명옥
조성된 생태하천이 끝나면 자연 그대로의 무수골 계곡이 시작된다. 이곳이 무수히 전하길의 시작점이다. 무수히 전하길은 무수골 입구부터 자현암까지 총 1.6km의 길로 도보로 30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이 길은 자현암 앞을 지나 원통사를 거쳐 도봉산 주능선에 있는 우이암을 가기 위한 등산로의 일부이기도하다. 무수히 전하길은 자현암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어서 가볍게 걸으면서 가을의 변화한 모습 즐기기에 좋다.
무수히 전하길은 가볍게 걸으면서 가을 나들이를 떠날 수 있다. ⓒ김명옥
여름이면 맑은 물이 흐르던 계곡의 오른편에는 주말농장이 있다. 이곳에서 갖가지 먹거리 식물이 자라고 있다. 주말농장은 인근에 있는 주민들이 참여해 각종 채소를 직접 재배 수확함으로써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맛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주말농장에 무가 자라고 있다. ⓒ김명옥
밭에는 가을답게 김장용 배추, 무, 갓, 파 등이 쑥쑥 자라고 있다. 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하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가 자라는 모습과 속이 꽉 찬 배추를 묶은 모습을 보니 곧 다가올 김장 김치를 담기 위해 수확에 나설 모습이 상상이 된다. 농장 너머로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 도봉산 산봉우리가 보인다.
속이 꽉 찬 배추가 줄줄이 자라고 있다. ⓒ김명옥
세일교와 만세교를 지나면 황금빛 융단처럼 다락논이 보인다. 다락논에는 '무지개논'이라는 푯말이 서 있는데 그 옆에는 '도봉초등학교 생태학습장'이라고 작은 글씨가 보인다. 이곳은 윗무수골의 산자락에 남아 있는 유일한 논이다. 봄에는 어린 모, 여름에는 파릇파릇 자라는 벼, 가을에는 황금물결, 겨울에는 눈 위에 찍힌 고라니 발자국 등을 볼 수 있어 자연생태 그대로를 경험할 수 있다.
다락논에는 무지개논 푯말이 서있다. ⓒ김명옥
‘벼이삭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 말처럼 쌀알을 품은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올해의 긴 장마와 태풍을 이겨내고 어김없이 황금빛 들녘이 되었다. 논에는 허수아비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무수히 전하길에서 바라본 황금빛 논에 허수아비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김명옥
다락논이 보이는 길가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서있다. 수령이 약 245년 된 무수골 느티나무는 서울시 보호수 10-3호로 높이가 22m가 넘는 커다란 나무다.
서울시 보호수인 무수골 느티나무의 울창한 모습 ⓒ김명옥
무수히 전하길을 걸어 소나무와 잣나무가 가득 서있는 사색의 공간 숲길을 지나면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무수골 공원지킴터에 도착해 오른편길을 따라 올라가면 자현암으로 가게된다. 자현암은 원통사로 오르는 초입에 자리한 조계종 사찰이다.
가을빛에 더 고즈넉한 자현암의 모습 ⓒ김명옥
자현암을 향해 걸어 올라가니 여름에 흰 물살의 맑은 물이 세차게 흐르던 계곡은 물소리가 사라지고 조용한 산사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사찰의 대웅전 문에는 전통문양 연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사찰의 대웅전 문에 전통문양 연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김명옥
서울시 숲이 좋은 길 중 하나인 도봉구 북한산 무수히 전하길에서 황금빛 들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아름다운 고향 들녘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길이다.
무수히 전하길을 걸으니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김명옥
■ 무수히 전하길(서울 테마산책길 중 숲이 좋은 길)
○ 소개 :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무수골계곡 입구~자현암까지 1.6km 녹음길
○ 주요구간 : 무수골 주말농장 → 세일교 → 만세교 → 느티나무 보호수 → 염해군파 묘역 → 무수골 공원지킴터 → 자현암
○ 교통 : 도봉역에서 1.5km 거리
- 지하철 1호선 도봉역 1번 출구 → 무수천 산책 로→ 무수골 방향
-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1번 출구→도봉08번 마을버스 종점(무수골 입구)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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