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에 달항아리가 뜬 이유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0.06.23. 13:58

수정일 2020.06.23. 14:00

조회 297

70년 전 6월, 한반도는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맞이했다. 전쟁은 멈췄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우리의 현실이다. 갈라진 땅에서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우리 민족의 몫이다.

지금 광화문에서는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가 준비한 설치미술 특별전 ‘광화문 아리랑’을 만날 수 있다.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를 위한 기억, 그리고 한걸음’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광화문 아리랑’은 국내외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광화문 아리랑’은 국내외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선미

설치미술가 강익중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 8미터인 정육면체 두 개에 우리나라와 한국전쟁 유엔참전국 22개국의 1만2,000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과 6․25전사자 17만5,801명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시민들이 ‘광화문 아리랑’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민들이 ‘광화문 아리랑’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선미

해 질 무렵 광화문 광장을 직접 찾았다. 위아래 두 개의 정육면체가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네 개의 면 가득 그림과 글자가 빼곡했다. 아리랑의 노랫말들이 한 자 한 자 진달래꽃처럼 화사하게 그려지고, 그 가운데 작은 그림들이 가득했다. 1만2,000개의 그림이 달항아리를 이루고 있었다.

각 면의 한가운데 있는 달항아리에는 우리나라와 6.25전쟁 당시 유엔참전국 22개 나라의 1만2천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가득 채워졌다
각 면의 한가운데 있는 달항아리에는 우리나라와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참전국 22개 나라의 1만2,000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 가득 채워져 있다 이선미

달항아리 안에 가득한 어린이들의 그림은 한없이 해맑고 즐거웠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평화를 그렸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를 가져다준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고맙다는 인사도 그렸다. 아이들의 노래, 아이들의 일상, 아이들의 꿈으로 가득한 세계를 위해서 전쟁은 없어야 한다. 어떤 허황된 말로도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보훈처는 강익중 작가와 우리나라를 포함해 23개국 어린이 1만2,000명과 협업해 작품을 만드는 일도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참전국 어린이들의 그림은 각 나라의 재외문화원들과 하비에르 국제학교를 비롯한 우리나라 외국인학교 학생들이 보내왔다.

우리나라와 6.25전쟁 유엔참전국 어린이들의 그림이 달항아리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와 6.25전쟁 유엔참전국 어린이들의 그림이 달항아리를 이루고 있다 ⓒ이선미

강익중 작가는 한 자 한 자 직접 쓴 아리랑 노랫말로 달항아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글자들 사이에 국내외 6․25전사자 17만5,801명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나 저마다의 정서로 부르던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노래다. 작가는 아리랑이 “우리나라와 유엔참전국을 잇고, 참전국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고 전했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조형물에 아리랑과 어린이들의 그림과 전사자들의 이름이 함께 담겨 있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조형물에 아리랑과 어린이들의 그림과 전사자들의 이름이 함께 담겨 있다 ⓒ이선미

달항아리는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돌면서 천천히 항아리를 이뤘다가 다시 틀어져 회전한다. 두 개의 정육면체는 70초마다 90도씩 회전해 달항아리를 이룬다. 원래 조선시대에 만들어지던 백자 달항아리도 너무 크다 보니 한 번에 만들지 못하고 위아래 몸통을 따로 만들어 붙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완벽하게 비례가 맞지 않을 때도 있고, 만든 이에 따라 둥근 형태도 각기 달랐다. 조선의 달항아리에 대해 고 최순우 선생도 “아주 일그러지지도 않았으며 더구나 둥그런 원을 그린 것도 아닌 이 어리숙하면서 순진한 아름다움에 정이 간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달항아리는 계속 회전하다가 70초마다 원형이 완성된다. 달이 찼다가 이지러지는 변화의 과정을 상징한다
달항아리는 계속 회전하다가 70초마다 원형이 완성된다. 달이 찼다가 이지러지는 변화의 과정을 상징한다 이선미

광화문에 서 있는 달항아리가 지금 우리 민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처럼 느껴졌다. 만나야 하면서도 어긋나고, 이뤄져야 함에도 또 비켜서는 남과 북, 우리 현실을 눈앞에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완결되지 않은 역사는 끊임없이 흐른다. 여전히 회전하고 있는 조형물이 질박한 달항아리를 이루듯이, 흐르고 있는 시간 속에 우리도 언젠가는 만나 둥글게 하나를 이룰 수 있기를 기원했다. 아리랑 때문인지 백자 달항아리 때문인지 바라보는 마음에 간절함이 깃들었다.

계속 회전하다가 마침내 원형을 이루는 달항아리는 질박한 느낌이다
계속 회전하다가 마침내 원형을 이루는 달항아리는 질박한 느낌이다 이선미

한국전쟁 70년을 맞이하는 오늘,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남북 관계가 어린이들의 그림처럼 평화로 가는 길이기를 희망해 본다. 6·25전쟁 70주년 기념 설치미술 특별전 ‘광화문 아리랑’은 30일까지 이어진다. 이후에는 부산 유엔평화기념관으로 옮겨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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