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작품과 산책 어때요? '소마미술관 야외조각공원'

시민기자 추미양

발행일 2020.06.29. 13:02

수정일 2020.06.29. 17:21

조회 2,235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국·공립 미술관과 박물관, 궁궐과 왕릉의 휴관이 무기한 연장됐다. 시민의 문화적 욕구는 강한데 점점 일상에서 문화를 접하기가 힘들어진 셈이다.
도심 속 휴식처인 올림픽공원에도 소마미술관, 한성백제박물관, 몽촌역사관, 지샘터도서관 등 문화시설이 다수 있지만 당분간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있기에 필자가 다녀와봤다.

소마미술관은 9호선 한성백제역 2번 출구에서 가깝다.

소마미술관은 9호선 한성백제역 2번 출구에서 가깝다. ⓒ추미양

올림픽공원에 가면 산책로와 광장 곳곳에서 다양한 조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88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에 초대된 외국 작가들 작품과 개최 10주년 기념 조각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작품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전시되어 있다.

조각 작품은 레드존(77), 블루존(63), 옐로우존(16), 그린존(20), 블랙존(18)과 기타 지역(28)에 총 222개다.

조각 작품은 레드존(77), 블루존(63), 옐로우존(16), 그린존(20), 블랙존(18)과 기타 지역(28)에 총 222개 설치돼 다. (출처: 올림픽공원 홈페이지)

조각 작품은 몽촌토성 산책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볼 수 있는데 무려 222개에 달한다. 올림픽공원의 조각공원이 세계 5대 조각공원에 속한다는 말이 절로 이해가 된다.

소마미술관 입구

소마미술관 입구 ⓒ추미양

소마미술관 주변의 레드존에는 예술성이 높은 조각들이 밀집해 있어 미술관 건물과 함께 산책하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소마미술관(SOMA: Seoul Olympic Museum of Art)은 선유도공원, 광주의 의재미술관, 홍성의 이응로의 집을 설계한 원로 조성룡의 작품이다. 목재를 마감재로 사용한 단순한 네모 모양의 지상 2층, 지하 2층의 건물과 통창, 매끈한 노출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긴 회랑, 자갈이 깔린 물의 뜰은 실내 전시실과 야외조각공원을 서로 이어주면서 소통한다. 소마미술관은 공원 속에 스며드는 미술관인 동시에 외부공간이 스며든 미술관이다. 

류인의 ‘동방의 공기Ⅰ’ (좌) , ‘부활-그의 정서적 자질’ (우) 류인의 ‘동방의 공기Ⅰ’ (좌) , ‘부활-그의 정서적 자질’ (우)

류인의 ‘동방의 공기Ⅰ’ (좌) , ‘부활-그의 정서적 자질’ (우) ⓒ추미양

소마미술관 1관에서는 현대 구상조각의 독보적 작가인 류인(1956~1999)의 ‘파란에서 부활로’ 전시가 준비되었지만 휴관 중이라 볼 수 없다. 10월 4일까지 전시한다니 다시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의 작품은 외부 공간에 두 점이 있다. 미술관 입구의 ‘동방의 공기Ⅰ’과 건물 뒤편 아래 정원에 있는 ‘부활-그의 정서적 자질’이다. 류인의 인체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비장한 표정, 과장된 근육, 길게 뻗은 손이 비극적 열망과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면서도 부활을 꿈꾸는 듯하다. 

과감하게 인체를 분절하여 생략하거나 극적으로 강조하여 드라마틱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드러낸다. 정밀하게 표현된 팔과 다리의 단단한 근육에서 강한 에너지와 의지를 느낄 수 있다. 포스터에 담긴 ‘부활-조용한 새벽’ 작품은 실내 전시실에 있다고 하는데 휘날리는 거대한 망토가 왜소한 인간을 영웅으로 보이게 한다.

백남준의 ‘쿠베르탱’과 ‘물의 뜰’

백남준의 ‘쿠베르탱’과 ‘물의 뜰’ ⓒ추미양

소마미술관 정문에서 우측으로 돌아가면 백남준의 로봇 형 설치작품인 '쿠베르탱’과 '물의 뜰'이 함께 기다리고 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을 TV모니터, 네온조명, 전자우산 등을 재료로 하여 움직이는 신체구조로 역동성있게 표현하였다.

동심으로 돌아가 지친 일상을 치유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

동심으로 돌아가 지친 일상을 치유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 ⓒ추미양

조각 작품을 감상하다 여유를 갖고 싶으면 의자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된다. 도심 속 공원이라 바쁘게 움직이는 자동차 소음이 들리긴 하지만 새소리에 묻혀버린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의자가 의자 주인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한다.

중국 작가 왕중의 1993년 작품 ‘방주1(方舟1 / Ark1)’

중국 작가 왕중의 1993년 작품 ‘방주1(方舟1 / Ark1)’ ⓒ추미양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거대한 조각상 ‘방주1’이 보인다. 홍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동물과 새를 데리고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일까? 역동적인 모습이 곧 하늘로 솟아오를 듯하다.

알제리 작가 라쉬드 키무네의 1988년 작품 ‘외계인’

알제리 작가 라쉬드 키무네의 1988년 작품 ‘외계인’ ⓒ추미양

계속 숲속의 구불거리는 산책길을 따라 남3문 가까이 다다르면 갑옷을 입은 가족을 연상시키는 ‘외계인’을 만난다. 아빠는 완전 무장 하고 가족을 지키려는 비장함을 보이고 엄마는 푸근한 모습으로 아들을 보호한다.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진 맨홀과 디딤돌 자국이 인간이지만 외계인처럼 느껴진다. 요즘 코로나19 치료와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의료진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 잠시 먹먹해진다.

김영원의 1998년 작품 ‘길’

김영원의 1998년 작품 ‘길’ ⓒ추미양

남3문을 지나 한성백제박물관 건물을 끼고 남2문 방향으로 가다보면 ‘길(Way)’이라는 작품을 만난다. 진화를 향해 변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 인간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문득 궁금해진다.

조각공원에는 구상조각뿐 아니라 추상조각도 많지만 류인 작가를 회상하다보니 주로 구상조각 앞에 발길이 멈추었다. 그동안 건강을 위한 걷기에만 집중하느라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건축과 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조각품과 함께 한 숲속 산책! 더위와 코로나19로 지쳐버린 삶의 피로가 풀리고 치유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소마미술관과 조각공원
○ 위치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올림픽공원)
○ 교통 : 지하철 9호선 한성백제역→2번 출구
○ 홈페이지 : https://soma.kspo.or.kr/main
○ 문의 : 02-425-1077
(※소마미술관은 2020.6.15.(월)~별도 공지 시까지 휴관 중, 조각공원은 연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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