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스스로 만든 마을 축제, ‘꼭대기 장터’

시민기자 이상국

발행일 2016.06.08. 13:56

수정일 2016.06.24. 13:50

조회 1,748

꼭대기 장터(꼭장)은 남녀노소 연령구분 없이 즐기는 축제다

꼭대기 장터(꼭장)은 남녀노소 연령구분 없이 즐기는 축제다

지난 5일 일요일 오후, 종로구 창신동 낙산어린이공원에서 ‘꼭대기 장터’가 열렸다. 꼭대기장터는 창신·숭인동의 꼭대기인 낙산 삼거리에서 매달 한 번씩(5월부터 11월까지, 첫째주 일요일) 열리는 마을 장터다.

2015년 6월부터 시작한 꼭대기 장터는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역사 문화적 자산을 발굴하여 만든 마을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민들은 1990년대 창신동 시민아파트가 철거되기 전까지 낙산 꼭대기 일대에 시장이 열렸다는 기억을 바탕으로 장터를 되살려 냈다.

기자는 꼭대기 장터를 찾아가기 위해 혜화동 2번 출구에서 이화마을을 지나 낙산(☞ 서울 야경 명소의 으뜸, 낙산공원)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3시 쯤 낙산공원 꼭대기에 이르렀을 때, 이미 시끌벅적한 노래 소리가 한양 성곽길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기자의 발걸음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낙산어린이공원에는 나이와 국적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그 속에서 사람 간의 정이 오고갔다. 주민들은 ‘먹거리 뜰’에서 계절 과일, 팥빙수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먹거리를 이웃과 함께 나누며 서로를 알아갔다.

봉제 체험코너에서는 에코백, 파우치 등을 직접 제작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봉제 체험코너에서는 에코백, 파우치 등을 직접 제작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특히 꼭대기장터에서는 봉제 종사자들이 많은 창신동 지역의 특성상 봉제 관련 물품과 체험 프로그램이 유독 눈에 띄었다. ‘수공예 뜰’에는 주민들이 직접 봉제로 만든 에코백, 파우치, 의류 등이 장터에 펼쳐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누구나 봉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봉제 뜰’은 이날 가장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봉제 뜰에서는 ‘냅킨 아트’를 체험하며 봉제를 체험하는 아이들, 직접 장터 판매자로 참가하여 소원 팔찌를 판매하는 청소년 등이 한곳에서 어우러졌다.

할머니들이 주워온 나무로 수제나무펜을 만든다

할머니들이 주워온 나무로 수제나무펜을 만든다

꼭대기장터는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인에게 열려 있는 장터다. 이날 꼭대기장터 판매자로 참여한 박호철(35) 씨는 수원에서 와서 수제나무펜과 가죽홀더 공예품을 팔았다. 기자는 독특한 그의 공예품에 유독 눈길이 갔다. 박 씨는 수제나무펜과 가죽홀더에 대한 아이디어가 창신동에서 시작됐다고 전했다.

“창신동에 재봉공장과 봉제 수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창신동 주민분들이 지역 연계성을 갖고 에코백, 액자 등으로 봉제 자투리를 재가공 시키는 것에 착안하여 문구를 만들었어요.”

그가 만든 공예품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의 ‘지역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그는 창신동에 아이디어를 얻어 작년 11월부터 팔달산의 부러진 나뭇가지들, 벌목해 놓은 나무 가지를 재활용한 문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마을과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이어졌다.

“저희 동네에 산이 있다 보니 비탈길도 많고, 어르신들이 사는 것도 힘들어 하세요. 가끔씩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어요. 수제나무펜을 만들고 부터는 할머니들이 폐지를 줍는 게 아니라, 나무를 주워오면 매입을 하고 있어요.”

박 씨가 언급한 지역에 대한 관심은 꼭대기 장터가 열린 창신동 마을 공동체와도 크게 맞닿아 있다. 기자는 이날 꼭대기장터에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마을살이를 고민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느꼈다.

꼭대기장터에서 주민들은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숨겨 두었던 끼를 표현했다. 한 어르신은 트럼펫 연주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공연을 준비했다. ‘My Way’ 팝송을 트럼펫으로 연주하던 어르신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고, 이마에도 땀이 맺혔다. 총 3곡의 연주가 끝나고 주민들의 열띤 박수가 쏟아졌다. 이들은 음악으로 함께 공감하고 교감했다.

손영호씨가 트렘펫 연주를 하고 있다

손영호씨가 트럼펫 연주를 하고 있다

무대에서 트럼펫 공연을 한 손영호(64) 어르신은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악을 펼칠 수 있는 장이 더 많아지길 바랐다. 그는 “이름 있는 사람들 못지않게 연주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기에 눌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적어서 그게 조금 아쉽다”며 “실력은 있는데 설자리가 없어져서 연주를 못하는 사람들이 큰 수입이 없더라도, 같이 즐기고 웃고 서로 사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청소년들의 모습도 꽤 인상 깊었다. 아이들은 최신 가요에 맞춰 기타 공연을 하고, 춤을 추며 각자의 재능을 뽐냈다.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면 진심의 마음을 담은 조언도 이어졌다. 또 청소년센터 아이들은 졸업여행을 가기 위해 꼭대기장터에서 스스로 땀 흘려 돈을 모았다.

주민들이 DJ로 참여하여 라디오 공개방송을 하고 있다

주민들이 DJ로 참여하여 라디오 공개방송을 하고 있다

이날 꼭대기장터의 백미는 창신동 라디오 방송 ‘덤’의 공개방송이었다. 봉제를 주제로 봉제인에 의한, 봉제인을 위한 방송이 꼭대기장터에 울려 퍼졌다. 봉제인이 DJ를 맞고, 봉제인의 딸이 작가역할을 하는 창신동에만 있는 방송이다. 주민이 직접 나와 트로트를 부르기도 하고, 꼭대기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쓴 시를 함께 낭독하기도 했다.

꼭대기장터에서 주민들은 모두 함께 했다. 혼자 고민하지 않았고, 이웃과 함께 애기하며 마음을 나눴다. 그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하는 중 뒤풀이 소리도 들려온다.

“뒤풀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장소는 뭐든지 도서관입니다.” 뭐든지 도서관은 창신동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작은 도서관이다. 왁자지껄 했을 뒤풀이를 상상하며 기자는 낙산을 내려왔다.

한편, 이번에 진행된 꼭대기 장터는 7번째 맞이하는 행사로, 창신·숭인 도시재생 공모사업의 지원을 받아 ‘창신마을넷’이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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