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뽑은 서울 도심 속 휴식공간 5곳
발행일 2015.08.04. 13:25
푹푹 찌는 날씨의 대명사요, 태양빛 가득한 여름이 찾아왔다.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본격적인 휴가철로, 많은 이들이 국내외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와 메르스 여파로 인해 여름휴가를 포기한 채 서울 안에서 '나홀로 방콕여행'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엠브레인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남녀들 중 41.5%만이 여름에 휴가를 보내러 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보다는 휴식 그리고 '힐링'에 휴가의 의의를 둔다고 하니, 달라진 휴가 풍속도가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집 안에서 보내는 것도 절대 좋은 방법은 아니다. 서울 안에서라도 지친 정신을 달래보는 것이 어떨까. 서울 시계를 벗어나지 않고도, 지친 심신을 어르고 달래줄 수 있는 힐링 휴가지 5곳을 소개한다.
템플스테이가 아니라 템플라이프? 봉은사의 반나절 승소체험
템플스테이가 최근 휴양 활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1박 2일 동안 절에서 기거하면서 불교문화를 배우고 정신을 수양하는 것인데 최근들어 더욱 인기가 높다. 특히 서울 한 가운데에 위치한 조계사나 봉은사 등의 사찰을 방문하면 도심을 바라보면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다만 템플스테이는 너무 긴 시간동안 사찰에 있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이나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선뜻 찾기에는 큰 부담감이 있기 마련. 봉은사에서는 다른 불필요한 시간을 제하고 절에서 반나절만 보낼 수 있는 템플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봉은사에 가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30분까지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고, 연꽃도 만들고, 참선하고, 향긋한 차를 즐기며 스님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저녁을 간단히 즐기고 돌아오는 과정인데, 종교적인 색채가 적기 때문에 종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부담 없이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
끝난 뒤에는 저녁을 간단히 즐기고 돌아와 밤이 되기까지 기다려보자. 절 내부는 평화로운 저녁이 되어가는 데 반해 삼성동의 높은 건물은 불을 밝히고 자신의 위용을 뽐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도심의 한 가운데에 있는, 좁지만 깊은 섬 안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윤동주와 만나는 시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
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많은 갤러리와 카페 그리고 북악 스카이웨이 등으로 알려진 서울의 숨은 쉼터이다. 부암동에서 자하문고개를 통해 내려가는 언덕길에는 하얀 건물이 담벽 아래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곳이 바로 윤동주문학관이다.
윤동주문학관은 방치된 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재이용하여 새로운 건축물로 재탄생시킨 건물이다. 2012년 만들어졌는데, 문학관이 자리 잡고 있는 인왕산자락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조성해 놓기도 하였고, 언덕으로 가는 길로 쓰이는 문학관 옥상에는 노천카페인 별뜨락이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대표적인 메뉴인 더치커피는 '별 헤는 밤'이라는 이름을 갖고 팔리고 있다고 한다.
윤동주 문학관의 첫 전시관을 구경한 다음 두 번째 전시관에 들어서면 켜켜이 쌓인 가압장의 물때 흔적을 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모습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이곳은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라는 시를 표현해 놓았다고 한다. 이후 윤동주 시인이 갇혔던 후쿠오카 형무소의 모습을 형상화한 마지막 전시관에 들어서서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을 보게 된다. 분명히 문을 닫은 영상실에 빛이 조금 들어온다고 해도 놀라지 말자. 일부러 조그맣게 뚫은 한 줄기의 빛구멍이 있다고 한다.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바로 옆의 계단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향하게 된다. 노천카페를 지나 오르다보면 어느 새 숨이 차기 시작할 때 쯤 정상에 오르게 된다. 서울 도심의 모습이 한 눈에 보이는 언덕에는 윤동주 시인의 대표 시인 서시를 음각한 돌이 하나 놓여 있다. 산 위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을 추구했던 윤동주 시인을 떠올릴 수 있다.
윤동주문학관 외에도 인근에는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도 쓰이는 청운문학도서관이 있고, 서울미술관을 비롯해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들이 있으니, 이 곳을 둘러보아도 좋다.
서서울호수공원 거닐다보면 몸도 마음도 힐링
1959년 세워진 신월정수장은 서울 서남권 시민들의 물 공급을 담당했던 정수장이었다. 2003년에 수돗물 공급 과잉으로 폐쇄된 이후 자생 억새들이 이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2009년 부천시와 시 경계를 이루는 능골산과 함께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지금은 '물'과 '재생'을 테마로 한 특색 있는 테마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다.
이곳의 명물은 신월저수장이 만들어질 때부터 있었던 18,000㎡의 호수이다. 넓은 데크가 있어 호수 앞에서 편히 앉아 쉬기도 좋고, 이 호수의 재밌는 명물인 소리분수를 구경하는 것도 좋다. 국내선 항공기의 주요 항로로 사용되는 신월동 일대의 특색에 맞춰 호수 바로 위에 항공기가 통과할 때마다 비행기 소리에 반응하여 분수가 나온다고 하는데, 쌔액 거리며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와 비행기에 맞춰 높이 오르는 물을 바라보며 휴식을 만끽해도 좋다.
도형과 직선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추상의 거장' 화가 몬드리안의 구성기법을 도입한 몬드리안정원, 100명이 동시에 도시락을 먹기 위해 앉을 수 있는 100인의 식탁, 옛 정수시설의 수도관과 폐기물 집하장을 폐쇄하거나 가둬 시민의 시선에서 피하게 하지 않고 조경예술로 승화한 재생정원 그리고 산자락 숲길이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춰 공원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가족들과 가기 좋은 이 공원은 인근에 목동야구장, 김포공항 전망대가 있어 나들이 하루 코스로도 적절하다. 아침에 김포공항 전망대에서 비행기의 이착륙을 구경하다가, 점심나절에 공원을 거닐고, 야구시간에 맞춰 목동으로 이동하여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관람하면 된다.
광진교의 한강 풍경으로 온 몸을 푸르게
광진교는 한강대교와 한강철교에 이어 개통된 한강을 건너는 세 번째 다리로, 한강에서 가장 컸던 나루터였던 광나루의 수운을 보조하기 위해 1936년 지어진 다리였다. 옛날부터 남쪽에서 한양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알려졌던 나루터였던 광나루는 한강을 도강하는 사람들로 인해 북적였던 곳이다. 그러나 광진교의 바로 옆에 천호대교가 개통한 이후 안전에 문제가 생김이 발견되고,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로는 아예 헐어버린 후 처음부터 다시 짓게 되었다.
다리가 다시 지어지게 되면서 이곳은 산책하기에 손색이 없는 교량으로 변모하였는데,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하류방향 산책로에는 공원이 설치되어 광진구와 강동구의 시민들이 한강공원과 같이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광진교의 백미로는 여덟 번째 교각 아래에 있는 광진교 8번가다. 세계에 단 세 곳밖에 없는 교량 하부의 공용시설물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많은 예술가들이 전시를 하거나, 공연을 하고, 독서를 할 수 있는 시설과 음악 감상을 위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데, 지난 2009년 방영된 드라마인 아이리스에 나왔다는 홍보물이 옆에 놓여 있어 드라마 팬들의 관심을 끈다.
또, 광진교는 밤에 찾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사람들 사이를 휙 도는 가운데 땅거미가 깔리면 잠실과 올림픽대교의 야경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대로 눈을 돌리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지나는 차들이 하나의 궤적을 그리며 불빛 하나 없는 산과 강 사이를 빛내며 지나간다.
강동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면 광나루 한강지구가 있어 한강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기 좋고, 자전거 체험 시설이 있어 특이한 이색자전거는 물론, 최근 교외지역에 많이 설치되고 있는 레일바이크도 체험해 볼 수 있다. 광진교에서 북단으로 빠져나와 아차산역으로 가면 어린이대공원이 나오는데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애니메이션 보며 웃어요,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명동역에 열차를 타고 내리면 먼저 커다란 뽀로로 브로마이드가 하차하는 승객들을 반긴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가까이 왔다는 이야기이다.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와 남산 가는 길에 올라서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나온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땅에 얽힌 근대사는 남산의 여느 건물들이 그래왔듯 암울의 역사를 마주하고 있다. 1905년 을사조약이 맺어진 이후 한국통감부가 세워지고, 1910년 한일합방이 되면서 조선총독부로 바뀐 이 건물은 조선총독부가 경복궁 앞으로 이전할 때까지 20년간 대한 수탈의 중심지가 되었던 곳이었다.
이후 서울산업진흥원이 한국 만화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고자 서울애니시네마, 만화의 집,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개소했고, 아울러 명동 일대의 450m의 언덕길에 만화를 테마로 한 거리인 재미로도 2013년에 조성됐다.
가장 좋은 것은 명동역에서 재미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만화들이다. 대한민국의 인기 만화가 70명이 힘을 보태 만든 이 거리는 '궁'의 캐릭터를 관람하며 시작된다. 전시된 작품을 찾아볼 수도 있고, 만화와 관련된 조형물을 구경할 수 있는데다가 운이 좋으면 만화가와의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
우리의 추억 속에 남은 1세대 만화인 고바우 영감부터 현재의 웹툰까지 만나보면 사람들은 만화에 투영된 당시의 사람을 투영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만화박물관 재미랑을 나와 걷다보면 이윽고 재미로의 '종점'이자 또 다른 즐길거리인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나온다. 이곳 서울애니시네마에서는 만화를 보고, 느끼고, 즐길 수도 있고, 최근 화제인 '라바'와 '타요' 등, 여러 캐릭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되어 있다. 전시관을 구경하는 것도 좋고, 약간의 돈을 지불하고 체험 부스를 이용해도 하루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재미로 일대를 둘러보면 만화 캐릭터를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코스프레 동호회와 함께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공동 주관하는 것인데, 6월부터 11월까지는 재미로 일대에서 누구든지 코스프레 의상을 자유롭게 입고 돌아다닐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했던 만화 캐릭터들이 현실에 나타난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모두 재미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재미로 구경만 하고 끝내기에는 뭔가 아쉽다면, 남산을 올라가보자. 남산 수목원, 남산타워 등, 어린 시절 가보기만 했던 장소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우리 곁에 있음을 발견하는 순간 내 안의 동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지만 멀리가지 않고도 서울 안에서도 가볼만한 장소가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소개한 다섯 곳을 통해 즐거운 서울 도심 속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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