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가운 시선도 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
서울사랑
발행일 2015.06.22. 14:11
이름도 낯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었습니다. 잘 알지 못하기에 두려웠고 준비하지 못했기에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메르스와 싸우는 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이웃들을 위해 땀 흘리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당연한 일을 할 뿐이라며 묵묵히 이웃을 위해 애쓰는 그들을 만나보겠습니다. |
[메르스 현장의 사람들] ① 24시간 이송보호팀 박광표 구급대원(중화119안전센터)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서 165번째 확진 환자와 접촉했던 분들은 현재 격리 중인 상태인데요. 모두 만성 신장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이라 지속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해서, 요 며칠은 저희가 이송 지원을 나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보호복을 차려 입은 대원들을 보고 무섭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 오히려 대원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해 주세요.”
중랑소방서 24시간 메르스 환자 이송보호팀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광표 구급대원(중화119 안전센터)은 올해 구급대원 9년차. 늘 해오던 일이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는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습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아내는 제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해 줍니다. 6살, 4살 두 아이의 아빠로서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자가격리자나 의심 환자를 이송하는 데 1~2시간, 출동을 마치고 돌아와 구급차량을 세척 소독하고, 감염방지 비닐로 밀폐하는 데 1시간, 보호복을 안전하게 벗고 폐기물을 처리하기까지 또 1시간이 훌쩍 넘어갑니다. 하지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는 지난 6월 7일부터 모든 소방서에서 메르스 환자 이송보호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전담 119구급대는 총 23대가 운영 중이며, 46명의 구급대원들이 2인 1조로 근무합니다.
“6월 초에 몽골에서 온 외국인 한 분을 이송해 드린 적이 있어요. 한국어에 서툴러 메르스에 대해서도 잘 모르셨나 봅니다. 평택 굿모닝병원을 다녀오셨는데, 주변 이웃들이 대신 신고를 해주셨어요. 다행히 검사결과가 음성으로 나와서 다 같이 안도했죠.”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들고 있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다는 박광표 대원은 낯선 보호복 차림으로 출동해도 오히려 이해해 주시고, 행여 병을 옮길까 걱정해 주시는 시민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합니다. 메르스라는 무서운 바이러스. 누군가에게 옮을 지도, 옮길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더 무서운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메르스와 대치하고 있는 치열한 현장에서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이들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요?
[메르스 현장의 사람들] ② 메르스 예방활동 펼치는 강동소방서 의용소방대
강동구 성내동 구립암말경로당. 아침 이른 시간부터 어르신들이 경로당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강동소방서 의용소방대원들이 메르스 예방활동을 나온다고 해서 안심하고 발걸음을 하신 것입니다. 메르스 때문에 지난 일주일 동안 경로당 문도 닫아야 했습니다. 고령자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메르스가 더 위험하다고 하니, 어르신들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늘 봉사활동을 나온 의용소방대원들은 모두 6명. 대원들은 체온계를 꺼내 어르신 한 분 한 분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 착용법도 안내해 드렸습니다. 손세정제를 일일이 손에 뿌려 드리며 손 소독하는 방법도 알려드렸습니다.
“메르스라는 병이 무섭기는 하지만 잘 알아두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열만 없으면 크게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혹시 기침을 할 때는 마스크를 꼭 쓰세요. 마스크는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 옮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지만, 내가 남들에게 나쁜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해요”
의용소방대는 어르신들에 대한 예방 활동이 끝나고 손걸레와 소독제를 들고 경로당을 청소했습니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보니 보다 철저한 방역이 이루어져야 할 터. 함께 출동한 강동 소방서 소방공무원들과 함께 경로당 곳곳에 대한 청소와 방역을 꼼꼼하게 마쳤습니다.
“메르스인지 뭔지 무서운 병이 돌고 있다고 해서 그동안 경로당에도 못 나오니 얼마나 답답해. 애들은 매일 전화해서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하고. 경로당 문 닫으니 갈 데도 없고. 하루 종일 TV만 보면 뭐 해. 계속 뉴스에서 메르스 얘기만 하니까 더 걱정되고, 심심하고 그랬지. 오랜만에 나오니까 속이 다 후련해.” 경로당 회장을 맡고 있는 최경례(81) 할머니는 늘 봉사활동을 오는 친숙한 얼굴의 의용소방대원들이 반갑기만 합니다.
“봉사활동이 재미있고, 우리들을 기다리고 반겨주는 분들이 있어서 보람을 느껴요.”, “메르스가 유행한다고 하니, 경로당 어르신들이 제일 먼저 걱정이 되더라고요. 경로당에 계신 할머니를 엄마라고 생각하며 찾아뵙고 있어요.”
강동 의용소방대원들은 늘 친정 부모님이라 생각하고 경로당 봉사활동을 나옵니다. 어르신들도 메르스 안내 책자의 글씨가 안 보이는데 직접 와서 메르스에 대한 설명을 해주니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자주 찾아와서 이것저것 챙겨주니 고맙지~. 이제 기침 나면 마스크 꼭 쓸게요” 활짝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대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강동소방서 뿐 아니라 서울시 의용소방대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십니다. 어르신, 소외계층을 위한 메르스 예방 활동을 벌이는가 하면, 자가격리자들의 생활을 돕기 위해 119 안심도움전담반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총 366명으로 구성된 안심도움전담반은 자가 격리자를 위한 장보기, 은행 업무 등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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