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가 말하는 '좋은' 증명사진
발행일 2015.03.31. 13:36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야 좋은 증명사진이 나올 수 있다
사진관을 하면서 3월에 제일 많이 찍는 사진이 학생증 증명사진이다. 내가 학생 때만 해도 필름 사진을 찍기 때문에 별다른 보정이 없이 있는 그대로 나왔다. 조금 신경을 쓴다면 거울을 한번 보고 인상 좋게 웃어 보는 연습을 했던 것이 전부였다.
이제는 사진보정 프로그램이 발달해서 많은 것을 보정할 수 있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익숙한 학생들은 금방 익힐 수 있다. 그래서 평소 자기의 콤플렉스를 사진인화 전에 포토샵으로 수정하기도 한다. 사진을 수정하는 프로그램은 주로 여학생들이 많이 접해 보았을 것이다. TV에서 접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비슷하게 만들려고 시도해보았을지도 모른다. 라디오, 인터넷, 방송 등에서 손쉽게 성형사진을 보고 광고를 접하다 보니 사진 속 내 얼굴을 수정하는 게 당연시 됐다.
인터넷에서는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을 비교하는 사진을 굴욕사진이라고 올리며 유희적인 소재로 쓰기도 한다. 사실, 성형 전후 사진을 비교하며 나도 연예인처럼 예쁜 얼굴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돈을 쫓는 어른들이 심어 준 것이다. 성형광고를 자주 접하고,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지 않는 학생들은 포토샵으로 수정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성형수술까지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수술 후 자신감이 생긴다면 다행이지만,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예인들과 비교하는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요즘 부모들이 아이 양육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자존감'이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주도적이며 남을 의식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도전을 즐기는 심성을 말한다. 자존감이 높다는 말은 매우 긍정적인 상태이다. 자존감이 낮다면 가정과 학교를 통해 자존감을 키워야 한다. 학업이 대학교 진학이나 취업을 위한 기술적인 것 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을 키우는 것에 목표가 있다면 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사진가로서 학교 행정 중 사진 사용에 대해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왜곡된 증명사진을 사용하지 말자'이다. 공적으로 쓰이는 여권사진이나 주민등록증의 사진으로는 왜곡된 사진을 사용할 수 없는 규정이 있다. 마찬가지로 학생증 사진도 일차적으로 공적인 기록물인데, 학교에서 필요한 사진을 왜곡된 사진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 물론 청소년기학생들은 예쁘게 보이고자 하는 심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사진 찍는 입장에서 잘 안다. 그러나 과도한 후보정으로 원래의 인물을 왜곡시키는 것은 사실을 담아내지 못 할 뿐더러 시간이 지났을 때 아름답지도 않다. 또, 거울을 보고 자신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뜯어 고쳐야할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자기 자신을 느낄 수가 없어 정체성 혼란이 올 것이다.
사진은 그 자체로 시간성을 갖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다. 최고의 수정은 시간이다. 오히려 수정이 과하지 않은 사진은 당시의 추억을 잘 담고 있어서 1년 뒤에 보았을 때 수정된 사진 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음식점에서 화학조미료로 맛을 내는 것처럼, 후보정을 통한 사진 수정은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름답고 만족스런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겁게 생각하고 만족할 때 찍는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이다. 앞으로 학교에서는 이런 증명사진을 학생증에 붙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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