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스로, '햇빛 발전소'를 짓다!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5.03.05 16:00

수정일 2015.03.05 16:04

조회 1,417

서울시에서는 경제적 여건으로 광고를 하기 어려운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분들을 위해 시가 보유한 홍보매체를 무료로 개방하여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내 손안에 서울'에서도 이들의 희망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세 분의 시민기자님들이 공동으로 취재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그 희망의 메시지, 함께 들어보시죠!

2015-1. 희망광고기업 (8)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는 사람들, 태양과 바람에너지협동조합

태양과 바람 발전소 2호기 준공식

태양과 바람 발전소 2호기 준공식

수명이 완료된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재사용해야만 하는 것일까? 신설 원전, 반드시 건설해야만 할까? 국민 60% 이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 재가동 결정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2009년 월성원전 폐연료봉 추락 사고', '2012년 2월 고리원전 전력공급 중단 사고' 등 계속되는 국내 원전 사고를 떠올리면 늘 불안하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이웃 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악몽도 연상된다. 진정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에너지 대안은 없는 것일까?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안전한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는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을 찾아가 알아보았다.

원전 대신 햇빛발전, 에너지소비자에서 생산자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주민의 힘으로 햇빛발전소를 건립하여 전기를 생산 판매하며 에너지 전환, 에너지 자립을 모색하는 협동조합이다. 2013년 6월 설립한 이래, 현재 200여 명의 은평구 주민들이 참여하여 50kw급, 49.5kw급 햇빛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왜 손수 자비로 햇빛발전소를 건립한 것일까?

태양과바람 1호기(좌), 2호기(우)

태양과바람 1호기(좌), 2호기(우)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큰일 나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다 보니, '핵 없는 세상을 만드는 은평 시민모임'을 만들게 되고, 공개강연회나 교육 · 캠페인 등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조직 형태를 고민하게 되었고, 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핵·원자력으로부터 안전한 에너지, 화석 연료가 아닌 청정에너지를 우리들이 직접 생산해보자 한 것입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최승국 씨의 설명처럼 원전·에너지 문제를 자각한 주민, 지역 사회 단체 등이 함께 모여 협동조합을 시작하게 됐다. 이들은 은평지역 내 가능한 모든 옥상에는 햇빛발전소를, 모든 가정에는 에너지 절전소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진 자립마을을 꿈꾸고 있다.

최승국 상임이사의 업무 모습 (좌), 스마트폰으로 햇빛발전량을 살펴볼 수 있다(우)

최승국 상임이사의 업무 모습 (좌), 스마트폰으로 햇빛발전량을 살펴볼 수 있다(우)

하지만 실제 협동조합 설립이나 햇빛발전소 건립 및 운영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특히, 햇빛발전소 설립 부지를 마련하는 일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많고 많은 옥상 중 실제 그늘이 지지 않고 해가 잘 드는 남향의 공간을 찾긴 쉽지 않았던 것. 사업성을 생각하면 대략 150평 이상 되는 부지여야 하는데, 어찌어찌 찾았다 해도 이미 옥상 정원으로 꾸며 놓았다거나, 한전 계통망으로 연결하는 비용이 너무 높아 사실상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색동에 위치한 은평공영차고지에 햇빛발전소를 올릴 수 있었다. 2014년 3월엔 태양과바람 1호 발전소(50kw)를, 7월에는 2호 발전소(49.5kw)를 차례로 준공했다.

현재 이들 태양과바람발전소에서 생산되는 발전량은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전기 생산량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량도 안내하고 있다.

모든 가정은 에너지 절전소

이렇듯 조합에서는 햇빛발전소를 통한 직접적인 에너지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절전을 통한 에너지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절약이 곧 생산'이라는 생각으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실천·보급하고 있다. 조합원 가정은 물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각 가정의 에너지를 진단하고 컨설팅하는데, 절약 비법과 함께 효율 상품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에너지클리닉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고, 6개월여 만에 지역 주민 800가구에 에너지 진단 컨설팅 서비스를 시행하였다. 전기밥솥, 헤어드라이어 등 각 가전도구 별 소비 전력이나 대기전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적지 않은 소모량에 깜짝 놀라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또한, 집안 곳곳에 세는 전기가 없는지 살펴보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확인할 수 있게 했는데 실제 이러한 컨설팅을 통해 전기료를 평균 30%가량 절약하게 됐다고 한다.

2014 은평누리축제 참가(좌), 2014 서울도시농업축제 참가 (우)

2014 은평누리축제 참가(좌), 2014 서울도시농업축제 참가 (우)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에서는 에너지 절약 실천도 확대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 및 홍보 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은평마을에너지학교, 에너지전환마을학교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조합원 및 지역 주민들과 에너지 문제와 지속 가능한 대안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에너지 절약 비결을 알아보고, 재생에너지 발전소나 에너지 자립마을 등을 탐방하며 실제 실현가능한 실천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었다. 서울도시농업축제, 은평누리축제 등에 참가하여 재생에너지 부스를 운영하기도 하였으며, 서울시 청책토론회 '햇빛도시 서울만들기'도 진행하한 적도 있다. 이러한 활발한 활동은 올해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모든 옥상에 햇빛발전? 제도 개선이 먼저!

하지만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햇빛발전 생산자들이 활동하기에 상황이 좋지는 않다. 현재 태양광 발전 수입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이 소규모 사업자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50만kw 이상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의무할당량은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갖춰 채워도 되지만, 다른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의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채워도 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입장에서는 한전에 판매하는 전력 수입 외 공급인증서를 판매함으로써 발전단가를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증서 거래시장이 에너지협동조합과 같은 소규모 사업자에게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입찰 계약은 당연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업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 태양광발전 현물시장은 시장 논리로 왜곡되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2013년 말 22만 원대였던 현물가격은 폭락을 거듭하며 REC가 지난 1월에는 8만 원대로 떨어졌다. 최승국 상임이사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고전 중인 소규모 태양광발전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 얘기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의 공급의무화 제도(RPS)대신, 발전차익지원제도(FIT)로 적절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전차익제도는 전력거래가격이 옛 산업통상부가 고시한 기준가격보다 낮은 경우에 그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되어 2011년까지 시행되었다.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예측 가능한 장점이 있어, 국내 재생에너지 도입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서울의 경우, 공급의무화제도의 문제를 인식, 지난해부터 서울형 발전 차익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서울 시민들의 힘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는 햇빛발전협동조합들의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햇빛(태양열)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로, 핵사고 위험 없는 '안전에너지', 자원고갈에 대비한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전력 생산 단가가 또한 갈수록 낮아져,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에서는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렸던 '독일의 에너지 혁명에 대한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 참가했던 하리 레만 독일 환경청 지속가능전략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은 이미 재생에너지 비중이 이미 25%를 넘어섰고, 2012년 기준으로 38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탈핵선언 이후 독일은 원전축소로 전력을 수입한다거나 전기요금인상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식의 여론공격을 받아 왔지만, 오히려 전력 수출이 늘고 있으며 산업용 전기요금도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 독일의 이러한 성과는 시민의 힘으로 설립 운영하고 있는 에너지협동조합들이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와 적극적인 시민 참여가 어우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현재 100kw 규모의 3기 발전소 건립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1인 상근자의 월급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지만, 3기 발전소 건립을 시작으로 계획대로 발전소들을 차례로 준공하게 된다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배당금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국가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건설 · 관리해야 하는 원전 대신, 시민들의 참여로 설립 가능한 햇빛 발전을 늘려가는 건 어떨까? 세금 먹는 하마이자, '핵폐기물'이라는 괴물까지 생산하는 에너지원이 아닌, 보다 안전하고 청정한 에너지로 차차 바꿔나가는 건 어떨까? 불안정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현 제도를 개선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햇빛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은 현재 3기 발전소 건립을 앞두고 조합원 모집 중이라 한다. 자세한 내용은 태양과바람에너지 협동조합(전화: 02-6407-0419 )과 온라인 카페 (cafe.daum.net/energy-coop)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