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콘텐츠] 숙대 앞 명소 (4) 3대를 이어온 추억 깎는 이발사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4.10.06. 01:12

수정일 2014.10.06. 01:14

조회 1,225

성우이용원, 숙명여대

<서울 콘텐츠 발굴 대학 연계 프로젝트>는 서울지역대학 미디어, 광고홍보 관련 학과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발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난 1학기 동안 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내용들을 ‘내 손안에 서울’에서 최초로 공개합니다.

대 학 명 숙명여자대학교 수 업 명 소셜미디어 세미나 지도교수 문장호 참여학생 김채원

숙명여대 후문을 나와 청파동 골목을 누비다 정지된 시간을 발견했다. 만리시장 입구 작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성우이용원’이다. 금방이라도 내려앉을 것 같은 지붕, 페인트를 수십 번 덧칠해 두텁게 갈라진 문. 이곳에서는 쉽게 매길 수 없는 세월이 묻어나고 있다. 성우이용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시간을 거꾸로 되돌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족히 50년은 되어 보이는 손때 묻은 의자, 더운 물을 피워놓은 양철통, 네모 타일을 촘촘히 이어 붙인 세면대. 그 풍경 한가운데 이발사 ‘이남열’씨가 밝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신다.

2. 성우이용원

성우이용원 내부 ⓒ김채원

 
3. 성우이용원

성우이용원 내부 2 ⓒ김채원

“3대째 한자리에서 87년 이어왔죠”
4. 성우이용원

625 당시 미군부대에서 일하시던 이남열씨의 아버지 ⓒ김채원

만리동 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성우이용원’은 1927년부터 87년간 3대에 걸쳐 이어온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다. 현재 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발장인 이남열씨는 1965년 8살 때부터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운영해오고 있다. 처음 이곳에 이발소를 차린 사람은 이남열씨의 외할아버지다. 일제 때 이발사 면허증을 갖고 있던 외할아버지는 1927년 당시 만리재에 이발소를 차리곤, 자신의 이발소에서 일하던 이남열씨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딸을 주며 후계자 겸 사위로 삼았다.

아버지는 6.25때 미군부대 이발을 다니며 큰돈을 벌었다. 일명 ‘아리랑 이발’. 그러나 아버지가 도박벽이 있던 탓에 집의 쌀통엔 항상 바닥 긁는 소리가 났다.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이남열씨는 중학교 졸업 뒤, 가난 때문에 진학을 포기하고 가윗날 가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집안을 책임진 이남열씨는 한 때 방황하여 이용원 문을 닫기도 했지만 30대 후반에 결혼을 하면서 안정을 되찾고 현재까지 성우이용원을 운영하고 있다.

“50년째 같은 가위로 이발해요”

5. 성우이용원

성우이용원 이남열 사장님 ⓒ김채원

“잘된 이발? 한 달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머리지” 이발장인 이남열씨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남열씨는 50년째 같은 가위로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머리에 하얀 분을 발라 머리카락을 깎아내고. 비누 솔을 몇 번 흔들어 만든 비누거품을 묻혀 면도를 한다. 물뿌리개처럼 생긴 파란 통에 더운 물과 찬물을 섞고 손님의 머리에 쏘아 샴푸를 헹궈내기도 한다. 온수 역시 직접 끓여서 사용한다.

옛 방식의 도구가 이룬 완성의 모습은 놀랍다. 이발 후 두세 달이 지나도 가위 자국 하나 남지 않은 매끈한 머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발엔 노하우가 없어. 기본을 벗어나 요령 피우면 머리 절대 않나와. 이발은 정직한거야. 이발엔 쇼가 없어”

그가 말한 기본은 연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남열씨는 2만원에 구입한 가위를 50년 째 사용하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게 숫돌에 갈아 만든 가위는 이남열씨에게 최고의 보물이다. 요즘 이발 도구를 직접 갈아 쓰는 이발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남열씨는 가위와 면도칼을 한번도 남의 손에 맡겨본 적이 없다. 이렇게 이남열씨는 할아버지 때부터 3대째 고수한 일본식 이발방식을 3대째 고수하며 전통을 지키며 오늘도 이용원 문을 연다.

6. 성우이용원

젊은 시절 이남열씨의 모습 ⓒ김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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