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아 꽃 찍으려면 모델료 내셔야 합니다”
발행일 2014.08.13. 10:29
[서울톡톡] 지하철 사당역 3번 출구를 나서자 강렬한 햇살이 눈부시다. 남태령 쪽으로 잠깐 걷자 왼편에 방배우성아파트가 나타난다. 108동과 109동 사이 완만한 경사의 골목길을 잠깐 오르다가 안내표지판을 따라 왼편으로, 다시 오른편으로 올랐다. 주택가 끝부분에 이르자 길가 한편에 예쁜 나리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참 아름다운 모습에 깜박 취해 사진 몇 컷을 찍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 예쁜 달리아 꽃 사진을 찍으시려면 모델료를 톡톡히 내셔야 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올라가자 이번엔 더 곱고 예쁜 꽃들이 피어 있는 꽃밭이 나타났다. 카메라를 꺼내자 마침 꽃밭 옆 벤치에 앉아 쉬고 있던 주민 몇 사람이 소박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한다. 꽃이 예뻐서인지 이곳을 지나는 길손치고 사진을 안 찍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것 같았다. 달리아 꽃이 참으로 예뻤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올라가자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햇볕은 뜨거웠지만 숲이 우거져 느낌은 매우 싱그럽다. 황토 길이어서 발바닥의 감촉도 좋았다. 우면산은 그리 높지 않은 야산이다. 서울둘레길은 중턱쯤의 산자락을 감아 돌며 오르락내리락 이어지고 있었다. 적당한 지점마다 둘레길 표지판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도 없었다.
눈길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보덕사를 지나고 성산 약수터를 지나쳤다. 성산약수터는 아쉽게도 [음용불가]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길에서 만나고 건너는 골짜기들은 무너지거나 산사태가 나지 않게 정비가 잘 돼 있었다. 골짜기마다 걸려 있는 크고 작은 다리들의 모양은 고만고만하게 비슷했다. 길가 몇 곳에는 옛 서낭당처럼 돌무더기 쌓여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어느 고갯마루에는 두 개의 제법 커다란 돌탑이 시선을 잡아끈다.
그렇게 고즈넉한 산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저만큼 앞에 나타난 커다란 참나무에서 청설모 한 마리가 쪼르르 내려와 필자 앞으로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어, 이 녀석 봐라" 당황한 건 오히려 필자였다. 멈춰 서서 카메라를 꺼내들자 바로 발 앞에까지 내달은 녀석이 그때서야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돌아서 잽싸게 내빼는 것이 아닌가.
조금 평평한 곳에는 각종 잡초들과 함께 토실토실한 강아지풀들이 지천이다. 골짜기엔 때맞춰 한창 피어난 싸리꽃들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저 아래로 남부순환로와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내려다보이는 범바위골 입구 정자에는 인근 마을에서 올라온 듯한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무더위를 식히며 망중한의 여유로운 모습이다.
예술의 전당과 국립국악원 윗길을 지나자 곧 백제 불교의 초대 전승사찰인 대성사가 나타난다. 대성사 안내판에는 삼국사기 제24권 중 백제본기에 [제15대 침류왕 원년인 갑신년에 서역 천축 (인도)의 마라난타 대사가 중국 동진을 거쳐 해동 백제의 수도인 한주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백제에 불법이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다음해인 을유년(서기 385년) 2월에 광주인 한산에 절을 창건하였다.]고 한다. 백제불교 최초의 사찰이 바로 대성사라는 것이었다.
대성사 주차장에서 왼쪽 길로 걸어가다가 오른 편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에 올라 다시 오른편으로 잠깐 걷다가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이정표가 가리키는 대로 내려갔다. 길가의 울창한 숲은 여전하다. 아치형 칡넝쿨터널도 나타난다. 참으로 멋진 길이다. 그런데 조금 더 걷자 길바닥이 어수선하다. 아직 익지 않은 도토리 3~4개가 달린 어린 가지와 잎들이 즐비하게 떨어져 있다. 도토리 거위벌레의 소행이다.
정문 안쪽에는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서 있다. 윤봉길의사는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 의거의 주인공이다. 윤의사는 거사 직후 현장에서 붙잡혀 일본 군법회의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 해 11월 18일 일본으로 압송되어 20일 오사카 위수형무소에 수감되었다. 12월 19일 가나자와에서 총살형으로 순국하였다.
무더위 속에서 답사한 서울둘레길의 우면산 구간에서는 고즈넉하고 상큼한 숲 향기와 함께 초기 백제불교의 발상 사찰, 그리고 일제의 침탈로 인한 우리민족의 암흑기에 온몸을 던져 침략자들을 응징하고 순국한 위대한 선열을 만난 뜻 깊고 멋진 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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