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따라 떠난 북한산 산행, 100년 역사의 백운산장을 만나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6.10.19. 09:51

수정일 2026.10.19. 17:49

조회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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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도선사~백운대 코스에서 만나는 백운산장은 1924년 이해문이 세운 우리나라 제1호 산장으로, 100여 년간 산악인들의 쉼터 역할을 해왔다. 6·25 전쟁 추모비와 1992년 화재 뒤 1998년 재건된 사연이 전시돼 있으며, 2019년 국가 귀속 후 CPR 체험존과 산악사 전시가 있는 ‘숲속 박물관’으로 운영된다.
한국 산악문화의 발자취와 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1호 산장
백운산장은 우리나라 산장의 시작으로 1호 산장이다
백운산장은 우리나라 1호 산장이다. ⓒ 최용수
“북한산 깊은 산속에 이런 역사의 공간이 있었네!”

산행을 하다 뜻밖의 장소를 만나면 반가움이 두 배가 된다. 북한산의 대표 등산로 중 하나인 '도선사~백운대 코스' 탐방에서 만난 ‘백운산장(白雲山莊)’ 이야기이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길을 따라 오르다 마주한 산장. 1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공간에서 우리나라 산악 문화의 시작과 아픈 현대사의 흔적을 마주하니 작은 흥분이 일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는 사찰 도선사 ⓒ 최용수
등산로 입구에서 만나는 사찰 도선사 ⓒ 최용수

숲길을 따라 만나는 북한산의 가을

지난 주말의 가을 산행은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시작했다. 도선사 방향으로 한 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기자 도시의 소음이 멀어지고,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산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숲길에 들어서니 맑은 공기와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숲길의 선물이다.
도선사 안쪽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곳부터 하루재를 향해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숨이 차오르면 잠시 걸음을 멈춘다. 나뭇가지 사이로 북한산의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빛 숲 사이 노랗고 붉게 물든 나뭇잎은 한 폭의 풍경화다. 숲 사이로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가 가을 하늘 아래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다.
도선사 안쪽에 있는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최용수
도선사 안쪽에 있는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최용수
하루재를 지나 북한산특수산악구조대와 인수암 방향으로 가는 탐방로는 가을이 절정이다. 숲과 바위가 어우러져 걸음마다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카메라를 꺼내고 싶은 충동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자주 찾는 산이라도 계절마다 풍경이 다르니 다시 오게 된다.” 하루재에서 만난 한 50대 등산객은 '북한산의 진짜 가을을 보기에는 이 코스가 제일'이라며 밝은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한 걸음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100여 년의 역사를 품은 ‘백운산장’이 가까워진다.
우이역에서 출발해 백운대로 가는 길 중간에 자리한 하루재의 모습 ⓒ 최용수
우이역에서 출발해 백운대로 가는 길 중간에 자리한 하루재의 모습 ⓒ 최용수
하루재 인근 영봉에서 바라본 인수봉 일대의 가을 풍경 ⓒ 최용수
하루재 인근 영봉에서 바라본 인수봉 일대의 가을 풍경 ⓒ 최용수

“이 깊은 산속에 이런 곳이?” 뜻밖의 발견 백운산장!

백운대와 인수봉으로 향하는 길목, 해발 약 650m 지점에서 백운산장을 만난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다 마주한, 구름 속에 안긴 듯 아늑한 통나무집. "이렇게 높은 곳에, 지방도 아닌 수도 서울에 산장이 있다니!" 마치 알프스 숲속의 동화 속 집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에 피로가 싹 가신다. 벅찬 반가움을 감추지 못해 탄성을 쏟아낸다.
북한산 인수봉 아래에 자리한 백운산장의 모습 ⓒ 최용수
북한산 인수봉 아래에 자리한 백운산장의 모습 ⓒ 최용수
잠시 숨을 고르며 땀을 식힌다. 삼삼오오 간식을 나누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산장 앞 쉼터는 사람들의 온기로 정감이 넘쳐난다.

산장을 바라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산장의 유래와 역사, 응급처치 체험장 등 이곳이 단순히 쉬어 가는 장소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험준한 산길을 오르던 산악인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산행 정보를 나누며 다음 여정을 준비하던 소중한 공간. 오늘날처럼 등산 장비와 탐방 정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그 의미가 남달랐다.
백운산장 앞 쉼터는 언제나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 최용수
백운산장 앞 쉼터는 언제나 많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 최용수

1924년 시작된 쉼터, 굴곡진 역사를 품다

백운산장의 역사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4년 이해문이 작은 오두막집을 마련하면서 시작된다. 이후 오랜 세월 산악인들의 쉼터로 사랑 받으며 우리나라 산악 문화의 발자취를 간직한 장소가 된다. 그렇게 우리나라 제1호 산장으로 자리매김 한다.
우리나라의 산악 문화의 발상지 백운산장 ⓒ 최용수
우리나라의 산악 문화의 발상지 백운산장 ⓒ 최용수
산장 내부의 전시물은 지나온 굴곡진 세월을 말해준다. 1924년 이해문 1대 산장지기가 터를 잡은 이래, 100여 년 동안 산악인들을 품어온 안식처였다. 1950년 6·25 전쟁 때 서울 함락을 비통해 하며 자결한 국군 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백운의 혼' 추모비, 1992년 화재로 불탔지만 산악인들이 십시일반 모금하여 1998년 산장을 재건한 감동적인 사연도 만날 수 있다.
현대사의 비극을 지켜본 백운산장 내부 모습 ⓒ 최용수
현대사의 비극을 지켜본 백운산장 내부 모습 ⓒ 최용수
국가로 귀속된 후에도 백운산장은 단순한 대피소를 넘어 심폐소생술(CPR) 체험존과 산악 역사 전시물을 꼼꼼히 갖춘 '숲속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전시물을 보면서 산악인의 도전과 헌신, 전쟁의 아픔에 관해 이야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클 것 같다. 교과서에서 접하는 역사가 아닌 현장에서 만나는 배움은 더욱 또렷이 기억될 것이다.
북한산과 삼각산의 관계를 설명하는 백운산장 내부 전시물 ⓒ 최용수
북한산과 삼각산의 관계를 설명하는 백운산장 내부 전시물 ⓒ 최용수

단풍도 역사도 놓치지 않는 가을 나들이

백운산장을 둘러보고 다시 산길로 접어들면 북한산의 풍경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진다. 그저 아름다운 산이라 생각하던 과거와 달리 수많은 사람의 도전과 희생,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 산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반드시 정상에 올라야만 산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숲길을 걸으며 계절을 느끼고, 뜻밖의 장소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백운산장을 둘러보고도 체력이 허락한다면, 백운대 정상으로 산행을 계속해도 좋다. 다만 백운대 방향은 가파른 돌길과 바위 구간이 있으니 무리한 산행은 피해야 한다. 백운산장까지의 산행도 난이도가 높은 코스이므로 충분한 물과 간식, 제대로 된 등산화, 여벌 옷 등을 챙겨갈 것을 당부하고 싶다.
북한산 고지대 단풍은 10월 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용수
북한산 고지대 단풍은 10월 말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용수
이번 주말 가족들과 함께 백운산장으로의 가을 산행 계획해보면 어떨까. 대중교통으로 찾아갈 수 있으니 하산길 걱정도 사라진다. 다만 방문 전 북한산국립공원 누리집에서 탐방로 통제 상황과 산장 내부 전시 공간 개방 여부 등을 확인하고 나서자. 100년의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백운산장과의 만남은 잊지 못할 따스한 감동이 될 것이다.

시민기자 최용수

서울 구석구석, 발로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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