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 전에 정원으로 갑니다…도시가 돌보는 초고령시대 시민 건강
김현정 교수
발행일 2026.09.11. 15:28
AI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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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는 병원 치료만으로 시민 건강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공원과 정원이 집 가까이에서 신체·정신 건강을 돕는 가장 가까운 예방의학이자 보건·복지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정원처방'처럼 정원과 돌봄 정책을 연계해 시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도록 돕는 도시 차원의 일상 속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100세 시대에는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11화 병원 밖 건강관리, 도시 안 예방의학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혈압이 높으면 약을 먹고, 당뇨가 생기면 혈당을 관리하며, 우울증이 심해지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보건의료도 중요하지만, 100세 장수시대에는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만성질환과 노쇠, 구강노쇠, 불면, 불안, 우울과 외로움, 돌봄 부담이 함께 증가하고 있어 병원 안의 치료만으로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고, 치료받은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병원 밖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혈압이 높으면 약을 먹고, 당뇨가 생기면 혈당을 관리하며, 우울증이 심해지면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보건의료도 중요하지만, 100세 장수시대에는 일상에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만성질환과 노쇠, 구강노쇠, 불면, 불안, 우울과 외로움, 돌봄 부담이 함께 증가하고 있어 병원 안의 치료만으로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키고, 치료받은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병원 밖 건강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가장 가까운 지역사회 예방의학의 현장, 공원
세계보건기구(WHO)는 도시인의 건강 문제가 개인의 생활 습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밀집된 주거환경, 부족한 녹지, 소음과 대기오염, 사회적 단절은 신체활동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높인다. 반대로 도시의 동네 공원과 정원은 걷기와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을 만나게 하며, 도시의 소음과 더위, 대기오염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WHO는 도시 녹지 노출이 우울과 불안 위험 감소, 심혈관 건강 증진, 신체활동 증가, 외로움 감소와 관련되며, 결과적으로 보건의료 비용 절감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만성질환과 노쇠, 외로움 등이 늘어난 초고령사회에서는 병원 치료만으로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다.
공원은 더 이상 조경이나 여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도시 행정이 제공하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지역사회 예방의학의 현장이다. 예약도 필요 없고, 비싼 장비도 필요 없다. 약물처럼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도 적다. 집 밖으로 나와 30분 걷고, 햇빛을 받고, 나무 아래 앉아 쉬며,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것 자체가 신체활동이 되고 정신건강 관리가 되며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활동이 된다.
특히 운동시설이나 유료 건강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령자, 1인 가구,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까운 공원의 가치는 더욱 크다. WHO 역시 잘 설계된 도시 녹지 정책이 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건강불평등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운동시설이나 유료 건강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고령자, 1인 가구,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까운 공원의 가치는 더욱 크다. WHO 역시 잘 설계된 도시 녹지 정책이 시민의 건강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건강불평등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살던 동네에서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조건
우리나라의 보건·복지 정책도 이제 병원과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계속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생활 돌봄 등을 통합해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살고, 나이 들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방문 진료나 요양서비스만 연결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집 밖으로 나와 안전하게 걷고, 사람을 만나고,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생활권 건강 인프라가 함께 있어야 한다.

공원은 이제 조경이나 여가를 위한 공간을 넘어, 가장 가까운 예방의학의 현장이다.
서울시의 ‘서울형 정원처방’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는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정원 산책, 맨발걷기, 숲요가, 꽃 활용 공예, 피톤치드 복식호흡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만 2만2,805명이 참여했고 만족도는 96.9%였다. 특히 노인복지시설, 1인가구지원센터, 서울청년센터, 가족센터 등 256개 사회복지시설·공공기관과 정원 프로그램을 연결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원이 복지와 보건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만성질환부터 외로움까지, 공원으로 연결되는 ‘사회적 처방’
향후 보건소에서 고혈압·당뇨를 관리하는 시민에게 가까운 공원 걷기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인지·신체활동이 필요한 고령자를 정원 프로그램과 연계할 수 있다. 외로움과 우울 위험이 높은 1인 가구에는 함께 걷는 정원 모임을 사회적 처방으로 제공할 수 있다. 퇴원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에게도 병원에서 지역 공원으로 이어지는 회복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정원 이용 전후의 신체활동, 수면, 스트레스, 정서 상태를 측정한다면 정원 정책의 건강 효과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집 가까이에 걷고, 쉬고, 이웃과 만나는 정원이 있다는 것은 도시가 시민의 건강을 매일 돌보고 있다는 의미다.
병원은 아픈 곳을 고치고, 건강한 도시는 아프지 않게 지킨다
공원을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누가, 왜, 얼마나 이용하고 그 결과 건강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원도시 정책과 보건·복지·통합돌봄 정책이 서로 다른 행정 영역에 머물지 않고 시민 한 사람의 일상에서 만나야 한다.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 그러나 건강한 도시는 시민의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한다. 집 가까이에 걷고, 쉬고, 만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원이 있다는 것은 도시가 시민의 건강을 매일 돌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공원과 정원을 도시의 장식이나 여가시설이 아니라 병원 밖 건강관리와 도시 안 예방의학을 실천하는 가장 가까운 보건·복지 인프라로 바라볼 때다.
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한다. 그러나 건강한 도시는 시민의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한다. 집 가까이에 걷고, 쉬고, 만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원이 있다는 것은 도시가 시민의 건강을 매일 돌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공원과 정원을 도시의 장식이나 여가시설이 아니라 병원 밖 건강관리와 도시 안 예방의학을 실천하는 가장 가까운 보건·복지 인프라로 바라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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