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부터 감정조절까지…아이를 키우는 자연의 힘
김현정 교수
발행일 2026.08.28. 15:27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은 어떤 곳일까. 책이 많고, 교구가 잘 갖춰져 있고,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일상과 교육을 빠르게 바꾸는 시대일수록 아이에게는 지식을 얻는 능력만큼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자신의 몸과 감각을 사용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낯선 것을 궁금해하는 힘도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정원은 감각과 정서를 기르는 성장의 교실이 될 수 있다.
집중하라고 하기 전에,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원에 들어선 아이는 눈으로 꽃을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흙을 만지고, 풀잎의 거친 면과 부드러운 면을 비교하며, 바람의 온도와 젖은 땅의 냄새를 느낀다. 작은 벌레가 어디로 가는지 몸을 낮춰 관찰하고, 계절에 따라 잎과 열매의 색이 달라지는 것도 알아차린다. 휴대폰 화면과 달리 자연은 여러 감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아이들은 그 변화 앞에서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한다. “이 벌레는 어디로 가는 걸까?”, “꽃은 왜 어제보다 더 피었을까?”, “낙엽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른이 해야 할 일은 모든 질문에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질문하고 오래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정원에서는 기다림도 배운다. 씨앗을 심었다고 다음 날 바로 꽃이 피지는 않는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식물이 쓰러지기도 하고, 정성껏 기른 잎을 벌레가 먹어버리기도 한다. 아이는 뜻대로 되지 않는 자연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기다리고, 실망하고, 다시 돌보는 과정을 배운다.
자연은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이는 기다리는 법과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 다시 시작하는 법을 몸으로 경험한다. 이는 학교와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감정 조절과 인내를 연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흙과 풀은 몸을 움직이게 한다
실외에서 보내는 시간은 아동의 신체활동 증가와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5~17세 아동·청소년에게 하루 평균 60분 이상의 중·고강도 신체활동을 권고하고 있다. 물론 정원에서 노는 것만으로 이 권고량을 모두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밖으로 나가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원은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만을 위한 공간도 아니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되고, 경기에서 이기지 않아도 된다. 천천히 걷고, 쪼그려 앉아 곤충을 바라보고, 손으로 낙엽을 모으는 것도 모두 움직임이다. 아이마다 자신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원은 경쟁보다 놀이에 가까운 신체활동 공간이다.
가르치기보다 함께 발견하는 시간

반복해서 만나는 자연이 가르쳐주는 것
서울의 공원과 정원은 아이들에게 놀이터이면서 교실이고, 가족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이어가는 생활공간이 될 수 있다. 아이가 흙을 밟고, 풀 냄새를 맡고, 곤충의 움직임을 기다리며,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반복해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정원의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지, 자연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지,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좋은 정원을 만드는 것 역시 정원도시 서울의 중요한 과제다.
¹Faber Taylor A, Kuo FE. Children with attention deficits concentrate better after walk in the park. J Atten Disord. 2009;12(5):402-409. doi:10.1177/10870547083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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