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쉬고 만나고…병원을 나선 뒤, 회복이 시작되는 곳

김현정 교수

발행일 2026.07.31. 14:40

수정일 2026.07.31. 14:40

조회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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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에서는 병원 치료만으로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병원 밖 예방적 건강관리가 중요해진 지금, 공원과 정원은 사회처방의 공간이자 회복을 돕고 지속 가능한 건강습관을 만드는 공간이다.
김현정 교수의 당신에게 필요한 정원처방전
시민들이 한강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민들이 한강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8화   병원 밖 건강관리, 정원도시 서울에서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접어들고 만성질환과 우울·고립, 돌봄 부담이 커지는 시대에는 병원 안의 치료만으로 시민의 건강을 온전히 지키기 어렵다. 이제는 병원에서의 진료만큼이나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의 예방적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건강은 더 이상 의료기관 안에서만 다루는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살아가는 생활환경 속에서 함께 만들고 지켜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원은 중요한 사회처방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공원은 건강을 증진하는 공간이자 질병을 예방하는 공간이며, 나아가 시민을 돌보고 관계를 회복하는 공간이다.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자주 걷고, 쉬고, 만나며,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정원도시는 더 건강하고, 더 따뜻하며, 더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서울의 공원과 녹지는 시민의 건강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공공 인프라다.
정원과 공원에서 시민들은 걷고, 쉬고, 만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정원과 공원에서 시민들은 걷고, 쉬고, 만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정원처방이다. 사회처방의 하나인 정원처방은 사람 중심의 맞춤형 접근을 통해 자연이 있는 공간과 건강한 생활습관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몸이 무너지기 전에 조금 더 걷고, 마음이 지치기 전에 잠시 쉬며, 관계가 끊어지기 전에 사람과 마주할 수 있도록 회복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정원과 공원은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의 건강을 지키고 회복을 돕는 보건·복지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

디지털헬스의 관점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중요하다. 환자의 여정을 M1부터 M4까지 구분한다면, M3는 퇴원 이후의 관리 단계에 해당한다.

  참고) 환자의 여정: M1 ~ M4 단계
○ M1 : 초기 징후 감지 및 예방
○ M2 : 의료기관 진단 및 치료
M3 : 퇴원 후 지역사회 관리
○ M4 : 유지 관리 및 재발 방지

이 단계의 핵심은 환자가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관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과 지역사회, 재활시설과 외래 진료로 이어지는 전환 과정을 끊김 없이 연결하는 데 있다. M3는 단순한 사후관리가 아니다. 퇴원 이후 건강 상태의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을 형성하며, 병원 중심의 치료를 일상 속 건강관리로 전환하는 중요한 단계다.

퇴원 후 회복은 집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이때 서울의 공원과 정원은 회복과 예방을 뒷받침하는 가장 가까운 보건·복지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병원에서 퇴원한 시민이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약과 진료 예약만이 아니다. 집 가까이에서 걸을 수 있는 길, 잠시 머물며 쉴 수 있는 공간, 자연을 느끼며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다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서울의 공원과 정원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시의 손목닥터 9988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목닥터 9988의 강점은 단순히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실제 행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외적 동기를 효과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걸음 수와 포인트, 참여 보상 등 눈에 보이는 자극은 건강관리를 막연한 의무가 아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행동으로 바꾸며 건강 습관 형성의 출발점을 만들어준다.
시민들이 공원 내 산책로를 걷고 있다. 사진은 보라매공원.
시민들이 공원 내 산책로를 걷고 있다. 사진은 보라매공원.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의 기반 ‘정원’

그러나 건강한 생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외적 보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걷는 즐거움과 일상의 활력을 경험하며, 건강관리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내 삶에 중요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외적 동기는 시작을 돕고, 내적 동기는 지속을 만든다. 건강정책의 핵심은 바로 이 두 가지를 연결해 시민의 일시적인 참여를 평생 지속 가능한 건강생활로 전환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원도시 서울은 시민의 건강을 위한 효과적인 사회처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처방은 병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집 가까이에 있는 공원과 정원에서 일상적으로 실천될 수 있다. 물론 정원과 공원이 의료적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질병이 심화되기 전에 건강을 관리하고, 치료 이후 일상으로의 회복을 돕고, 시민이 스스로 건강한 삶을 지속하도록 지원하는 예방적 건강관리의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공원과 정원이 시민의 삶에 스며들수록 건강관리는 매일의 생활습관이 될 수 있다. 사진은 보라매공원.
공원과 정원이 시민의 삶에 스며들수록 건강관리는 매일의 생활습관이 될 수 있다. 사진은 보라매공원.
서울의 공원과 정원이 시민의 삶 속에 더 깊이 스며들수록 예방적 건강관리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매일 실천하는 생활습관이 될 수 있다. 이제 공원은 단순한 ‘방문 공간’에서 ‘건강 공간’으로 그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시민이 걷고, 쉬고, 자연을 만나고, 사람과 연결되는 일상의 공간에서 건강이 시작될 때, 정원도시 서울은 시민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돌보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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