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한옥이라고? 서촌 공공한옥 5곳의 색다른 매력
발행일 2026.07.07. 13:51

홍건익 가옥의 정취 있는 후원 전경 ©이다현
경복궁 서쪽 골목길, 오래된 기와지붕 아래로 따스한 온기가 흐른다. 서울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지역인 서촌(세종마을)의 공공한옥들이 과거의 유물을 넘어, 시민들의 다채로운 일상을 채우는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촌 탐방의 첫 관문이 되는 세련된 라운지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육아 공간까지, 직접 발로 뛰며 만난 서촌 공공한옥 5곳의 생생한 매력을 소개한다.

전통 한옥에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 '서촌라운지' 내부 공간 ©이다현
① 서촌라운지 – 전통 한옥, 현대적 ‘K-리빙’을 입다
서촌 탐방의 첫 관문으로 찾은 곳은 '서촌라운지'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통적인 한옥의 외관 속에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디자인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세련된 조명 아래 놓인 다채로운 작품들과 한옥의 서까래가 자아내는 조화는 신선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시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들러 한옥의 현대적 진화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서촌 여행의 훌륭한 시작점으로 추천할 만하다.

유리 통창 너머로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서촌 라운지(Seochon Lounge) 입구 전경 ©이다현
② 홍건익 가옥 – 근대 한옥의 정취 속에서 쓰는 시민의 역사
발길을 옮겨 조금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도심 속 비밀 정원 같은 '홍건익 가옥'이 반긴다. 서울시 민속문화재이기도 한 이곳은 대문채, 사랑채, 안채, 별채가 자연스러운 지형의 경사를 따라 배치되어 있어 근대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각 장소마다 스탬프를 찍으며 공간을 살펴볼 수 있으며, 특히 이곳은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읽거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완벽한 '열린 공간'이다.

필운동 홍건익 가옥의 고풍스러운 모습 ©이다현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 좋은 홍건익 가옥의 내부 공간 ©이다현
무엇보다 올 하반기부터는 이곳 홍건익 가옥의 아늑한 안뜰을 배경으로 한 '신규 공공한옥 웨딩촬영 프로그램'이 새롭게 운영되어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전통 스냅 촬영을 원하는 이들의 신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예약 및 상세 이용 안내는 서울한옥포털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시민들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역사적 공간으로 거듭난 점이 무척 인상 깊다.
③ 상촌재 – 전통 온돌의 지혜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서촌의 역사성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싶다면 인왕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상촌재(上村齋)'로 향하면 된다. '상촌(上村)'은 청계천 상류인 서촌 지역의 옛 이름으로, 이름에서부터 동네의 오랜 역사와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곳은 본래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한옥 폐가였으나, 종로구가 매입하여 19세기 말 전통 한옥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중건해 시민들을 위한 멋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상촌재(上村齋)' 현판이 붙어 있는 정갈한 대청마루와 툇마루 ©이다현
상촌재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로, 조선 시대 중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서촌 한옥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우리 전통 '구들(온돌)' 구조를 관람객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사랑채 바닥 일부를 투명한 유리로 마감해 두었다는 점이다. 아궁이에서 시작된 열기가 어떻게 방바닥 전체를 데우고 나가는지, 발밑으로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구들의 과학적 지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 주거의 핵심인 난방과 취리 체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부엌 풍경 ©이다현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온돌의 내부를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상촌재의 전시 공간 ©이다현
상촌재는 단순히 보는 전시관에 그치지 않고 절기마다 펼쳐지는 다양한 세시풍속 체험, 한글 교실, 전통 의식주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들이 오감으로 우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정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나 전통 한옥의 미학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미리 일정을 확인하고 예약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④ 박노수미술관 – 예술과 가옥이 자아내는 절묘한 하모니
서촌의 위쪽 언덕길을 숨 가쁘게 오르다 보면 푸른 정원 사이로 독특한 벽돌 구조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이다. 한국 화단의 거장 박노수 화백이 실제 거주하며 작품 세계를 가꾼 이 집은, 한옥 양식에 중국식과 서양식 건축 수법이 절묘하게 결합한 절충식 가옥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붉은 벽돌의 아치형 현관과 서양식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이다현
잘 가꾸어진 정원의 수려한 나무들과 오랜 세월을 품은 석조물, 그리고 가옥 내부에 내려앉은 거장의 예술 작품들은 시대를 초월한 하모니를 자아낸다. 개인의 사적 공간이 공공의 손을 거쳐 미술관으로 환원되었을 때,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풍요로움이 얼마나 커지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자체 공공 공간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정원 위쪽에서 내려다본 박노수미술관의 기와지붕과 붉은 벽돌 굴뚝 ©이다현
건물 외부의 이국적인 벽돌 구조와 내부의 전통 한옥 구조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건축적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정원 뒷길의 짧은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 서촌을 내려다보는 전망도 놓치지 말아야 할 코스이다. 한편 현재 개관 12주년 기념전시 <산수·격물> 전을 올해 12월 6일까지 진행 중이니,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유와 그 안에 담긴 조형적인 감각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⑤ 옥인육아어울림센터 –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채워지는 한옥 마당
마지막으로 발걸음이 닿은 곳은 가장 실용적이고 따뜻하게 진화한 공공한옥의 형태를 보여주는 '옥인육아어울림센터'다. 이곳은 단순히 관람만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관을 넘어, 실제 지역 주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주민 밀착형 육아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층 한옥 구조가 돋보이는 도심 속 공공 한옥 시설 옥인육아어울림센터 외관 ©이다현
따뜻하게 볕이 드는 온돌방과 넓은 대청마루에서 동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마음껏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전통 공간을 체득한다. 그 사이 부모들은 마루에 앉아 서로 육아 고민을 나누며 이웃 사촌 간의 따뜻한 정을 교류한다. 조용하기만 했던 전통 한옥 마당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로 가득 차는 모습을 보며, '시민 일상 속 문화공간'의 진정한 완성형이 무엇인지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도록 조성된 따뜻한 한옥 중정 ©이다현
박제된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 소품과의 조화, 소중한 시작을 알리는 웨딩, 역사적 지혜, 거장의 예술 그리고 미래를 키우는 육아까지. 서촌의 공공한옥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민의 삶을 품어내고 있었다. 익숙한 도심을 벗어나 때로는 따뜻한 사랑방이자 새로운 영감의 무대가 되어주는 서촌 공공한옥. 여유를 가지고 나만의 특별한 한옥 마실을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서촌 공공한옥 5곳
○ 서촌라운지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27-4 (매주 월요일 휴관)
○ 홍건익가옥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1길 14-4 (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상촌재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2-11 (매주 월요일 휴관)
○ 박노수미술관 : 서울시 종로구 옥인1길 34 (매주 월요일 휴관)
○ 옥인육아어울림센터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9길 26 (이용 시간 및 연령별 프로그램 사전 확인 필수)
○ 통합 예약 및 상세 정보 안내 : 서울한옥포털,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 홍건익가옥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1길 14-4 (매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상촌재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2-11 (매주 월요일 휴관)
○ 박노수미술관 : 서울시 종로구 옥인1길 34 (매주 월요일 휴관)
○ 옥인육아어울림센터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9길 26 (이용 시간 및 연령별 프로그램 사전 확인 필수)
○ 통합 예약 및 상세 정보 안내 : 서울한옥포털,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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