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세계적 작가의 강연을 듣다! '야외도서관'에서 책멍·물멍

시민기자 김경희

발행일 2026.04.29. 12:46

수정일 2026.04.29. 12:46

조회 187

기다렸던 '서울야외도서관' 드디어 시작 ⓒ 김경희
드디어 서울야외도서관이 개장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힙독클럽’에 참여하면서 올해는 더 기다렸다. 서울야외도서관은 서울시의 봄과 가을의 문화가 되었다. 책 읽는 즐거움에 공연, 산책, 사색, 만남이 더해지면서 서울의 독서 풍경은 훨씬 입체적으로 바꿔주고 있어서 기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 [관련 기사] 독서의 낙원은 여기! '서울야외도서관'이 돌아온다

개장 2일째 되는 날에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를 먼저 찾았다. 모전교 일대에는 새로이 등장한 ‘물결서가’는 이름 그대로 물의 흐름을 닮아 있었다. 서가는 반듯하게 서 있기보다 청계천의 굽이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졌다. 발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머리 위로는 실바람이 지나갔다. 책을 펼치자 문장보다 먼저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들어왔다. 그래서 더 좋았다. 도심 한복판인데도 마음이 천천히 낮아졌다. 책을 읽으러 갔다가 읽기 좋은 몸의 속도를 먼저 배운 셈이다.

청계천에서 광화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광화문 책마당에 이르니 청계천 ‘맑은냇가’와는 또 다른 활기가 일었다. 도착해서는 ‘힙독클럽’ 현장 QR코드 출석체크부터 했다. 손목에 힙독 팔찌를 두르자 오늘의 독서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힙독클럽은 독서를 꾸준히 이어가도록 마일리지와 등급 제도를 마련해두고 있다. 독서기록, 완독인증, 필사인증, 활동후기 등을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가 보인다. 억지로 읽으라는 압박이 아니라 읽은 시간이 눈에 보이도록 남는 구조라 좋다. 독서가 결심에만 기대지 않고 습관으로 이어지게 도와주니 더 좋다.

광화문에 북텐트 안에는 시민들이 많이 나와 앉아서, 누워서 책을 읽는 모습이 곳곳에 들어왔다. 가족이, 친구끼리, 또 혼자 책에 몰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북텐트 안에서는 아이들이 엄마와 그림책을 함께 들여다보았고, 곁에는 ‘책 봐, 구니’ 바구니와 독서등이 놓여 있었다. 올해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꾸려진 '책 봐, 구니'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저녁 무렵 ‘초면에 합해보자’ 공연이 시작됐다. 육조마당에는 파스텔빛 빈백이 놓였고 시민들은 기대앉거나 누워 음악을 들었다. 곳곳에 비치된 서가에서 책을 뽑아 책을 펼친 채 무대를 바라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가방 옆에 책을 내려놓고 박자를 탔다. 책과 음악이 따로 놀지 않았다. 광장 위에서 둘은 자연스럽게 섞였다.

이후 정이현 소설가의 진행으로 알랭 드 보통 작가의 온라인 강연이 이어졌다. 주제는 '관계 속 인간', 함께 읽은 책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었다. 동시통역하여 자막으로 보여주니 빈백에 누워 담요를 감싸고 강연에 몰입했다. 봄밤 하늘에는 반달이 떠 있었고 밤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영국에서 Zoom으로 연결된 작가의 목소리를 광화문 야외도서관에서 듣는 일은 무척 특별했다. 강연장은 실내가 아니었고 천장은 밤하늘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을 감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배워야 할 기술로 말했다. 우리는 의학과 과학은 배우면서도 사랑하는 법은 배우지 않는다고 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화하는 법, 감정을 표현하는 법, 갈등을 견디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랑은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광장에 누워 작가의 말을 듣고 있으니 책이 삶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까지 걸어 나올 수 있는지 새삼 느껴졌다.

강연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도 광화문 책마당에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았다. 북텐트 안에서 북스탠드를 밝히고 마주 앉아 책을 읽고, 둥근 전구 불빛은 책장과 얼굴 위에 따뜻하게 내려앉았다. 어떤 시민은 주황색 빈백에 몸을 깊이 기대고 책에 꽂은 랜턴의 빛으로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금요일 밤의 광화문은 서두르지 않았다. 도시의 불빛 속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의 자세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고 고요했다.

서울야외도서관은 4월~6월까지, 9월~11월까지 매주 금·토·일 운영된다. '광화문 책마당'과 '책읽는 맑은냇가'는 4월 23일 문을 열었고 '책읽는 서울광장'은 5월 1일부터 시민들을 맞는다. 5월 2일에는 책읽는 서울광장 리딩존에서 힙독 연계 행사 '봄날의 힙독꽃멍책멍'도 열린다.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는 책멍 프로그램이, 4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는 재즈 알케미 콜렉티브 공연이 이어진다. 책멍 키트와 꽃 코사지까지 더해진다니 봄의 독서를 조금 더 오래 기억하게 해줄 시간이 될 듯하다. 5월 3일에는 아이와 엄마, 아빠가 함께 짓는 '가족책멍' 스마트폰은 내려놓고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맛있는 간식과 함께 책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 마련된다니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 의미 있는 봄날을 안겨줄 듯하다.
'책읽는 맑는냇가'에서 물소리 들으며 책을 보는 시민들 모습 ⓒ 김경희
'책읽는 맑는냇가'에서 물소리 들으며 책을 보는 시민들 모습 ⓒ 김경희
이른 더위에 시원한 청계천에서 '물멍', '책멍'에 빠져 있는 시민들 ⓒ 김경희
이른 더위에 시원한 청계천에서 '물멍', '책멍'에 빠져 있는 시민들 ⓒ 김경희
  •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 책을 읽고 있는 해치가 시민들을 맞이한다. ⓒ 김경희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 책을 읽고 있는 해치가 시민들을 맞이한다. ⓒ 김경희
  • '힙독클럽' 출석체크하는 부스에서 QR코드 인증하고, 북키트도 대여했다. ⓒ 김경희
    '힙독클럽' 출석체크하는 부스에서 QR코드 인증하고, 북키트도 대여했다. ⓒ 김경희
  • 한 주의 피로를 내려놓고 북텐트 안에서 편하게 독서하는 시민들 ⓒ 김경희
    한 주의 피로를 내려놓고 북텐트 안에서 편하게 독서하는 시민들 ⓒ 김경희
  • 서울야외도서관 '광화문 책마당', 책을 읽고 있는 해치가 시민들을 맞이한다. ⓒ 김경희
  • '힙독클럽' 출석체크하는 부스에서 QR코드 인증하고, 북키트도 대여했다. ⓒ 김경희
  • 한 주의 피로를 내려놓고 북텐트 안에서 편하게 독서하는 시민들 ⓒ 김경희
 ‘초면에 합해보자’ 공연이 한창일 무렵 자모음 서가가 어둠에 더 도드라졌다. ⓒ 김경희
‘초면에 합해보자’ 공연이 한창일 무렵 자모음 서가가 어둠에 더 도드라졌다. ⓒ 김경희
힙독&서울야외도서관 개장 특별 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 '알랭 드 보통' ⓒ 김경희
힙독&서울야외도서관 개장 특별 프로그램 작가와의 만남 '알랭 드 보통' ⓒ 김경희
늦은 시각까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빈백에 드러누워 책을 읽는 시민들 ⓒ 김경희
늦은 시각까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빈백에 드러누워 책을 읽는 시민들 ⓒ 김경희

2026 서울야외도서관

○ 기간 : 2026년 4월~11월 중 금, 토, 일요일
○ 장소 : 서울광장(책읽는 서울광장), 광화문광장(광화문 책마당), 청계천(책읽는 맑은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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