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걷던 그 길에 비밀 대장간이? 한강역사탐방 '난지꽃섬길' 코스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6.04.23. 13:53

수정일 2026.04.23. 13:53

조회 100

전문 해설사와 함께 한강의 역사와 문화 유적지를 도보로 여행하는 프로그램인 ‘한강역사탐방’을 다녀왔다. 익숙한 곳도 설명을 들으면 새롭게 다가와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곤 하는데, 한강역사탐방의 도보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참 매력적이다. ☞ [관련 기사] 흥미진진! 16개 코스로 즐기는 '한강역사탐방' 신청

필자는 총 16개의 코스난지꽃섬길을 선택했다. 월드컵경기장에서 불광천, 평화의공원, 난지한강공원, 하늘공원, 문화비축기지를 이동하는 코스인데, 참여자가 거동이 불편하거나 힘든 구간이 있으면 해설사와 상의해 이동 경로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번 투어는 산길이나 어려운 코스가 힘든 참여자들을 배려해 조금 더 완만한 경로로 진행됐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해 평화의공원 담소정, 매봉산 무장애 숲길과 풀무골을 지나 전망대에서 문화비축기지를 조망하고, 마지막으로 하늘공원으로 이동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위해 건설된 축구장으로, 한국의 전통미와 현대의 건축 기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축물이다. 건축가 류춘수가 설계한 이 경기장은 방패연의 형상으로 지붕을 제작했는데, 여기에는 승리와 희망을 하늘로 띄워 보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붕은 전통 창호지에 빛이 투과되는 부드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반투명 테프론 막을 사용했으며, 야간에는 내부 조명이 켜지며 전통 등불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지붕선은 황포돛배의 돛 모양을 본떴고, 기단부의 팔각형 구조는 전통 소반(팔각모반)의 형태를 가져와 관중에게 대접하는 마음을 담았다. 지붕 아래 한옥의 처마 곡선미까지 더해져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

담소정

월드컵경기장 옆 매봉산 입구에 위치한 담소정(談笑亭)은 이규보의 사륜정(四輪亭) 정신과 연결고리가 있다. 담소정은 연못 물속에 기둥을 깊게 담그고 있는데, 이는 시원한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던 선비들의 '탁족(濯足)과 수청(水淸)'의 지혜를 건축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지반의 열기를 차단하고 물의 서늘한 기운을 정자로 직접 전달하여 지혜로운 여름나기 방식을 보여준다. 담소정을 감싸고 있는 꽃담에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나무 문양과 번창을 기원하는 격자·만자문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는 외부 요소를 수용(오·來)하고 한국적으로 재해석(아·我)하여 우리 민족의 정신(얼·魂)으로 승화시킨 한국 미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풀무골 대장간

매봉산 자락에 위치한 풀무골 대장간은 조선 시대에 엽전을 만들거나 쇠를 두드리던 곳이다. 불길을 살리는 도구인 '풀무'에서 마을 이름인 풀무골(야동·冶洞)이 유래했다. 인조 때 권력자 김자점이 이곳에 비밀 대장간을 차리고 무기를 만들며 역모를 꾀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2001년 마포구에서 사라진 옛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이를 재현 및 복원했다. 이곳은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자연 재료로 온도를 조절하는 등 삶과 직결된 선조들의 생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건축물이다.

문화비축기지

문화비축기지는 41년간 석유를 비축하던 보안 시설을 시민을 위한 생태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장소다. 기존 5개의 석유 탱크를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개조하고, 해체된 철판을 재활용해 새로운 건물을 짓는 등 재생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매봉산의 자연 암반과 거친 산업적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이제는 카페와 도서관 등 시민들이 편안하게 머무는 휴식 공간이 되었다.

난지도

과거 쓰레기 산이었던 난지도는 이제 생태계가 살아있는 월드컵공원으로 거듭났다. ‘매립가스 및 침출수 처리, 상부 복토와 사면 안정화’라는 기술적 공법을 통해 오염을 차단하고 식생을 회복시킨 결과다. 특히 이곳에서는 자연의 순환 원리를 이용한 ‘후글컬처(Hugelkultur)’ 시스템을 만날 수 있다. 통나무와 나뭇가지를 쌓아 만든 이 언덕은 별도의 물이나 비료 없이도 스스로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며 식물과 미생물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러한 ‘자연형 순환 시스템’은 곤충 호텔, 맹꽁이 습지와 어우러져 작은 생명들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회복하며 머무는 최적의 안락함을 선사한다. 거창한 설비보다 자연의 지혜를 빌려 생태계를 복원한 덕분에, 이제 난지도는 깨끗한 환경의 상징인 맹꽁이와 반딧불이가 다시 돌아온 생명의 땅이 되었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과 푸릇한 식물들 사이에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축물 이야기와 숨겨진 역사를 들으니 무척 흥미롭고 유익했다. 어렴풋이 알던 곳이 다시금 기억되는 과정은 교과서 밖을 나와 마치 역사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간 듯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늘 다니던 산책길도, 멀리서 보았던 유적지도 다시 보게 되는 마법 같은 한강역사탐방에 직접 뛰어들어 보자.
담소정에서 바라본 월드컵경기장, 방패연 형상의 지붕이 돋보인다. ©이정민
담소정에서 바라본 월드컵경기장, 방패연 형상의 지붕이 돋보인다. ©이정민
매봉산 입구에 위치한 담소정은 이규보의 사륜정의 건축적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 ©이정민
매봉산입구에 위치한 담소정은 이규보의 사륜정의 건축적 요소가 연결되어 있다. ©이정민
담소정의 꽃담에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나무 문양과 번창을 기원하는 격자·만자문이 새겨져 있다.  ©이정민
담소정의 꽃담에는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나무 문양과 번창을 기원하는 격자·만자문이 새겨져 있다. ©이정민
대봉산 자락에 위치한 풀무골 대장간 ©이정민
대봉산 자락에 위치한 풀무골 대장간 ©이정민
담소정에서 풀무골 대장간으로 이어지는 대봉산 무장애숲길 산책로 ©이정민
담소정에서 풀무골 대장간으로 이어지는 대봉산 무장애숲길 산책로 ©이정민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이정민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비축기지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이정민
  • 하늘공원에 위치한 매립가스포집시설과 열생산 에너지공장의 굴뚝 ©이정민
    하늘공원에 위치한 매립가스포집시설과 열생산 에너지공장의 굴뚝 ©이정민
  • 오염된 물을 모아 정화하는 침출수 관리 시설 ©이정민
    오염된 물을 모아 정화하는 침출수 관리 시설 ©이정민
  • 매립가스를 포집하여 열생산 공장으로 이동하는 매립가스 이동관로 ©이정민
    매립가스를 포집하여 열생산 공장으로 이동하는 매립가스 이동관로 ©이정민
  • 하늘공원에 위치한 매립가스포집시설과 열생산 에너지공장의 굴뚝 ©이정민
  • 오염된 물을 모아 정화하는 침출수 관리 시설 ©이정민
  • 매립가스를 포집하여 열생산 공장으로 이동하는 매립가스 이동관로 ©이정민
  • 작은 동물들의 이동을 돕는 통나무 경사로 ©이정민
    작은 동물들의 이동을 돕는 통나무 경사로 ©이정민
  • 자연 속 '후글컬처(Hugelkultur)'방식으로 난지도 생태 복원을 했다. ©이정민
    자연 속 '후글컬처(Hugelkultur)'방식으로 난지도 생태 복원을 했다. ©이정민
  • 맹꽁이를 위한 습지를 만날 수 있다. ©이정민
    맹꽁이를 위한 습지를 만날 수 있다. ©이정민
  • 작은 동물들의 이동을 돕는 통나무 경사로 ©이정민
  • 자연 속 '후글컬처(Hugelkultur)'방식으로 난지도 생태 복원을 했다. ©이정민
  • 맹꽁이를 위한 습지를 만날 수 있다. ©이정민
한강역사탐방 난지꽃섬길 투어를 하고 있는 모습 ©이정민
한강역사탐방 난지꽃섬길 투어를 하고 있는 모습 ©이정민
한강역사탐방 16개의 코스 설명이 적힌 책자와 스탬프북 ©이정민
한강역사탐방 16개의 코스 설명이 적힌 책자와 스탬프북 ©이정민

2026 한강역사탐방

○ 기간 : 매년 4월~11월
○ 시간 : 1일 2회(10:00, 14:00), 약 2시간 내외 소요
○ 참가비 : 무료
○신청인원 : 5명 이상 신청 시 확정(단, 외국인 및 장애인은 1명만 신청해도 운영)
○ 프로그램 : 난지꽃섬 코스 등 총 16개 코스 운영(완주 시 기념품 증정)
○ 주의사항 : 외국어 해설은 사전 문의, 유료 시설은 개별 입장료 필요, 장애인 신청 시 보호자 동행 필수
○ 신청 : 한강이야기여행 누리집

시민기자 이정민

서울의 낮과 밤, 다양한 모습을 전달하는 서울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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